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래 전부터, 우리 나라의 어느 사업가가 미국 디즈니랜드를 서울로 유치하려고 노력해 왔으나 최근 상하이로 결정되었다. 죽 쑤어서 개 주고, 닭 쫓던 개 지붕만 쳐다 보는 꼴이다. 아쉽기 그지 없다.

바로 엊그제 미국의 벨 연구소가 마포 상암동으로 옮겨 오기로 했다는 소식이다. 반가운 일이다.





요즘 세종시 문제로 전국이 떠들썩하다.



만일, 정말 만약에. 절대 그럴 리가 없겠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정말 만일에.




디즈니랜드를 세종시에 끌어 들이고, 미국 벨 연구소를 세종시로 유치해 오고, 미국의 홉킨스 병원을 세종시에 세우고, 영국의 옥스포드 대학의 한국분교를 세종시에 설립한다면, 어떤 현상이 벌어질까?

그리고 가끔 배용준과 비, 보아와 장동건 등의 스타들이 춤추고 노래한다면 얼마나 많은 사람들이 세종시를 드나들까?



아마도 중국과 인도, 일본과 인도네시아 등지의 갑부들 수백 수천만 명이 청주공항을 이용하려고 해서 공항과 고속철도는 하루 종일 북새통을 이룰 것이다. 그러면 그 근처의 식당과 영화관, 렌터카 회사와 택시들은 얼마나 바쁠까?

소리 없는 비명으로 너무 기뻐서 모든 주민들이 몸살이 날 것이다. 그러면 천안 탕정 지역처럼 갑자기 길을 넓혀야 하고, 신호등과 표지판을 영어와 일본어 중국어 등으로 바꿔 달아야 할 것이다. 그러면 또 간판 만드는 회사와 건설 토목회사들은 덩달아 돈더미에 올라 앉을 것이다. 투기하지 않고 땅값이 올라도 걱정 없이 세금을 내려 할 것이다.





그렇게 하고자 하면 또 반대하는 사람들이 있겠지.



지금 돈 벌고 있는 유원지 사람들과 해당 지역의 기존 병원들과 극장들이 손님 빼앗긴다고 아우성 치겠지. 더 큰 기회를 잃고 한숨만 지으면서 그냥 지금처럼 어렵게 사는 게 낫다고 우기겠지.





또 반대하는 사람이 있겠지.



다른 지역 사람들일 게다. 왜 그 지역에만 외국 병원을 유치하게 하느냐고. 왜 그 지역만 외국대학을 설립하게 해 주냐고. 한국에는 세종시 밖에 없는 거냐고… 그 이유와 핑계는 한이 없을 것이다.

곳곳의 농민들과 상인들과 정치인들이 뒤엉켜 전국적으로 들고 일어 날 것이다.



그래서 우리는 맨날 이렇게 살 수 밖에 없고, 그래서 대기업들이 외국으로 해외로 진출하려 하는 거지. 그러니 일자리는 만들어질 수가 없는 거지.



그래 그냥 이렇게 살지 뭐. 이 정도면 충분하니까. 아직은 견딜 만 하니까.



중국이 압록강과 두만강을 개발하고, 후진타오가 아프리카 정상들과 친구가 되어 아프리카 철광석과 석유와 목재를 싹쓸이 하는 시기에, 일본이 미국과 협력체계를 강화하고, 러시아의 푸틴이 유럽 27개국 정상들과 친구가 되는 사이에 우리는 우리끼리 싸우고, 현재에 만족하면서…



국민들은 국가예산도 회기 기한 내에 처리하지 못하는 나리들의 무능과 직무 유기를 관대하게 봐 주면서, 그냥 분노와 응어리를 삭이며 견디어 내겠지.



10만㎢도 되지 않는 땅덩어리에서 천년 동안 당파싸움을 해온 버릇이 어디 가겠나? 글로벌화는 기업들만 하는 거니까. 정치는 글로벌과 관계가 없으니까.



해마다 잊지 못할 큰 일을 너무 자주 치르는 국민으로서 연말이 되니 슬픈 생각이 드는 아침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또 다른 희망은 있다.

망하기 전까지 기다릴 줄 아는 민족이니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