초등학교 선생님 하면 제일 먼저 떠오르는 말이 ‘참 잘했어요’ 이다. 아이들에게 무한 긍정의 표현이자 칭찬인 참 좋은 말이다.

20년 넘게 초등학교 선생님을 하고 계신 어머니가 방문을 하였다. 중학교 2학년인 아들과의 갈등 때문이다. 말이 갈등이지 사실은 아들을 이해하지 못한 어머니의 문제이기도 하였다.

지난 초등학교 6학년 때까지만 해도 아들에게는 ‘참 잘했어요’ 라는 말을 입에 달고 살았다고 한다. 중학교에 진학해서도 잘할 줄 알았던 아들이 그러하질 못하니 선생님으로서 또 어머니로서의 고민은 깊어질 수밖에 없었다. 혼자 방에 들어가 공부보다는 컴퓨터 게임만을 즐기니 하루가 멀다 하고 어머니와 마찰의 연속이었다.

기문(奇門)의 관점에서 보자면 이 같은 원인은 타고난 그릇이 가득차 공부에 관심이 덜하다는 사실과 현재의 흐름이 학업과는 인연이 먼 학마운(學魔運)의 시기였기 때문인데, 아들의 타고난 성향과 이러한 흐름을 알 리 없는 어머니는 남에게 뒤진다는 생각에 마음이 조급해질 수밖에 없었다.

어머니의 명국을 살펴보니 두문(杜門)에 복음(伏吟)이라 자신이 옳다고 생각하는 것은 좀처럼 양보를 하지 않는 성품을 지니고 있었다. 더구나 지난 20년 동안 선생님이라는 직업이 주는 사고의 경직성은 어머니로서 아들의 현재 모습을 더욱 이해하기 어렵게 만들어 버렸다.

경쟁 사회가 빚어낸 미래에 대한 막연한 염려증은 대다수 어머니들의 마음을 급하게 만들어 놓았다. 모든 일에는 순서가 있는 법이고 마음이 급할수록 돌아가야 한다는 말처럼 어머니는 아이의 미래를 걱정하기 이전에 현재의 아들을 이해하고 다독이며 함께 가는 방법을 알아야만 하는데 굳어버린 관념을 깨버리기란 쉽지가 않다.

해야 할 일과 하고 싶은 일이라는 말은 서로의 입장에서 나오는 지극히 일상적인 바람이다. 다름아닌 어머니로서의 이성적인 바램과 간섭이며, 이와는 반대로 타고난 본능에 충실하려는 아이의 마음을 말한다. 입장 차이가 클수록 갈등은 커질 것이다.

이러한 입장 차이는 타고난 사주의 오행의 유무와 유사성의 여부에서 나타나는데 어머니와 아들의 성향은 다음과 같은 차이가 있었다.

왕한 기운을 타고난 아들과 약한 기운을 타고난 어머니 사이에는 활동성의 차이가 있다. 명예 자리가 왕하여 규정과 규범을 강조하는 어머니와 그 자리가 약하여 얽매이는 것을 싫어하는 아들 사이에는 관점이 주는 갈등의 여지가 존재한다.

남과의 만남을 즐기는 어머니와 그 자리가 약하여 남과 어울리는 것보다는 혼자인 것이 좋은 아이 사이에는 사회성의 차이가 있었다. 공부 자리가 좋은 어머니와 공부 자리가 약한 아이의 사이에는 학업 성적으로 인한 갈등요소가 잠재되어 있었다.

누구나 가지고 태어난 그릇의 형태가 다르다 보니 서로의 생각과 성격 행동의 차이가 나게 된다. 이러한 각각의 모습은 자신만의 타고난 八字가 만들어 주는 오행이라는 인생지도로 나타난 것이니 서로의 다름이 결국 갈등으로 표출된 것이다.

자녀를 키우는 어머니들이 적성과 인성 파악이라는 명분 아래 많은 강의를 듣고 공부를 하고 있다. 그러나 그 무엇보다도 선행되어야 할 공부는 어머니의 입장에서 해야 할 일보다는 아이 입장에서 하고 싶은 일을 먼저 이해하고 귀 기울여 주는 마음의 공부이다.

” 아들과의 사이가 딸아이와 관계가 점점 더 멀어지는 것 같아요.. 왜 이럴까요? ”
” 왜 이렇게 아이들과 대화가 되지 않을까요 ? ”
라는 대부분의 갈등의 시작은 우리 아이를 가슴으로 이해하기보다는 이성적으로 판단하려는 우리 어른들의 그릇된 관점이다.

어머니가 꿈꾸고 바라는 내 아이의 미래도 물론 중요하지만, 그러한 미래를 만들어 가는 오늘은 더 중요한 것은 당연하다. 너무도 비현실적인 바람이겠지만 언젠가는 아들이 선생님인 어머니에게 ‘참 잘 하셨어요’라고 말을 하게 되는 모습을 상상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