올 초에 재미난 광경이 목격되었다. 제 44차 WEF(세계경제포럼, 다보스 포럼) 연차총회에 박근혜 대통령의 개막연설장에 일본의 아베 총리가 앉아 있는 모습이었다. 당초 아베 총리는 박 대통령의 개막연설이 예정된 첫 전체세션의 시작 시간인 오전 11시 45분에야 다보스에 도착할 예정이었으나 일정이 당겨지면서 예정보다 일찍 행사장에 입장하게 되었다.

아베 총리는 이날 오후에 열리는 전체세션에서 기조연설이 예정돼 있었고, 이 때문에 두 정상간에 만날 가능성이 거의 없다는 것이 대체적 관측이었다. 그런데 이런 관측을 깨고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의 기조 연설이 시작하기 10분여 전에 입장해 무대 바로 앞줄 지정석에 앉게 되었다.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한 나라의 정상(아베 총리)인으로 보이기에는 가벼운 처신이 아닐 수 없다. 이리에 아키라 하버드대 명예교수는 일본의 외교를 ‘무사상의 외교’라고 표현한 적이 있다. 주어진 상황에서 우익의 이익을 고려해 기회주의적 외교를 하는 것을 뜻하는데, 긍정적으로 말하면 현실주의 외교라고도 할 수 있다. 한 마디로 표현하자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어떠한 요건도 ‘묻지도 따지지도 않고’ 어떠한 행위도 하겠다는 것이다. 

일본 외교원칙 가운데 ‘이익선(利益線)’이란 개념이 있다. 이는 일본 영토의 안전과 번영을 위해서 확보 해야 할 ‘내 편’의 범위를 말한다. 한 때 세계경제 1위 대국으로서, 태평양 전쟁, 러일전쟁, 세계대전 등을 일으킨 장본인으로서 세계는 늘 자신의 것이라고 판단한다. 그 개념에서 한반도는 당연히 일본의 영역이라고 각인하고 있을 것이다.

지금 일본은 한국이 자신의 이익선에서 벗어나고 있다고 판단하고 있다, 물론 중국도 포함된다. 한국이 자신의 이익선에서 벗어나 다른 노선을 타고 있기 때문에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그냥 두고 볼 수는 없는 상황이다. 물론 한국이 일본의 이익선을 벗어나는 이유는 과거사를 뒤집는 뒤틀린 역사관이 한 몫하고 있지만 그렇다고 해서 일본이 뒤틀린 역사를 바로 인식하고 반성의 태도로 돌아올 가능성은 전무하다.

일본은 자국의 이익선을 위해서는 어떤 짓이든 할 것이다. 과거 미국의 부시 대통령 앞에서 “글로리, 글로리, 할렐루야”하며 재롱을 부리던 고이즈미 총리가 그러했듯이 지금의 아베 총리도 마찬가지다. 일본군이 독립 투사 등을 ‘범죄자’로 몰아 731 부대로 끌고 간 뒤 생체 실험 도구로 이용하고, 2차 대전 당시 중국은 일본의 세균전 부대가 생체 실험으로 1만 명 이상 살해되었으며, 또한 160여 차례의 세균 무기 공격을 감행해 중국인과 한국인 등 27만 명이 희생되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아베 총리는 야스쿠니 신사 참배를 강행한다. 더 열거하자면,,, 끝이 없다.

그럼, 처음의 질문으로 다시 돌아가 보자. 예측을 깨고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의 기조 연설에 참석한 이유, 무엇일까? 여기서 아베 총리를 가볍게 행동하는 연민으로 만 볼 것이 아니다.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 앞에 나타난 이유도 자국의 이익을 위한 전형적인 ‘양의 탈을 쓴 늑대(Wolf in sheepskin)’전술에 가깝다.

우리는 일본이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는 양의 탈을 쓴 늑대의 여러 모습을 봐왔다. 미국과 소련의 대립이 극단적으로 치달을 때 불똥을 피하려고 소련과 수교한 나라가 현재 친미 국가인 일본이다. 한 때 미국이 중국에 접근하자 그 사이에 끼어들어 중국과 먼저 손을 잡은 나라가 일본이다. 일본은 자국의 이익을 위해서라면 무엇이든 했고 앞으로도 그럴 것이다. 최근 고도담화의 정신을 훼손하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아베 총리가 박 대통령의 연설장에 나타난 이유를 단순한 처신, 동정심 정도로 봐서는 안된다. 그 속에 어떤 칼날이 숨겨져 있는지 모른다. 늑대의 탈을 벗기기 전까지 알 수 없는 일이다. 그가 늑대인지, 사자인지? ….. 양은 절대 아님을!

by.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 (ijeong13@naver.com) www.ggl.or.kr