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을 졸업(卒業)한 청년들이 직업을 구하기란 하늘의 별따기 만큼이나 어려운 사회가 되어 가고 있다.

더구나 부모세대인 쉰 세대와 취업 자리를 놓고 서로 경쟁해야만 하는듯한 사회적 분위기는 그나마 우리사회를 지탱하여 온 장유유서(長幼有序)라는 암묵적(暗黙的) 위계질서(位階秩序)마저 무너지게 하는 것이 아닌가 하는 위기감까지 들게 한다.​

대학을 졸업해도 마땅한 직업의 자리가 없으니 다시 취업이 잘된다는 전문대학(專門大學)에 재입학하여 취업공부를 한다고 한다. 물론 일부 부모님의 경제력이 좋은 졸업생들에게 해당되는 이야기겠지만 학력 인플레가 보여주는 현 사회의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취업(就業)하기가 어렵다보니 많은 대학 졸업생들이 공무원 시험으로 몰리고 있다.

공무원(公務員) 시험이라는 것도 첫 해는 경험(經驗)삼아 도전해 보고 두 번째 해는 실력(實力)으로 보고 세 번째 시험은 아쉬워서 본다고 하지만 대부분은 평균 4~5년을 거뜬히 넘기고 있다고 한다.

이렇게 적지 않은 시간과 노력을 투자해서 좋은 결과가 나오면 정말로 다행이지만, 그 반대의 결과가 나오기라도 한다면 그만큼 실망도 크기 마련이어서 시험 낙방(落榜)생이라는 결과는 자칫 사회 낙오(落伍)생으로까지 전락(轉落)되기도 한다.

서울의 명문 사립대를 졸업하였지만 취직(就職)이 안 돼 4년째 고시(考試) 공부를 하고 있다는 수험생(受驗生) 아들을 둔 어머니가 방문하였다.

아들이 2,3년차 시험에 너무나 아깝게 떨어져서 1년 더 도전을 한다고 했다. 하지만 어머니는 이번마저 안 되면 어떡하나 내심 걱정도 되고 부담도 되어 견딜 수가 없다고 하신다.



아들의 명국(命局)을 살펴본다…

뿌리가 약한 명예자리에.. 현재 운의 흐름 역시 그 옛날 초가집을 밝혀주던 초롱불의 심지처럼 희미하게 어둠을 밝혀주고 있다. 그 심지도 얼마 남지가 않아 올해를 마지막으로 다 타버리고 만다.

나라의 큰 벼슬을 기대하는 고시 수험생의 흐름치고는 운이 너무 미약(微弱)하다. 그 시험운도 올해가 마지막이라.. 가능한 올해 안에 어떠한 결과라도 내는 것이 좋을 것 같다.

수험생의 유연성 있는 생각이 필요하다. 무조건 고시 합격이라는 전제보다는 공무원 시험에 합격한다는 생각으로 가능한 자신의 눈높이를 낮추는 마음 자세이다. 희미하던 촛불마저 꺼져 버린다면 자신이 바라는 기회는 다음을 기약(期約)하기가 어렵기 때문이다.

하지만 걸림돌도 보인다.. 명국(命局)에 나타나는 눈높이와 타고난 자존감이 생각보다 강해 쉽게 마음을 내려놓을 수 있을지 의문이 든다..
“….제 아들이라 두둔 하는 건 아닙니다만.. 참 열심히 공부하는데 번번이 이러한 결과가 나오니..아들이 많이 의기소침해 하고 있습니다..”

[지금 제일 불안하고 힘든 것은 그 누구보다도 아들 자신이겠지만.. 1차 시험만 되고 2차 시험이 자꾸 떨어지는 것은 그만큼 현재 운의 흐름과 자리가 약하다고 밖에 볼 수 없습니다..]

“다른 방법이 없을까요?”

[눈높이를 낮추어 도전하는 것이 조금 더 현실적인 방법일 것 같습니다. 일단 공무원이 되면 또 다른 도전의 기회는 당연히 많을 거라 생각됩니다.]

[직업을 가졌다는 심리적 안정감(安定感)과 합격이라는 결과가 주는 자신감(自信感)이 생기게 되면, 아들처럼 자존심이 강한 친구는 현재에 머물러 있지 않고 더 노력하는 성격이기 때문입니다.]

“저나 제 남편도 아들에게 그러한 생각을 하지 않은 것은 아닙니다만.. 고시합격에 대한 아들의 뜻이 워낙 완고(頑固)하여 고민 중입니다..”

[….위로의 말이 될지는 모르겠지만 2년 전에도 S대를 나온 친구가 아들과 비슷한 경험을 하여 좋은 결과를 낸 사례가 있습니다. 그때도 역시 지금 어머님과 비슷한 상황 이었습니다….]

국가고시(國家考試)는 일반 시험과는 달리 어느 정도의 타고난 관운(官運) 즉 명예자리가 뒷받침이 되어야 한다. 물론 자리가 단단할수록 좋으며 더불어 현재운의 흐름 또한 함께 와 준다면 보다 좋은 결과를 얻을 수가 있다.

누구는 고시 공부를 2년만 했는데 합격을 하고 누구는 10년을 해도 합격하지 못하는 이유는 각자 타고난 자리의 유무(有無)와 주어진 운의 흐름이 다르기 때문이다.

예로부터 음양(陰陽)을 기준으로 변화하는 사계절 절기(節氣)의 정확성과 변함없는 일관성(一貫性)은 자연에 대한 무한한 신뢰감(信賴感)을 가지게 한다. 우리의 삶은 이러한 자연의 일부분이기에 내가 노력해서 되는 일이 있고 때로는 죽기 살기로 노력해도 안 되는 일이 있는 것이다.



역사상 최고 전략가로 평가받는 손자가 남긴 병법(兵法)에는 36가지의 계가 있다. 그중에서 가장 마지막 병법은 36번째 계인 ‘주위상(走爲上)’이다. 우리가 흔히 말하는 36계 ‘줄행랑’의 어원이기도 하다.

불리한 자신의 흐름을 냉철하게 인정할 줄 알고, 자존심을 낮추고 모멸감을 참을 줄 아는 자만이 36계 주위상을 펼칠 수 있다. 그래야만 또 다른 기회를 만들 수가 있기 때문이다.

지금 아들에게 필요한 것은 이러한 마음의 자세가 아닐까.. 물론 자신의 타고난 그릇과 현재 운의 흐름을 알고 있다는 전제(前提) 하에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