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학생의 의식 조사에서 하고픈 일을 하고 원하는 직업을 찾는데 외국어 능력이 아주 중요하다는 의견이 압도적이었다. 많은 직장인들이 영어 한 가지라도 유창하게 잘 했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한다. 매년 초가 되면 올 한 해 외국어 한가지는 마스터해야겠다고 다짐하지만 연말이 되면 별로 달라진 게 없어 아쉬워한다.



쉬운 일은 아니지만 잘 할 수 있는 방법 몇 가지를 소개하면서, 필자의 영어실력과는 관계가 없음을 미리 밝힌다.



첫째 원서를 자주 대하는 것이다.



자신의 전문분야나 관심을 갖고 있는 부분의 책을 원서로 한두 권 사서 가끔 펼쳐 본다. 시간을 내어 집중해서 자세히 읽어 보면 더욱 좋겠지만 평소 외국어를 가까이 대하지 않던 사람은 낮설고 어렵게 느껴진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책 몇 권을 책상에 올려 놓고 수시로 펼쳐 보고 넘기다 보면 알기 쉽게 설명한 그림이나 도표가 눈에 들어 온다. 설명을 정확히 읽지 않아도 이해가 갈만한 내용이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본문을 자세히 읽어 보기도 한다.



미리 어렵다고 생각하지 말고 우선 사서 들고 다닌다. 들고 다니다 보면 한두 페이지라도 읽게 된다. 나중엔 책에게 미안해서 읽게 된다. 1~2년 동안 한 권만 다 읽어도 뿌듯함을 느낄 수 있다.

그런 과정을 통해 전문 분야의 용어를 익히게 되고, 문장에 관심을 갖다 보면 익숙해진다. 3~5년이 지난 어느 날에는 원서를 두어 권씩 들고 다닐지도 모른다.





둘째, 영어방송을 시청한다.



인터넷 신문을 열어 2~5분짜리 뉴스나 재미있는 사건과 주제에 관한 영상물을 원어민 방송으로 들을 수 있다. 무슨 말인지 잘 몰라도, 잘 알아 듣지 못해도 그냥 틀어 놓고 다른 일을 해도 된다. 물론 사무실에서 업무 중에 그런 행동을 해서는 곤란하지만, 출퇴근 시간을 절약하여 조금 일찍 출근하고 조금 늦게 퇴근하면서 하루 10분 정도만 할애하면 효과적이다.



집에서 TV 시청을 하는 것은 물론 더욱 좋은 효과가 나타난다. www.nytimes.com 을 열어서 첫 화면 중간쯤에 영상물을 열어 보면 확인할 수 있다. 2~3년이 지난 어느날 밤에는 외국 방송의 코미디와 영화를 유연하게 시청하고 있을지도 모른다.





셋째, 가끔 영어 신문을 산다.



매일 구독하면 더욱 좋겠지만, 전부 읽지도 않을 신문을 매일 사거나 정기구독하는 건 낭비일 수 있다. 하지만, 가끔 길거리나 전철에서 영어신문을 사서 그냥 펼쳐 보고 넘겨 본다. 읽지 못해도 되고 이해하지 않아도 된다. 신문에 어떤 단어들이 쓰여져 있고, 어떤 어휘를 알 수 없는지 아는 것도 중요하다.



때로는 사설이나 칼럼을 통째로 오려 어느 휴일 하루를 잡아 종일토록 단어를 찾고 해석하느라 씨름을 하는 것도 유용한 일이다. 1~2년이 지난 어느 날 현관 앞에는 영자신문이 매일 배달되고 있을지도 모른다.





끝으로 영어사전을 가까이 둔다.



책상 위에 한 개, 가방에 한 개 사무실에 한 개가 놓여 있다. 모르는 단어가 있거나 이해할 수 없는 문장을 보기만 하면 언제든지 즉시 사전을 펼쳐 의미를 파악한다. 기억하려고 애쓰지 않아도 된다. 그냥 문장의 뜻을 이해하기만 하면 된다. 그런 과정을 통해 어휘 한 단어 한 단어 알아 가는 게 얼마나 흥미롭고 가치 있는 일인지 알게 된다.



인터넷을 뒤져서 단어를 찾는 것은 불편하기도 하고 즉시성이 떨어진다. 한 단어를 알아도 정확히 아는 습관도 생긴다. 아는 것이 기억나지 않을 때 답답한 만큼이나 모르는 것을 알고 싶어 하는 갈증을 느끼는 일도 괴로움의 하나이다.



비싼 원서를 복사해서 보면서 절약하는 비용보다 원서를 사서 밑줄치며 읽는 즐거움의 가치가 더 중요할 수 있다. 오랜 시간 끌면서 억지로 읽은 책을 어루만지며 손때가 자욱해지도록 정이 드는 느낌을 갖는 것도 또 다른 기쁨일 수 있다.



일주일동안 쌓아 놓은 신문을 뒤적이며 좋은 칼럼이나 뉴스를 오려 다시 읽어 보는 시간도 작은 행복일 수 있다. 그런 행복의 순간과 기쁨의 시간들이 모여 인생이 가꾸어진다.



다 아는 이야기이고 쉽다고 쓴 글이지만, 실천은 쉽지 않다. 용기와 인내가 필요하다. 땀과 눈물과 피는 언제든지 흘려야 한다. 그래야 댓가가 따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