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 경제, 사회, 문화, 교육 등 모든 면에서 국내외 사정이 어려운 지경에 빠져들고 있다. 뭐 한가지 시원한 게 없다. 자원과 식량전쟁으로 저 세계가 수렁에 빠지는 듯하다. 쓰지 않고 절약하는 것만이 최고의 미덕으로 떠오르고 있다. 진정 역사는 반복되는 것인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낭비해도 좋은 것들이 있다. 얼마든지 아니, 낭비하면 할수록 좋은 것들이 있다.



첫째, 책을 사는데 지출하는 돈이다.

사서 읽지 않고 쌓아 두든지, 이삿짐 나를 때마다 부부싸움을 하든지 하면서도 책은 무조건 사는 게 좋다. 많이 샀다가 반도 읽지 않아 책에게 미안하고, 골라서 버릴 때는 양심의 가책도 느끼지만 그래도 많이 사서 가까이 두게 되면 익숙해지고 친해지고, 결국은 읽게 된다.

술 마시거나 놀러 다는 것보다 훨씬 가치 있고 의미 있는 게 책 사는 버릇이다. 혹자는 그것도 습관이고 낭비벽이라고 하며, 책 읽어서 부자 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책은 많이 사고 많이 읽어야 한다. 낭비가 될지라도.




둘째, 공부하는데 지출하는 시간이다.

이는 얼마든지 낭비해도 된다. 공부 잘한다고 부자 되고, 공부한다고 출세하느냐고 묻는 사람도 있지만, 그래도 공부한 사람이 공부하지 않은 사람보다 삶의 질(質)은 나아지게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서 공부란 가방 끈의 길이나 학벌, 학력(學歷)을 말하는 게 아니다. 늘, 수시로 시간 날 때마다 틈날 때 마다, 배우려고 노력하는 것이다.

책에서 배우고, 사람에게 배우고, 좋은 신문 꼼꼼히 읽고, 남의 경험을 듣고 하는 등 배우려고 하는 모든 종류의 노력을 뜻한다. 이와 같은 배움의 시간은 얼마든지 낭비하고 써 버려도 부족함이 없다.




셋째, 땀과 눈물이다.

위와 같이 책 읽고 공부하고 배우고 일하는 데는 반드시 땀과 눈물이 흐른다. 일해서 돈 벌고, 원하는 삶의 가치를 느끼고, 자기 존재의 이유를 실현하려면, 땀과 눈물이 따른다. 때로는 피도 흘려야 한다. 자유는 공짜가 아니기 때문이다.(Freedom is not free.)

신기하게도 우리의 몸은 스스로 치유하는 능력이 있다. 피를 흘리면 피를 멎게 하고, 땀이 흐르면 땀을 샘솟게 하며, 눈물을 흘리면 눈물이 또 생긴다. 그래서 아무리 많은 땀과 눈물을 흘려도 죽지는 않는다.(피는 제외)



결국, 지금의 모습은 그 동안 흘린 땀과 눈물의 결과이며 10년, 20년 후의 모습은 지금부터 흘리고자 하는 땀과 눈물의 양과 질에 따라 결정된다.



물론, 자신의 땀과 눈물은 아껴 두고 남의 눈에서 눈물 나게 하고, 다른 사람의 땀으로 먹고 살고, 심지어 다른 사람에게 피를 흘리게 하면서 먹고 사는 동물도 있다. 그런 인간도 있다. 그러나, 죽을 때 후회하지 않고 잘 죽으려면 잘 살아야 한다.

잘 사는 방법의 가장 좋은 지름길은 자신의 땀과 눈물을 흘리며 책을 읽고 공부하며 일하는 데 많은 낭비를 하는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