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파트 공원을 거닐다 잠시 걸음을 멈추고, 꽃밭에서 날고 있는 나비 몇 마리를 발견한다. 가까이 다가가서 나비의 날개를 상세히 살펴본다. 다양한 색상과 모양으로 조화를 이루어 예쁜 모습을 하고 사뿐히 날아가는 그 나비에게 미묘한 질투를 느낀다. 사람에게 저렇게 아름답고 부드러운 날개나 피부가 있는가?


바람에 흩날리는 라일락 꽃 향기를 맡으며 잠시 라일락 나무를 향해 다가간다. 꽃 향기에 취해 갈 길을 잊고 생각한다. 인간에게 이렇게 향기로운 냄새가 나는가?

바닷속에서 여러 종류의 고기들이 헤엄치며 살아가는 영상을 본다. 무리를 이루어 움직이면서 절대로 부딪히지 않는다. 하늘을 날아가는 새들도 서로 부딪히지 않으며 양보하고 피해간다. 길도 없고 신호등도 없는 물속에서, 하늘에서 어떻게 동물들은 부딪히지 않고 아무런 사고 없이 잘도 다닐까?


차선도 있고 신호등도 있고, 하물며 경찰까지 있는데 부딪히는 차량이 얼마나 많은가? 도로교통 안전에 관한 법이 있고, 시행령이 있고, 규정과 규칙까지 만들어 놓고도 음주운전과 교통사고는 줄어들지 않는다.



온갖 법과 규칙이 있는데도 매년 수백가지 법을 만들고 시행령을 제정한다. 백년에 한 번 쓸까말까 한 법이 있고, 법이 없어도 문제가 없는 사안까지 미리 법을 정해 놓고 법의 구속을 받으며 일을 그르치게 하고 불편한 생활을 하게 한다.

영어, 수학, 법률, 행정학, 정치학, 과학, 생물, 역사, 컴퓨터, 철학 등을 무지막지하게 공부하고 해외 최고의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몇 개씩 받아온 학자들이나 정치인들이 많이 있다. 그들 중에 좋은 자리에 앉아서, 천박하고 기이한 용어로 국가의 최고지도자를 욕하고 국민을 무시하는 사람들이 있다.



돌에서 캐낸 여러 가지 물질과 동물들을 못살게 해서 얻어낸 재료들로 온갖 치장을 하며 나비보다 아름답고 꽃보다 찐한 향기를 내기 위해 몸부림을 치는 사람들이 있다. 50만원밖에 하지 않는 보석을 500만원에 샀다며 무식을 자랑하는 사람이 있고, 3만원의 가치도 없는 향수를 30만원에 샀다며 허영을 뿌려주는 사람도 있다. 오랜만에 만나면 온몸에 칼을 대고 약을 바르고 피부과와 성형외과와 백화점을 돌아 다닌 이야기만 한다.



대학을 다니고, 군대를 갔다 오고, 성인이 된 후에도, 스스로 길을 찾지 못하고, 스스로 할 일을 하지 않으면서 위로 받고 싶어하며 멘토를 찾아 다닌다. 취직을 하고 직무를 맡았어도 어떻게 일을 배우고 일을 잘 해야 하는지를 묻는다. 스스로 찾아보고 노력하는 게 귀찮은지 두려운지 모르겠다.


인간은 밤새워 공부하며 배울 가치가 있는가?
배운 것만큼 우아하고 예의 바른 인간이 되는가?
스스로 할 줄 모르는 인간에게 선행학습까지 시켜가며 온갖 학대를 하며, 공부를 하라고 강요할 필요가 있는가?


인간은 행복해야 하는가? 정말 성공해야 하는가?
무엇이 행복한 성공인가?

인간은 자연의 법칙을 지키고 있는가?

인간은 동물이나 짐승보다 지혜로운가?

몽테뉴의 수상록을 읽으며 생각에 잠기는 휴일 아침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