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업체 신입 사원들의 직무교육에 참석하여 강의를 한 후, 질의 응답시간을 갖는다. 가는 곳마다 공통적으로 묻는 내용이 몇 가지 있는데. 자주 나오는 질문 몇 개를 골라 필자의 의견을 덧붙여 본다. 참고로 필자는 금융회사와 IT 기업, 중소 벤처기업 등 다양한 직종의 기업에서 오랫동안 컴퓨터, 인사 교육, 영업, 컨설팅 등 여러 가지 직무를 경험한 바, 이를 바탕으로 한 개인적인 의견임을 밝혀 둔다.



1. 원하지 않는 부서에 배치를 받을 경우엔 어떻게 할까요?



회사는 한 개인의 전공과 적성을 고려하여 적합한 직무와 부서에 발령하는 것(적재적소 배치)이 가장 이상적이다. 대부분의 기업에서는 사전에 그와 같은 계획을 세워 사원을 모집하고 채용하지만, 때에 따라 충원 예정 인원이 남기도 하고 모자라기도 한다. 사원모집 당시의 최초 계획이 변경되기도 하며, 면접과 시험을 통해 전공과 무관한 역량을 가진 탁월한 인재를 발견하면 다른 욕심도 생긴다. 따라서, 사원 본인이 원하지 않는 부서에 배치되는 경우가 있는데 그 이유는 여러 가지이다.



본인조차 잘 몰랐던 역량이 경영진에게 발견되기도 하고, 재학 중에 감추어진 능력이 해당업무에 더 적합할 것으로 인정되어 엉뚱한 부서에 배치를 받기도 하게 된다. 때로는 적절한 인재를 배치하다가 특정 직무에 사람이 부족하거나 남게 되어 이를 해결하기 위한 적절한 사람으로 충원하기도 한다. 이런 결과에 따라 원하는 부서나 직무에 배치 받지 못한 사원은 기분이 상하거나 불편한 마음이 생기기도 한다. 그러나 먼 훗날, 정말 하고 싶지 않았던 일을 해 본 경험이 오히려 예측하지 못한 일을 할 때 도움이 될 수 있다.



영업직을 기피했던 이공계열 후배가 기술영업을 하게 된 직장생활에 불만이 있었지만, 훗날 벤처기업을 경영하게 되었을 때 그는, 과거의 영업 경험과 인맥관리 등에 있어 탁월한 역량을 발휘하게 되어 성공적인 사업을 영위하고 있다.





2. 내 생각이 옳은데, 상사가 이를 무시하고 전혀 다른 지시를 할 때



신입사원 본인의 생각이 옳다고 생각하지만, 상사의 판단에는 그것이 틀릴 수도 있다. 옳다고 판단하는 자신의 생각이 틀릴 수 있다는 이야기다. 또는 상사의 입장에서 신입사원의 생각이 옳은 줄 알지만 일부러 틀린 방법으로 일을 시켜 보기도 한다. 사원의 생각이나 주장에 대한 반응을 보고자 하는 것이다. 때로는 일부러 일을 어렵게 만들면서 시험해 보고자 한다. 인재를 육성하는 방법으로 바람직하진 않지만, 그런 방법을 선택하는 상사도 있을 수 있다.



한편, 실제로 신입사원의 의견이 맞고 상사 본인의 생각이 틀릴 수도 있다. 상사가 잘 모르면서도 고집을 부리며 강제로 그런 일을 시키기도 한다. 그런 과정을 통해 후배사원으로부터 일을 배우는 선배도 있다. 이럴 경우엔 그 자리에서 반론을 제기하거나 불만을 표현하지 않고, 다른 선배사원의 의견을 한 번 더 들어 보아 자신의 의견에 확신을 가진 후, 여유 있고 부드러운 환경을 조성하여 상사에게 자신의 의견을 제안해 보는 요령이 필요하다. 지시를 받는 자리에서 곧바로 상사의 의견에 토를 달거나 반대를 하는 신입사원을 유능하다고 보는 상사는 별로 없기 때문이다.





3. 오랫동안 직장생활을 하면서 후회한 적은 없는가?



한가지 일을 하면서 어찌 다른 길을 돌아 보거나 탐내지 않을 수 있었겠는가? 잘 나가는 친구의 사업이 부럽기도 하고, 자신의 직무보다 재테크에 성공하는 동료들의 재주를 보며 아쉬움도 느꼈다. 며칠씩 철야를 하고서도 성과 목표를 달성하지 못해 꾸중을 듣고 승진에 누락할 때는 당장이라도 사표를 던지고 싶었다. 어느 때는 업무시간에 헤드헌터를 찾아가 이력서를 전달하기도 하고, 야근을 하며 이력서를 쓰기도 했다. 하고 싶지 않은, 잘 알지도 못하는 영업부서에 발령을 받고 며칠씩 술독에 빠진 적도 있었다.



특이한 성격의 상사를 만나 심적인 고통을 당하며 갈등을 겪기도 하고, 탁월한 실력을 가진 선배를 만나 일을 배우는 데 희열을 느끼며 만족한 적도 있었다. 다른 회사를 다녔더라면 훨씬 좋은 기회를 얻고, 더 나은 현재에 있을지도 모른다는 생각을 지금도 하고 있지만, 어쩌면 현재보다 훨씬 못한 위치에서 힘들어 하고 있을지도 모를 일이다. 그건 아무도 모른다.



괜히 사직서를 쓰고 나와 곧바로 다른 일을 찾지 못해 얼마간 쉬면서 불편한 상태로 있을 때는 경망스러운 자신을 미워하기도 했고, 그런 경험을 바탕으로 글을 쓰고 책을 펴낼 때는 기쁨과 회한이 넘치기도 했다. 천당과 지옥을 오르내리며, 감추어진 역량과 내재된 자질을 끄집어 내어야 할 때는 스스로 감탄을 하기도 하고, 그게 화근이 되어 또 다른 문제를 일으킬 때는 죽고 싶을 적도 있었다.



무슨 일을 하건, 어떤 위치에 있건, 후회할 일이 없었겠는가? 문제는 지금이다. 개인적으로나 비즈니스적인 면에서의 모든 경험의 시간들이 현재에 활용되고 있다는 점은 무시할 수 없다. 그 동안의 일과 학습은 연습이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