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는 누구나 자신의 명(命)에 오행의 자리를 가지고 있다. 오행의 자리는 삶의 균형을 잡아주는 자리이다. 각 자리의 생김새와 강약(强弱)에 따라 역할의 차이는 있지만 내 삶의 영역에 있는 자리는 어느 것 하나 결코 소홀히 볼 수가 없다. ​

그 자리는 본래 역할인 순(純)기능을 해야 하지만 때로는 몸속에 돌연변이 세포처럼 역(逆)기능을 하기도 하여 자신의 의지와는 다른 방향의 삶을 살기도 한다. 이렇게 오행의 자리는 다른 자리와의 관계를 형성하며 우리의 삶의 여러 부분을 음(陰)으로 양(陽)으로 지탱해 주고 있는 것이다.

예를 들어 여자가 결혼(結婚)을 하고자 할 때는 자신의 명국(命局)에 남자의 자리가 있어야 하며 이 자리가 순기능을 하도록 도와주는 인연(因緣)의 자리가 있어야만 한다. 가령 내가 좋아하는 남자가 있다고 해도 인연의 자리와 연결 되지 않으면 자칫 혼자만의 짝사랑으로 끝날 수도 있으니 때로는 수많은 희비극(喜悲劇) 작가들 작품의 단초(端初)가 되기도 한다.

같은 직장(職場)에 근무하는 30대 초.중반 나이의 세 명의 아가씨가 연이어 상담을 청해 왔다.

유유상종(類類相從)일까?

세 아가씨는 모두 결혼은 하고 싶은데 현실은 아직 그렇지 못하였는바, 각각의 사주에서 결혼에 필요한 자리의 역할이 다음과 같은 세 가지 특징을 보이고 있었다.



첫 번째 여자는 남자(男子)자리는 있는데 인연(因緣)의 자리가 없어 남자가 나에게는 다가오지 않아 결혼하기가 어려운 경우였다.

여자 사주에 남자자리와 인연의 자리가 없으면 대부분 남자를 만나는데 있어 불편해하거나 만남 자체를 꺼려하는 성향을 보인다. 그러나 이처럼 남자자리는 있지만 그 자리가 순기능을 하지 못해 자신에게 오지 않을 때에는, 때로는 여자의 자존심을 내려놓고 적극적인 구애(求愛)를 표시하지 않는 한 결혼으로까지 이어지는 것이 쉽지가 않다.

마치 향기가 없는 꽃에게는 벌이 날아들지 않아 수정(受精)이 되지 않는 것과 같은 이유라 할 수 있다. 이럴 때는 유년의 흐름에서 꽃향기가 나는 시기 즉 인연의 자리가 도래하는 시기를 알 수 있다면 결혼이라는 결과를 만들 수가 있다.

주로 자신은 일과 결혼하였다는 커리어 우먼이라고 자칭하는 직장 여성들에게 종종 볼 수 있는 사주 유형으로 결혼을 하지 않겠다는 말은 하지 않는다.



두 번째 여자는 인연(因緣)의 자리는 있는데 남자의 자리가 없어 역시 결혼하기가 어려운 경우였다.

첫 번째와는 반대의 모습이다. 인연의 자리는 연애(戀愛)의 자리이다. 이 자리가 좋으면 남자를 만나는 것에 대해서는 거부감이 없지만 막상 내 남자를 선택하는데 있어 망설이는 경우가 많다.

“저 혹시 남자 결정 장애(障碍)를 가지고 있지 않은가요” 하며 웃는다. 소개를 통해 남자를 만나기는 하지만 선뜻 결혼을 결정 하는데 있어서는 자신감이 없음을 고백한다.

남자 자리가 없는 아가씨들은 주로 중매(仲媒)나 소개(紹介)라는 수단을 통하여 만남을 가져야 한다. 중매라는 것도 우리 부모님 세대에서나 아름다운 추억을 떠오르게 하는 단어이지만 요즘의 중매는 이른바 결혼정보회사를 통한 만남이라 여러 조건을 따져야하기 때문에 결혼으로 골인하는 경우가 쉽지는 않다.



세 번째 여자는 관(官)을 극(剋)하는 자리가 강해 남자를 가볍게 보는 성향(性向)을 지니고 있었다. 그래서인지 아직 자기 맘에 드는 남자를 만나지 못하고 있었다.

여자에게 관의 자리는 남편을 말하며 관을 극한다는 말은 말 그대로 남편을 섬기기보다는 마치 부처님 손바닥 안에 있는 손오공처럼 남편을 자신의 의지(意志)대로 이끌려는 성향이 강하다는 뜻이다.

명리학(命理學)에서는 이른바 극관(剋官)사주라 하여 예로부터 주로 팔자(八字)가 센 여자들이라고 하였다. 하지만 시대가 바뀌어 여성의 지위가 달라진 요즘의 현실에서는 오히려 이러한 팔자타령을 직업으로 승화시켜 사회에서 두각을 나타내는 커리어 우먼들이 많다.

이런 사주를 지니고 있는 여자들의 대부분은 남자가 자기를 확 잡아주는 스타일의 남자를 좋아하거나, 아니면 마치 고양이가 쥐를 다루듯 하여 남자를 자기 마음대로 할 수 있는 인연을 만나야만 결혼 생활이 재미가 있고 또 오래 갈 수가 있다.

주로 동종(同種)업계에 근무하는 사람과 인연이 되는 경우가 많아서 굳이 멀리서 인연을 찾지 말고 가까운데서 찾는 것도 하나의 방법이다. 교육계(敎育界) 의료계(醫療界) 법조계(法曹界) 분야에서 근무하는 직업이 많다. 여자연예인이 남자 의사(醫師)를 만나거나 여자 선생이 남자 선생을 만나는 것이 대표적인 예이다.



딸을 가진 부모님들께서는 내 딸이 결혼할 생각을 하지 않거나 남자친구와 데이트를 하지 않는 것 같다면 뭐라 나무라지만 말고 혹시 남자 자리나 인연이 자리가 없는지를 생각하여 결혼에 대한 부담을 주지 말아야 한다.

내가 타고난 인생그릇에 없는 자리는 인연 또한 박(薄)하기 때문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