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야기 1]



하루가 피곤해지는 오후 4시,



늘 뵙고 싶었던 CEO로부터 만나자는 전화가 왔습니다. 그날 따라 저는 “특별한 일”이 없어 정장을 갖추지 않고 티 셔츠에 편한 바지를 입고 있었습니다. 사전에 예정된 만남이 아니라서 망설이다가, 평소 뵙기도 어려운 분이고, 다른 날짜를 정하기도 어렵고 해서

“예의에 어긋나는 복장이지만 이해해 달라”고 부탁하고 2시간 후에 만나기로 약속하였습니다.



수화기를 내려 놓고 잠시 생각해 보았습니다. 오랜만에 만나 뜻 깊은 이야기를 나눌 터인데, 아무래도 그러는 게 아니다 싶어 무리를 했습니다. 급하게 집으로 달려가 양복을 차려 입고, 세수를 하고 호텔 커피숍으로 달려 갔습니다. 잠시 책을 보며 기다리는 시간, 간소한 “여름 캐주얼 복장”으로 나타나신 그분은 더욱 놀라는 거였습니다.



“아니, 어떻게 된 겁니까? 그새 어디 다녀오셨습니까?”





우린 다시 손을 잡았습니다. 서로의 입장에 맞추기 위해 둘이서 모두 같은 시간에, 집으로 달려가 상대방의 입장에 맞는 옷으로 바꿔 입고 약속장소에 정확한 시간을 맞추어 나온 것입니다.







[이야기 2]



어느 작은 외국계 기업에서 교육 알선업체를 통해 도와달라는 요청이 왔습니다. 회사가 어려워 한국에서 철수하려고 하는데 직원 7~8명을 그냥 내보내기가 곤란하다고 하였습니다.



한두 달 동안만이라도 전직훈련(轉職 訓練)을 시켜 주고, 헤드헌터나 서치펌을 통해 직장을 얻어 주었으면 좋겠다며, 이와 관련된 조언과 강의를 해 달라는 거였습니다. 갑자기 보따리 싸 들고 도망치듯 빠져 나가는 기업도 많다고 들었는데, 얼마 되지 않는 직원들의 미래가 걱정되어 별도의 지원프로그램을 계획하고 시행하는 CEO가 존경스러웠습니다.



한두 마디 조언과 특강으로 그들의 직장이 금방 얻어질 수 있다면 얼마나 좋겠습니까만, 그래도 경험과 사례를 들어 가며 뜻깊은 만남을 가졌습니다. 어차피 직장을 옮기고 얻는 것은 각 개개인의 몫이라는 걸 정확히 알려 주면서, 몇 시간 대화를 하였습니다. 많은 외국 기업들은 물론 한국 기업들 조차 이 땅을 떠나려는 현장을 보면서, 텅 빈 사무실에 몇몇 직원들이 짐을 챙기며 강의실로 모여드는 모습을 보면서 함께 가슴앓이를 했습니다.







[이야기 3]



대구에서 개최하는 어느 행사에 참석하기 위해 내려 갔습니다. 최근 들어 대구 경북 지역에는 자주 내려 가는 편이라 “장소만 정확히 알려 주면 편하게 찾아 갈 수 있으니, 신경 쓰지 말라”고 행사를 주관하시는 분께 부탁했습니다.



아무 생각 없이 동대구역에 내리는 시간에 전화가 왔습니다. 역 앞에 차를세워 놓고 기다리는 중이라고 하며, 저를 맞아 주신 분은 그 행사를 주관하는 기업의 대표(CEO)였습니다. 직원 몇 명과 함께 직접 운전을 하시며 팔공산 행사장에 오르며 성공하는 CEO들의 참모습을 생각했습니다.







아무 일도 하지 않고 허구헌날 정쟁(政爭)과 언쟁으로 시간을 때우며 거들먹거리는 정치인들, 국가와 사회 발전을 위한다며 정부로부터 지원과 보조를 받으며 각종 시민운동을 전개하면서 특권을 행사하는 사람들.



발로 뛰려 하지 않고 땀을 흘리기를 거부하며, 상대에 대한 비즈니스 매너 조차 갖출 줄 모르는 일부 몰지각한 지도자들(?)이 나라를 망치고 있는 게 아닌가 하는 걱정이 들다가도,



피땀 흘리며 키워온 기업을 지키는 착실한 사업가들과 지나칠 정도로 성실한 직장인들이 이 나라를 지탱하고 있다는 안도감이 교차했습니다.





죽을 각오로 몸을 던지며 투혼을 불사르는 올림픽 선수들의 정정당당함과 세계를 제패하는 음악가들, 한류돌풍을 일으키는 얼짱 가수와 탤런트들, 지구촌을 넘나들며 신기술을 개발하는 의학자들…,



그들이 아니라면, 초라해지는 국민들의 얼굴에 희망의 웃음기를 돌게할 수 있는 사람이 누가 있을까 생각해 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