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국인은 강하다.



야구나 축구에서만 강한 게 아니다. LPGA 골프나 숏트랙에서만 강하지 않다. 반도체와 IT 산업, 인터넷과 휴대폰, 영화와 드라마, 자동차, 조선(造船)산업, 손톱깎이와 오토바이 헬멧, 낚싯대와 안경테, 길거리 응원과 복장의 통일 등 어느 한 곳에서 뒤진 것이 없다.



정치와 행정분야를 제외하고 국민이 하는 일은 세계적인 수준에 뒤지는 게 없다.





역사적으로나 지정학적으로 이웃 나라들과 천년동안 불편한 관계를 갖고 있지만, 지금과 같이 강한 적이 없었다. 조선시대 500년의 역사 또한 무시할 수 없겠지만, 지금처럼 지구촌을 넘나들며 여러 가지 방면에서 독특한 강점을 보여 준 적이 없는 것으로 여겨진다.



가끔 힘들고 외로울 때 이렇게 강한 국력과 국민의 힘을 생각해 본다. 나약해지고 힘들어질 때 강한 선수들과 프로들, 창조적인 과학자들, 카리스마 넘치는 기업가들, 감성이 풍부한 예술가들이 세계를 무대로 활동하는 걸 살펴 본다. 그러면 힘이 솟는다.



한국은 왜 강할까?



여러 가지 이유가 있겠지만, 필자는 딱 한가지를 꼽는다. 우리 나라 주변에 강대국들만 있다는 거다. 미국과 중국, 러시아와 일본이 우리를 에워싸고 있다. 인구 3억의 미국, 15억에 육박하는 중국, 경제 대국의 체면을 유지하는 일본, 변화에 발 빠른 러시아 등이 우리를 강하게 만들고 있다.



만일 우리 나라가 아프리카 또는 서남아시아, 남미 여러 나라들 주변에 있었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아마 비슷한 모습으로, 유사한 수준으로 살고 있을 거다. 그게 가난하고 비인간적인 줄 모르며 그냥 자연스럽고 천진난만하게 살아 가고 있을 것이다.



지저분한 물이라도 마시려면 12시간을 기다려야 하고, 하루 1,000원으로 삶을 지탱해야 하며, 끝없는 내전으로 수 천명이 다치고 죽어도 누구 하나 눈깜짝하지 않는 마을에 살고 있을 것이다. 인구의 10%가 에이즈에 걸리고 콜레라균이 득실거리는 우물에서 퍼온 물이라도 마시지 않으면 안되는 곳에 살고 있을 게다. 자동차는커녕 구두도 신지 않은 채 걸어 다니고, 바짝 마른 몸으로 풀잎으로 만든 축구공을 차면서 즐거워할지 모른다.





그래서 “강해지려면, 강자들과 어울리라”고 아드보카트 감독은 말한다.



좀 더 넓은 세계에 나가 강한 국가와 경쟁하고 강한 기업과 협력할 수 있어야 한다. 보다 발전하는 사람을 친구로 사귀고, 보다 능력 있는 사람들과 어울려야 한다. 보다 탁월한 실력과 능력을 갖추려고 애쓰는 사람들과 시간을 함께 보내고, 그들이 살아 가는 방식을 배우고 따라 하면 그들처럼 될 것이다.



그것이 힘들고 어려워, 쉽고 편하게 사는 사람들과 어울린다면 미래는 더욱 어려워질 것이다. 현실에 안주하며, 편안한 지금을 만끽하며, 고민과 갈등으로 번민에 휩싸인 채, 움직이지 않는 부류들과 함께 하는 삶은 머지 않아 고통으로 다가 올지도 모른다.



그래서, 4천만명의 대학생을 갖고 있는 중국이 10억의 인도와 경제와 국사 협력을 체결하고 있다(Chindia). 해양세력의 대표가 되는 미국이 일본과 동맹을 맺고 있다. 주변 국가들이 더욱 강해지고 있다. 우리 나라가 어떻게 해야 하는지는 그들이 가르쳐 주고 있다.



기업과 스포츠 선수들과 과학자들과 예술가들은 그들과 어울리며 미래를 준비하고 있으며, 전문가들과 직장인들은 그들과 경쟁하며 온몸을 불사르고 있다. 한경닷컴 독자들도 강자들과 어울리길 즐긴다. 많은 분들의 생각과 의견, 경험을 공유하기 위해 아깝고 바쁜 시간을 여기에 할애한다. 다른 분들과 다르다.



그러나 정작 그래야 할 이 나라의 지도자들은 그들로부터 어떠한 것도 배우려 하지 않는다. 집안에서만 큰소리 치는 모습이 딱하고 안쓰러울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