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회의원이 여성비하 발언을 하여 곤혹을 치르고 장관 후보자가 거짓말을 하여 낙마를 한다. 지도층에 있는 분들이 다듬어지지 않은 생각을 아무 때나 이야기하고, 합의하지 않은 정책을 제멋대로 노출해서 국민을 혼란스럽게 하여 사회적 갈등을 부추기고 있다.



방송에서는 막말이 쏟아지고, 학생들 사이에서는 천박한 수준의 대화가 자연스럽게 오가고 있지만 아무도 문제로 보지 않는다. 권모술수에 뒤엉킨 정치인들의 말과 글은 국가적인 위기까지 몰고 온다. 수시로 번복하고 뒤바뀌는 말장난에 국민들은 상처를 받고, 이해할 수 없는 거짓말에 신뢰가 무너지며 갈등비용은 증폭되고 있다.

인터넷과 휴대폰이 세계적인 수준으로 발전하고 있지만, 말과 글의 품위와 개개인의 인격은 온데간데없고, 세계 최고의 성장을 구가하고 있다는 나라의 교양과 문화 수준은 급격히 퇴보하고 있다. 국가와 사회의 품격이 무너지고 있는 것이다.



최근 의사소통이 사회의 최대 이슈로 대두되고 있다. 국민과의 의사소통은 물론, 경영현장에서도 커뮤니케이션도 쉽지 않다고 아우성이다.

왜 그럴까?




아무리 화려한 미사여구(美辭麗句)로 치장하고 다듬어도 진실하지 않은 말과 글을 효과가 없다. 온갖 형용사 부사를 갖다 부치며 어떠한 수사(修辭)로 말과 글을 꾸며도 상대방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 없으면 들리지 않는다. 이는, 말하는 사람과 듣는 사람, 글 쓰는 사람과 읽는 사람 사이에 큰 차이가 있기 때문이다. 그 차이를 줄이지 않으면 대화와 소통은 이루어질 수 없다. 어떤 차이를 줄여야 할까?





첫째, 서로의 정신 상태와 신념, 마음에 대한 이해 수준이 같지 않으면 소통되는 게 아니다.

서로의 신념이나 믿음이 통해야 말과 글이 제대로 전달되고 이해되는 것이다. 말하기 이전부터 맺어온 과정에서의 신뢰 형성이 필요하고 평소에 보여 주는 행동과 몸가짐으로 상대의 마음을 얻지 못하면 의사소통은 이루어지지 않는다.




둘째, 상호간의 인간관계가 의사소통의 가능성을 좌우한다.

지도자들이 국민과의 관계를 원활히 하기 위해서는 더욱 가까이 다가가야 하고, 국민들이 원하는 게 무엇인지 정확히 판단해야 한다. 경영자와 직원간의 관계가 부드럽지 않거나 서로의 입장에 대한 판단에 오류가 있다면 기업조직에서의 커뮤니케이션은 성공할 수 없다.




셋째, 서로의 감정이 교류되지 않거나 숨겨 놓은 의도가 먼저 열려 있지 않으면 말과 글은 통하지 않는다.

위험을 무릅쓰고 솔직할 수 있어야 하고, 실수와 실패를 감당할 용기가 있어야 의사소통은 이루어진다. 상대방의 판단을 두려워하면서 이야기를 하거나 훗날의 평가를 염려한다면 대화는 자연스러울 수 없다. 주고받는 대화 속에서 트집을 잡으려 하거나 상대를 믿지 못해 후환을 두려워하면서 말을 해야 한다면 너무 슬픈 일이다.




위와 같은 의사소통의 전제 조건 즉, 양자 간에 걸러지는 해석과 판단의 차이(Communication Filtering)를 극복하지 않으면 의사소통은 어려울 수밖에 없다.

의사소통 능력을 향상시키고 커뮤니케이션 기술을 배워야 한답시고, 말하는 재주와 글 쓰는 요령을 먼저 익히려고 해서는 곤란하다. 매끄럽지 않은 말이라 해도, 다듬어지지 않은 글이라 해도 솔직하고 진심 어린 마음과 기본에 충실한 인간적 대화가 되도록 노력해야 할 것이다.

이는 정치지도자뿐만 아니라 사회 각계각층의 어른들부터 제대로 실천해야 할 자세이다.



개개인의 생활은 물론 대인관계나 사회생활, 기업 조직이나 단체 생활에서 모든 의사소통은 말 재주나 글 솜씨가 아니라 인간에 대한 이해와 존중이며 상호간의 믿음과 신뢰가 우선이다.

커뮤니케이션은 기술이 아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