손연재 그리고 김연아

대한의 건아들이 참으로 대견스럽다. 오늘 새벽 일본을 꺽고 동메달을 획득한 한국축구팀은 다시 한번 한일월드컵의 감격을 재현해주었다. 월드컵의 4강신화는 히딩크라는 명장이 있어서 가능했지만, 이번 런던올림픽은 우리의 피와 땀으로 일궈낸 순수국산의 결산이라서 동메달이더라도 금메달보다 더 빛이 난다. 결승전에서 브라질을 꺽고 우승한 멕시코와 비겼던 우리로서는, 특히 브라질전의 심판 편파판정으로 큰 아쉬움을 남겼지만, 욕심을 부릴 것은 아니다. 편파판정으로 억울함을 당하지 않도록 스포츠외교는 또 제대로 해나가야겠지만, 우리의 현실에 비춰볼 때 이번의 쾌거는 정말 놀라운 기적을 일궈낸 것이다. 도대체 그 비결이 무얼까?



한마디로 말해서, 그 비결은 땀과 정신력이라고 생각한다. 부상과 고통을 견딘채 유도의 금메달을 딴 김재범은 자신있게 말했다. “나만큼 땀흘린 사람은 없을겁니다.” 정말 가슴을 울리는 한마디이다.

메달은 없지만 한국 최초로 리듬체조 결선에 올라 5위라는 발군의 성적을 올린 손연재의 초등학생시절 그를 가르친 김유경선수는 손연재를 이렇게 기억했다. “보통 아이들은 혼을 내면 아래를 쳐다보잖아요, 연재는 제 눈을 똑바로 쳐다봐요. 왜 똑바로 보냐고 했더니 ‘한마디도 안놓치려고요’라고 하더라구요.” 참으로 될성부른 나무는 떡잎부터 다르다는 말 그대로이다. 바르셀로나올림픽에 출전했던 김유경선수는 어린 소녀 손연재의 재능을 한눈에 알아보고, 그를 가르쳤다. 그야말로 선수가 선수를 알아본 셈이다. 啐啄同時라는 말도 있지만, 일이 되고 공이 이뤄지는 행복한 경우이다.

그러나 필자를 더욱 놀라게 한 것은 18살 소녀는 이미 작년초부터 홀홀단신 러시아의 체조센터에서 하루 10시간의 혹독한 지옥훈련을 견디며 매일 13시간씩 연습을 해왔다고 한다. 다소 과장은 있을 수 있을 것이다. 하지만 가녀린 소녀의 몸으로 가족도 친구도 통역도 매니저도 없이 혼자서 그 모든 과정을 견뎌왔다는 사실은 정말 대단한 일이다. 세계 1.2위를 다투는 선수들의 틈바구니에서 텃새도 만만치 않았을 텐데, 그 춥고 낯선 이역만리 혼자서 얼마나 힘들고 외로웠을까? 제대로 먹지도 못했을텐데, 한마디 말도 못했을텐데, 그 외로움과 고통을 어떻게 견뎠을까? 필자도 홀로 외국생활을 겪어보았던 경험이 있었지만, 필자보다 훨씬 어린 나이에 홀로 견뎌야했을 그의 외로움과 눈물에 경의를 표하지 않을 수 없다.

이제 예쁘고 성실한 손연재는 국민요정으로 신드롬을 일으키고 있다. 손연재는 제2의 김연아가 될 것이다. 김연아는 원하는 것을 다 이룬 듯이 보인다. 손연재는 아직 이룬 것은 크지 않지만 이제 앞으로 창창한 앞길이 열려있다. 보름달과 초생달의 차이라고나 할까. 초생달은 그 미완의 가능성으로 인해서 더욱 관심을 받을 것이다. 뿐만 아니라, 방송사와 기업체에서 앞다투어 그를 모셔가려할 것이고 스타로 만들려고 할 것이다. 힘들었던 만큼 유혹은 더욱 달콤할 것이다.

그러나 갈길이 구만리 같은 靑雲萬里의 연재야

앞으로 금메달을 따더라도 부디 달콤한 꾀임에 넘어가지 않기를 바란다.

순수할 때만이 아름다운 것이란 점을 잊지않기를…

지금 예쁘고 순수한 연재야,

듣기 싫을 수도 있겠지만

앞으로 언제나 어디서든 지금의 땀과 눈물을 언제나 기억하기를 바란다

그리고 순간의 영화로움보다는 영원한 것이 우엇인지를 생각하렴.

그래서 길이 기억되는 빛나는 대한의 영웅이 되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