tv를 켰다. 목욕탕 휴게실에 젊은 남녀가 10여명이 모여 앉아서 희희덕거리고 있었다. 채널을 돌리니, 선글라스에 원색바지를 입은 젊지않은 남자 둘이 “난 오늘 바람났어”란 노래를 미친 듯이 부르짖고 있었다. 다시 채널을 돌리니, 해병대원인지 만주족인지 괴상한 머리를 한 젊은이가 악을 쓰고 있었다. 다시 채널을 돌리니, 국회의원이니 교수니 하는 늙은 정치꾼들이 자기 주장만 되풀이하면서 야비한 말싸움을 하고 있었다.



tv를 껐다.
조용해졌다.

창밖엔 오래간만에 가을비가 내리고 있었다.



가을비(秋雨) /임채우

유리창에 가을비

한밤에 듣는 성긴 빗소리

정든 님은 언제나 돌아올까?

거문고를 멈추고 눈물로 쓴 편지 한장

璃窓秋雨滴

坐夜聽聲踈

何日情人返

罷琴草淚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