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학교 1 학년 딸아이가 한 달째 학교를 가지 않는다…

아예 방에서 나오지 않고 밥 먹고 토하기를 반복하고 있다. 부모와의 대화는 언감생심이다. 소아 정신과 치료도 받는다고 하지만 차도는 없다…

사춘기일까요?.. 어머니의 이야기다.



딸아이의 명국(命局)을 보니 타고난 그릇이 마치 가뭄으로 바짝 마른 논바닥처럼 밑바닥이 훤히 드러나 보인다. 세상을 살아가기 위해서는 삶의 에너지는 계속 소비가 되는데 그릇을 채워주는 삶의 영양분이 제공되질 않고 있다.

삶의 영양분은 다름 아닌 부모님의 관심(觀心)과 애정(愛情) 아울러 소통(疏通)과 교감(交感)인데 그러한 교류가 보이질 않는다는 것이다. 집에서의 생활이 이러하니 학교생활 또한 재미가 없는 것은 당연지사.. 극심한 스트레스는 아이를 결국 궁지로 몰아간다.

타고난 그릇의 바닥이 보이는 아이는 보이지 않게 그릇을 채워줘야 한다. 그릇을 채우는 과정이란 가정에서의 경험(經驗)이요 학교에서의 교육(敎育)이요 친구들과의 사회적 만남이 된다. 이러한 과정에 익숙하지 않은 아이는 당연히 어른이 되어서도 사회생활의 부적응(不適應) 자가 되기 쉽다.

특히 이 아이처럼 자동으로 그릇을 채워주는 자리가 없는 아이들은 알아서 자기 스스로 그릇을 채우는 생각이나 행동이 익숙하지 않다. 주로 어머니들이 “넌 왜 그렇게 네 꺼를 챙기지 못하고 당하고만 사니” 하며 속상해 하는 아이들이다. 이러한 유형의 아이들은 부모의 역할이 무엇보다 중요하다.

심하면 아이들 사이에서 스스로 따를 하거나 왕따를 당하거나 경험하는 것은 시간문제이다. 이러한 문제의 시발점은 가정이다. 사회생활의 시작은 가정에서 경험하는 자신감이 기본이 된다. 집에서 부모와 대화가 단절이 되는 한 문밖에서의 생활은 보지 않아도 뻔하다.



…아버지가 정신과의사이고 자기 또한 딸아이한테 잘하고 있는데 무슨 이야기냐며 어머니는 발끈해 한다..

예상대로 어머니 역시 타고난 명국에는 자녀와 소통(疏通)하는 자리가 없었다…

어머니의 생각과 감정은 타인에 의해 쉽게 조정되는 성격이 아니다. 삶의 방식은 나름 자신만의 원칙을 정해놓고 그 안에서 아이를 가두어 두고 있다. 아이의 부족한 점은 아랑 곳 하지 않는다. 특히 이러한 성격은 타인의 의사는 크게 고려하지 않는 훈육하고 지시하는 경향이 강하므로 부모가 되었을 때는 자녀 마음읽기에 큰 신경을 써야한다.



하지만 딸아이가 거식증에 걸린 진짜 이유는 따로 있었다.

상담자인 어머니 또한 삶의 스트레스가 심한 상태였는데 원인 제공자는 딸의 아버지인 남편이었다. 어머니 자신의 명국에서 남편의 모습은 아내에게 자기 역할(役割)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있었다. 사실 남편에게 받는 스트레스가 고스란히 딸에게 전해지고 있는 것이었다.

남편에게 받는 스트레스를 아이에게 풀지 말라고 하자, 갑자기 얼굴 표정이 굳어지며 벌겋게 달아오른다…

종합병원 간호사로 근무할 때 지금의 남편을 만났다. 사랑이라는 이름으로 결혼을 하였지만 의사인 아들이 간호사와 결혼하였다는 현실은 결국 시댁과 처가의 갈등으로 번졌다. 남편이 자신과 친정식구들을 무시하는 태도와 말들로 인하여 정신적 스트레스가 극에 달한 상태였던 것이다.



결과적으로 딸의 거식증은 부부사이의 갈등이 원인이 되어 고스란히 딸에게 보여지는 것이었고, 아이는 그것을 그대로 감내하고 있었던 것이다.​

어머니는 한참을 흐느끼다 한마디 한다.
“사실 딸아이가 무슨 잘못이 있겠습니까!.. 모든 것이 우리 부부 문제인데요..”

“제가 아무리 성격이 강하다고 해도 의사인 남편에게 말로는 제가 이길 수 없어요. 우울해 하면 약을 먹으라고 하지만 그것도 하루 이틀이지요..”

“부부 문제로 아이까지 스트레스를 받는 것 같아 제가 더 미안하네요..”

[남편분이 다른 과도 아닌 정신과의사이니 딸에 대한 의약 처방은 당연히 잘하시겠지만… 지금의 딸아이에게는 두 분이 보여주는 안정이라는 마음의 처방이 더 필요할 것 같습니다.]

종종 상담하게 되는 자녀와 부모와의 갈등은 대부분 어머니에게서 문제와 그 해답을 찾을 수가 있었다. 대부분 원인 제공자도 어머니요 해결책을 가지고 있는 사람도 어머니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 딸아이의 문제는 먼저 부부간의 갈등해소가 선행되지 않는 한 쉽게 해결되지 않을 것 같다.

가정의 달 5월이다. 진정한 가족의 행복은 무엇일까를 생각하게 하는 가족이야기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