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활의 공간과 마음의 공간




직장 생활을 하면서, 미국 회사에 오래 다니다 보니, 93년부터 모바일 오피스 환경을 체험하게 되었고 어느덧 그 환경에 익숙해지게 되었다.

나를 위한 공간이 없으니, 출근해도 옷을 걸어 놓을 곳도 없고, 들고 간 가방을 보관할 곳도 마땅치 않았다. 모든 것을 공용으로 사용하다 보니, 자연스럽게 짐도 줄어들게 되고 자료들도 읽어 보고 바로 처리해 버리는 것이 습관이 되어 버렸다. 그리고, 무엇을 쌓아 놓고 산다는 것이 부담되고 어색한 행동으로 생각되었다

그런 생활을 20여 년 하다 보니, 나중에 승진을 해서 내 책상과 사무실을 가지게 되어서도 짐이 없어서, 마치 주인 없는 책상인 듯 보여진다고 주변 사람들이 이야기 하곤 했다. 특히, 중원대에 와서 초기에 디자인과 교수님과 같이 방을 사용했던 적이 있었는데, 같은 방에 있는 두 개의 책상이 너무 대조적이어서 많은 사람들에게 웃음을 주었던 적이 있었다

책상 A(디자인과 교수) : 책 10권, 휴지 2개, 전등 3개, 스피커 3개, 컴퓨터 본체 2, 큰 모니터 2개, 키보드 2개, 필기와 잡동사니 40개 정도, 출판물/초청장 등 30개, 커피 재료 및 커피가는 기계, 벗은 옷 3벌, 모형 조각 4개 등등….

책상 B(컴퓨터과 교수 : 나) : 모니터 2개, 키보드 1개, 마우스 1개, 노트북 1, 볼펜 1 . 끝.

오랜 세월 직장 생활을 하면서, 짐 없이 지내다 보니 한가지 사실이 분명해졌다. 그것은 “짐이 많은 것이 나를 과시하고 일을 잘한다는 것을 의미하지 않으며, 행복한 직장 생활을 하는 것과도 무관하다.”는 점이다.

직장 생활을 하면서 무언가를 가지게 되는데, 미련 때문에 버리지 못하고 수많은 자료와 관련 물건을 보관하고 있는 후배님에게 이 말을 꼭 하고 싶다

“내가 진짜 가져야 하는 것은 마음의 공간이다. 그래야 진실을 진실로 보고, 다른 사람을 오해 없이 받아들이고 이해할 수 있게 된다. 책상의 공간은 무언가로 채워져서 계속 나를 무겁게 하지만, 마음의 공간은 시간이 가면서 사랑으로 채워져서 나를 행복하게 한다.
그리고, 내가 진짜 가져야 하는 것은 넓은 책상, 꽉찬 책장, 권위있는 표정, 학벌 그리고 남을 압도하는 논리가 아니라, 사회인으로서의 기본기이다. 출근할 때 구두를 닦는 것, 깨끗하게 손질된 옷과 올바른 걸음걸이, 열린 마음으로 상대방의 말에 귀 기울이는 자세, 정확한 일 처리, 남을 배려하는 예의 바른 행동과 말투이다. 기본기는 내가 무슨 일을 하던, 언제 어디에 있던 사용할 수 있는 무기이면서 내 마음의 공간을 넓히는 가장 좋은 도구이다.”

내 책상도, 사무실도 없고 마땅히 쉴 만한 공간도 없지만, 그런 나의 회사에는 내가 담당하는 역할이 있다. 즉, 물질적이 아닌 사회인으로서의 나의 공간이 확보되어 있는 것이다.

보이는 것이 다가 아니다. 큰 방에 앉아 폼 잡고 앉아 있는 것 보다, 같이 사용하는 좁은 회의실에서 사람들과 행복하게 회의하고 서로가 신뢰로써 좋은 결과를 얻어 낸다면 나는 사회인으로서 나의 공간을 충분히 가지고 있고 잘 활용하고 있는 것이다.

모바일 오피스를 하니까, 소속감이 떨어지고 일의 능률이 오르지 않는다고 불평하던 후배님에게 마음의 공간을 확보하라고 이야기하고 싶다. 그 공간은 아무도 손 댈 수 없으며, 무한히 크고, 편한 곳이다. 이제 마음의 공간을 가득 채우기 위하여 당신의 실천이 필요하다. 그리고 이것은 반드시 보상이 된다.



실천의 예를 달라고? 먼저, 기본기를 닦으면서 시작해 보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