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87년 전, 1818년 12월 24일, 크리스마스 이브 때의 일입니다.



모짜르트가 태어 난 오스트리아 짤츠부르크 북쪽 20km 쯤에 인구 3,000 명이 살고 있는 오베른도르프라는 마을이 있었습니다. 그 곳에 있는 니콜라우스 교회에서 크리스마스 이부 예배를 준비하는데 오르간이 고장났습니다.

오르가니스트인 프란츠 그루버씨가 걱정을 하고 있는데, 요제프 모르신부가 다가 오며, 크리스마스 노래 가사를 하나 썼으니 2중창과 합창을 위한 곡을 붙여 달라고 하면서 기타로 반주를 하자고 했습니다. 테너의 모르 신부가 기타 반주에 맞추어 베이스의 그루버 교사가 2중창으로 교회 합창단과 함께 새로운 성가를 불렀습니다.

이것이 최초로 불려진 “고요한 밤 거룩한 밤”이었습니다. 고장난 오르간이 만든 단순하면서도 정말 고요하고 거룩한 노래 하나가 세계적 애창곡이 되리라고 187년 전에는 아무도 생각하지 않았습니다.



299년 전, 1706년 미국 보스턴에서 태어 난 벤자민 플랭클린은 형(兄)이 운영하는 인쇄소에서 견습공 생활을 하며 17세 때 집을 나와 정규교육은 2년 밖에 받지 못하였지만, 프랑스어, 이탈리아어, 스페인어, 아랍어를 익히면서 사회 개혁가로, 과학자로, 정치가로, 문필가로 활동하다가 84세의 나이로 생을 마쳤습니다.

미국 헌법의 기초를 마련하고, 1776년 프랑스 대사로 근무하면서 미국과 프랑스의 공수동맹(攻手同盟) 조약 체결에 성공하여 미국 독립에 결정적인 역할을 한 프랭클린 자서전을 300년 가까이 흐른 21세기 초인 지금, 서울에서, 40대 후반의 나이에 읽을 수 있을 거라고 상상해 본 적이 없습니다.



1642년, 프랑스의 과학자이며 철학자였던 파스칼(Blaise Pascal)이 숫자를 더하는 기계를 고안하고, 200년이 흐른 뒤 1834년 베비지(Charles Babbage)의 생각을 더하여, 1890년 미국의 인구조사에서 활용된 홀라리스(Herman Hollerith)의 펀치 카드 시스템이 활용되었고, 1937년에 하버드 대학교에서 자동연산장치를 만든 것이 발달하여 21세기에 인터넷 세상까지 왔습니다.



우리는 지금, 잠시도 컴퓨터와 인터넷이 없으면 불편한 시대를 살고 있습니다.

인류의 문명과 생명의 발달은 이렇게 누군가의 작은 생각으로 출발하고, 먼 훗날 그 생각들이 서로 모이고 더불어 큰 생각을 하게 하며, 또 다른 누군가의 삶을 풍요롭게 합니다.



그래서 우린 함께 존재할 수 밖에 없다는 것을 잊지 않습니다.

성탄절 아침 일찍 일어나 고요한 음악을 듣고, 한 해를 보내는 송년의 밤에 장엄한 선율을 들으며, 책을 읽고 글을 쓸 수 있는 시간, 여러 가지 문명의 이기(利器)를 동시에 활용하면서, 그렇게 할 수 있음에 감사하지 않을 수 없습니다.



모두들 힘들게 살아 온 1년을 정리하면서, 함께 살아 가는 모든 이웃들에게 고마워할 수 있다는 것도 고마운 일입니다.



새해에도 살아 있을 수 있고, 함께 존재할 수 있으며, 서로 만나고 이야기 할 수 있다는 기대를 가질 수 있는 것 또한 얼마나 기쁜 일인가요?



정성어린 관심과 사랑 속에, 더욱 행복한 날들이 이어지기를 기원하며, 한경 커뮤니티를 찾아 주시는 모든 분들에게 신의 은총과 가호가 있으시기를 빕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