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세상에, 평생 책임져 줄 회사가 없다는 건 누구나 알고 있다.






몸바쳐 일했다고 해서 기업이 기대했던 만큼의 보상을 해 줄 거라고 믿는 사람도 없다. “가족 경영”, “신뢰경영”, “감성 경영”하지만, 결국은 “곳간에서 돈이 난다”고 회사가 잘 되어야 나올 수 있는 이야기다.






최고경영자나 기업가의 입장도 마찬가지다.




우수한 인재가 끝까지 남아 있을 거라고 믿지 않는다. 아들 딸처럼 아끼고 사랑하며, 어떻게 주어진 매출목표를 달성하라고 하겠는가? 경험도 없는 철부지들을 어르고 달래며, 원하는 모든 것을 들어 주면서 기분 맞춰 주는 게 감성경영은 절대 아니다.






그러면 어떻게 하란 말인가?






결국은 자기 관리(Self Management)이며 Self Leadership의 몫이다.






그래서 지혜가 필요하며, 그 지혜를 터득하기 위해 지식과 경험이 필요한 거다. 끊임없이 학습하고 다양한 경험을 시도하면서 죄충우돌하다 보면 깨우치고 느끼고 생각하게 되고 꾀가 나고, 끈이 만들어지고, 깡다구도 생긴다. 어느 정도의 경지에 오를 때까지 열심히 해야 하는 이유가 바로 이것이다.






야근을 하고 철야를 하면서도, 술 적게 마시고 책을 옆에 놓고, 지루할 때는 책 펴 들고, 그 짧은 시간에 한 줄의 글을 읽고 매뉴얼을 찾아 보고, 영어 공부를 한다. 이불 속에 더 누워있고 싶은 한겨울 추위에도 새벽바람을 가르며 학원을 들러 강의를 듣고, 사우나를 잠깐 하고 출근시간 30분 전에 엘리베이터를 타면, 그때서야 하나 둘씩 뛰어 오는 다른 직원들을 보며 속으로 쾌재를 부르고 “갈고 있는 칼”을 숨기는 것도 스릴이 있다.






새벽형 아침형인간이 중요한 게 아니다. 왜 그래야 하느냐는 거다.






출근시간에 가까스로 맞추어 출근하는 사람이 있다. 맨날 늦는 사람도 있다. 5년, 10년동안 맨날 아슬아슬하게 출근하는 사람이 있고, 전철에서 스포츠신문만 읽는 사람이 있다. 숨막히는 전철의 귀퉁이에 서서 무겁고 큰 책을 펴 들고 밑줄 쳐 가며 읽는 사람이 있다. 아침마다 계단을 뛰어 올라가는 사람이 있고, 여유 있게 공식과 단어를 외우며 올라가는 사람이 있다.




그들의 차이는 무엇일까? 약점과 단점이 아니다. 차이일 뿐이다. (It’s not weakness, it is just difference.)






일년 내내 학원 다닐 시간이나 경비가 충분하지 않을 때는, 연중 4~5개월만 그렇게 지내도 기본적이 외국어 수준은 유지할 수 있다. 나머지는 원서를 사거나 영자신문을 가끔 사 들고 띄엄띄엄 읽는 거다. 그러다 보면, 언젠가는 술술 읽혀지게 된다. 거기엔 시간이 필요하다. 10년, 20년이 걸릴지도 모른다. 그걸 참아야 한다.






야간 대학원에 등록을 해 놓고도 야근에, 철야에, 노사교섭에 끌려 다니다 보면, 제때에 논문을 쓰지 못해 1년은 쉬고, 한 학기는 거르고 하면서 4~5년 만에 석사학위를 받고, 또 몇 년 지나 자식들 졸업 다 시키고, 죽기 전에 박사학위를 받을 수도 있다. 성급하게 뛰어 다니기만 한다고 되는 일이 아니다. 길게 보고 멀리 보고, 꾸준히 하는 거다.






밤늦도록 삼겹살에 소주를 마시고 2차는 호프를 찾고, 더 깊숙한 곳을 찾아 3차를 갈 때도, 이미 횡설수설하기 시작한 사람 몇몇을 들여 보내고, 노래도 한 곡 해 주고 슬며시 빠져 나오는 얌체 짓도 가끔은 필요하다. 술에 물 탄 둥, 물에 술 탄 둥 끝까지 쫓아 다녀 봐야 몸 버리고 돈 버리게 된다.




그러나 진짜 필요한 때에는 끝까지 남아 상사와 부하를 집까지 데려다 주고 해가 뜰 시간에 빈털터리로 현관을 들어 서며, 독기 사나운 아내의 눈길을 피할 수 있는 배짱도 필요하다.






그래야 할 때가 언제인지를 판단하는 게 경험의 몫이다.






놀러 가고 싶은 주말, 휴무인 토요일이나 일요일 아침 일찍, 책 몇 권을 싸 들고 사무실이나 도서관에 나가 하루 종일 책에 묻혀 보는 경험도 가끔 해 본다. 승진 시험을 앞 두고 그럴 게 아니라, 남들이 다 가는 봄나들이. 화창한 날이나 해수욕장으로 몰려 가는 무더위 속에 도서관에 앉아 있는 30대 후반의 아저씨가 얼마나 아름답게 보이는지, 그 곳에 가서 그들을 바라 본다. 가족들과의 여행은 가끔, 갑자기 떠나는 것이 더 효과적일 수 있다. 물론 숙박 예약은 조용히 해 두었을 테고.






함께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있다.




타인의 눈에는 자기 자신이 함께 어울리고 싶지 않은 사람일 수도 있다. 사람이 싫어서 일을 할 수 없어, 출근하기 싫어 회사를 떠나야 한다면, 이 세상에 조직생활을 할 사람은 아무도 없을 것이다. 정말 같이 있고 싶지 않은 사람과 어울릴 수 있는 사람이 제대로 된 사람이다. 함께 있고 싶은 사람과 어울리지 못할 사람이 어디 있겠는가? 꼴 보기 싫은 사람을 바라 보고 이야기하고 일을 해야 하는 불편한 입장은 상대방도 마찬가지일 것이다.




아무리 감추려 해도 그 마음은 “눈과 목소리를 통해” 전달되기 때문에 속일 수가 없다.






그래서 세상을 크게 보라는 거다.




부시와 고이즈미와 블레어가 언제 같이 공부하며 한 동네에서 자란 적이 있는가? 푸틴과 후진타오가 언제 밤새워 함께 일한 적이 있는가? 그래도 그들은 서로 만나 부둥켜 안고, 무척이나 반가워 하고, 얼굴을 비비고, 마주 앉아 식사를 하고 골프를 치고, 국제 정세를 이야기 하며 국익을 위해 “자신의 간과 쓸개”를 빼놓고 다니지 않는가?




좁은 땅덩어리 안에서 자기네 식구들끼리 물어 뜯고 싸우는 우리 나라 꼴과는 비교도 되지 않는다. 무슨 차이일까?






중요한 건, 정말 꼴 사나운 사람에게도 배울 게 있고, 얻을 게 있다는 거다. 그래서는 안 된다는 것도 배울 수 있으니 스승이 아니겠는가? (三人行 必有我師)






이 모든 것을 터득하고 깨닫는 시간은 사람마다 차이가 있다.




방법의 차이일 수도 있고, 시간 활용의 차이일 수도 있고, 타고 날 때부터의 성격이나 근본적 심성의 차이일 수도 있다.






그러나, 습관은 고칠 수 있다. 다른 성과를 얻고 싶으면 습관을 바꿔야 한다. (If you want change result, you have to change habits.)