저출산 고령화 현상은 한국과 일본이 비슷하다. 초고령화 국가인 일본의 인구구조를 우리나라가 따라가고 있다. 1990년대 이후 일본처럼 경제도 저성장 추세를 쫓아가는 양상이다. 저성장과 고령화 시대를 맞아 많은 사람들의 관심은 길어진 노후를 어떻게 안정되게 보낼지로 모아진다.

2월3일자 니혼게이자이신문이 보도한 안정된 노후를 위해 50대에 해야할 세 가지는 참고할 만하다. ‘퇴직 후 빈곤층으로 살 것인가, 안정된 노후를 맞을 것인가’ 특집기사에서 전문가들은 노후에 경제적 위기를 겪지 않으려면 50대 생활이 매우 중요하다고 지적한다.

50대에 꼭 해야 할 세 가지는 △연금생활에 들어가기 전 현재 가계(家計)를 재점검하고 △부부간에 정년 후 자금 상황을 자주 상의하고 △금융기관 활용 방식을 바꿔 투자 경험을 미리 쌓는 것이다.

노후생활의 안정을 결정하는 승부처가 50대의 생활 방식이라는 게 이신문의 결론이다. 결혼 연령이 높아지면서 50대는 자녀 교육비가 정점에 달하는 시기가 됐다. 교육비 부담에 억눌리면 연금 수령이 시작돼도 생활고에 빠질수 있다. 일본보다 사교육 부담이 훨씬 큰 우리나라에선 더 설득력 있게 다가온다.

일본에서 ‘50대는 노후자금을 저축할 시기’라는 기존 룰도 깨졌다. 일본 여성의 첫째 아이 평균 출산 연령은 30.4세(2013년 기준). 30년 전에 비해 4세 올라갔다. 남편이 3세 연상일 경우 첫째 아들이 대학을 졸업할 때쯤 남편 나이는 55세가 된다. 둘째 아이가 졸업하면 정년 직전이다. 50대가 돼도 매년 교육비와 노후자금의 균형을 잡기가 어려워지는 배경이다.

전문가들은 자녀가 대학에 입학한 후 학비를 준비하면 늦다고 충고한다. 초중고 12년 동안 대학 학비를 미리 조금씩 대비하는 게 좋다. 대학생 자녀가 학비의 일부를 스스로 준비하도록 부담을 나누는 것도 필요하다. 교육비 부담을 줄이는 대신 노후자금을 늘리라는 주문이다. 60세 전 노후에 필요한 자금의 70% 정도를 마련하라고 조언한다.

50대는 퇴직 전 돈의 ‘활용 방식’을 바꿀 수 있는 최후의 시기다. 저축을 할 수 없는 가계 상태에서 연금생활에 들어가면 경제적 어려움에 직면할 가능성이 크다. 투자 컨설턴트인 요코하마 씨는 “50대는 소득의 70%를 소비, 25% 투자, 5% 낭비로 구성하는 게 좋다”고 제시했다.

대부분 부부들은 50대에 상호 대화가 줄어들고, 부부 사이도 소원해진다. 정년 후 사용할 자금 상황에 대해 부부가 허심탄회하게 자주 상의하는 것도 필요하다. 투자 미경험자는 소득의 일정액으로 투자를 시작하는 것도 방법이다.

일본은 한국에 비해 정년도 길고, 연금제도도 잘 정비돼 있다. 중장년층의 가계저축도 훨씬 많다. 그럼에도 50대가 노후의 안정된 생활을 준비할 마지막 기회라는 지적은 공감이 간다. 정년이 빠르고 저축이 적은 우리나라에선 노후 준비를 40대로 앞당겨야 할지도 모르겠다.

최인한 한경닷컴 뉴스국장 janus@hankyung.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