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객은 왕이다. 그건 맞는 말이다. 때로는 고객이 틀릴 때도 있다. 악질적인 고객(Black Consummer)도 있고 품질이 떨어지는 손님도 있다. 그렇다고 그런 고객을 무조건 외면만 할 수 없을 때가 있다.



얼마 전, 대기업의 교육을 담당하는 고객으로부터 강의요청이 왔다. 먼저 문자로 보내온 내용을 보니 무슨 교육을 한다는 건지, 어떤 목적을 갖고 이런 강의를 하겠다는 건지 도무지 알 수가 없었다. 용기를 내어 전화를 걸었다. 설명하는 내용을 들어 보니, 아주 급하다고 하는데 이해할 수 없는 부분이 있었다. 말하는 언어나 말투 또한 제대로 된 교육담당자라고 인정하기 어려웠다.



“뭐, 이런 사람이 다 있어? 그만 두라고 할까?”하는 생각도 들었지만, 큰 마음 먹고 용기를 내어, 끈질기게 설명을 하고, 설득을 하면서, 정면으로 돌파(Confronting)하기 시작했다.



“그렇게 막연히 말씀하지 마시고, 그 교육의 목적과 기대 효과, 교육 참가자들의 연령이나 주요 경력, 업무 경험 분야, 강의에서 주로 다루어야 할 내용, 중점적으로 강조해야 할 사항, 경영자가 원하는 목표 등에 대해 상세하고 정확히 알아 보신 후, 다시 연락 주세요. 아무리 급하다고 해도 이 건은 시급하게 처리할 수 있는 사항이 아닙니다. 그렇게 급하면 미리 준비를 했어야지요. 그렇게 급한 일을 여태까지 하지 않고 갑자기 어떻게 하란 말씀인가요? 그리 급하면 다른 곳에 알아 보시던지요.”



누가 “갑”이고 누가 “을”인지 모를 정도로 지루하고 긴 대화가 이어졌다. 상대방입장에서는 전화를 끊으며, 그만 두라고 할 법도 했는데, 그 사람 또한 끈질기게 참아가며 내 말을 듣고 있는 듯 했다. 갑과 을의 여부를 떠나 “잘 모르는 내용은 제대로 설명해야 할 필요가 있다는 점”도 강조했다.



그 후, 사흘 동안 작업을 하면서, 그 담당자와 수시로 의견을 주고 받으며, 자료를 수정하고 보완해서 보낸 지 일주일 만에 연락이 왔다. 보내 준 내용대로 진행을 하기로 했으니 교안을 보내달라는 거였다.



고객은 왕이다. 그러나 그렇지 않을 때도 있다. 그런 고객 중에는 업무를 잘 모르거나, 마음은 착하고 순진한데 경험이 없거나, 윗사람이 윽박질러서 할 수 없이, 강요를 받아 처리하는 듯이 느껴지는 분들도 있다. 그런 고객들은 어리석다고 외면하거나, 기분 나쁘다며 따돌린다면 그들은 계속 그렇게 할 것이다.



마음이 조금 아프거나 부담이 가더라도, 가르치는 마음으로, 고객을 위하는 마음으로, 긍정적인 의도를 갖고 진실을 표현하면 그 고객은 안다. 자신을 위해. 도움을 주고자 하는 마음으로, 제안과 의견을 전달하고자 한다는 사실을 상대방은 안다.



그럴 때 필요한 게 “진정한 용기”이다.



요즘, 그 고객과의 대화는 더욱 진실해지고 더욱 가까워지고 있음을 느낀다.

아마도 “서로 배우고 익히며 성장하는(敎學相長)” 미래를 기대하는 듯 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