술   한   잔

친구 많고
주머니 든든하던 젊은 시절
술 한 잔 마실 시간이 나지 않았다
술   한   잔

술   한   잔

시간이 나자 주머니는 가벼워졌고
그래도 친구랑 주머니를 털어 술 한 잔 할 때
세상은 살만 하였다
술   한   잔

달랑 하나 남은 친구 녀석과
막걸리 한 잔을 기울이면서
언젠가 세상이 좋아질 거라고
꿈을 꾸었다
술   한   잔

혼자 술집에 들어가는 것은 죄악이다
눈치를 보며 쭈뼛쭈뼛
안주 하나에 막걸리 두병이라도 마시면
집에 오면서 두 주먹을 불끈 쥐어 보았다
술   한   잔

세상 다 그런거지 뭐
인생 뭐 있어?
시간 많자 돈 사라지고
돈 사라지자 친구 사라져
쥐포 하나 런천미트 하나 사서
혼자 소주 두어 병을 마시며
내가 뭘 잘못 했을까?
술   한   잔

아줌마 얼굴 보기도 이젠 미안하다
혼자 궁상맞게 오이 한 접시에
소주 한병 마시는 것은 더는 못하겠다
술   한   잔

그래 속 편하다
그래도 나는 이동막걸리 마신다
내 방에 쿡 하면서
막걸리 한잔을 홀짝거리면서
이래뵈도 내가 말이야 왕년에
!^%##+( #!*#!_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