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S기업 CEO의 인터뷰 기사가 눈에 들어왔다. “기업들은 경영이 조금만 어려워져도 국내 경기 탓을 하고 신세타령을 한다. 앉아서 편하게 장사하려는 생각을 해서는 안 된다. 오지를 개척한다는 심정으로 외국에 나가 열심히 하면 연 20~30% 성장도 가능하다.” 사람 사는 것도 비슷한 것 같다. 과욕과 조급으로 인해 낭패를 보는 지인들을 보면 무엇인가 잘 되지 않아 무리수를 둔 것이 그 원인이다. 쫓기다 보면 무리수를 두고 실수를 하게 마련이다.




기업의 경우 생존 자체가 중요하며 더불어 안정적인 이윤 창출이 필요하다. 일반적인 경우 이를테면 ‘이윤은 5% 정도로 정한다’라는 내부적인 룰이 있을 것이다. 그러나 상식적인 선을 넘어 지나치다 싶을 정도의 폭리단계까지 이윤 설정을 해도 그 내용에 대해서 소비자는 알 길이 없다. 물론 이윤 설정이야 기업 고유의 권한이라고 해도 사회적인 통념과 소비자가 납득할 수 있는 수준을 넘어서는 것은 큰 문제를 야기 시킬 수 있다. 잊을 만하면 발표되는 독과점의 폐해에 대한 기사는 소비자들의 마음을 어둡게 하고 때로는 기업과 정부를 향한 분노가 되기도 한다.




댓글로 보는 고객의 마음




인터넷 공간은 정보의 무한창고다. 더불어 무수한 말들이 떠돈다. 특히 댓글문화는 악플과 같은 부정적인 모습도 있지만 우리 세태와 정서를 엿볼 수 있는 좋은 창구이기도 하다. 그럼 네티즌들이 보는 우리 기업의 모습은 어떨까. 그들이 전하는 이야기에 귀를 기울여 보자.




네이버에서 최근 뉴스부터 살펴보기로 한다. ‘무선인터넷 요금폭탄 억울해요’는 이동통신 업체들이 가입자들에게 무선인터넷 요금 체계를 제대로 알리지 않아, 엉뚱하게 청소년들이 무선인터넷 과소비자로 몰리는 경우가 많다는 내용이다. “소비자의 알 권리를 배려해주는 척 하면서 대량의 약관으로 정보를 과포하 상태로 만들어 혼란을 주는 행위는 오히려 좋지 않다고 봅니다”(towerize). “정통부가 문제다. 패킷요금제 폐지 시켜야. 중학생이 자살했으면 됐지 또 몇 명 죽어야 이게 없어질래나”(juny222). “제일 먼저 무선인터넷 안 되는 핸드폰이 나와야 함”(bkjin2000)




‘돈 꿔주고 분유독점..2개사에 과징금’는 9년간 전국 산부인과 병원에 시중금리보다 싼 이자로 자금을 빌려주는 대신 자기 회사 분유를 독점 공급하다가 적발됐다는 기사다. “이들이 불법적인 거래로 인해 취한 이득이 얼마인데 겨우 추징금이 2억이냐. 나도 예비 엄마로써 참 기가 차다”(jihyeinlove). “얼마전 마트를 갔는데 분유 값을 보고 너무 놀랐다. 출산을 장려하면서 왜 분유 값은 비싼지 의문이 갔지만 이제는 알 것 같다”(nmseun). “건강하지 못한 회사들. 경영자의 잘못이든 영업의 잘못이든, 아이들의 건강 문제에 대해서 무책임한 어른들이 많습니다. TV광고에 나오는 분유광고를 중단하자는 운동을 하고 싶네요”(zetlos)




‘급할 때 콜렉트콜, 1초만 써도 3분 요금 바가지콜’은 통신업체가 고객이 불가피하게 수신자 요금부담 전화를 이용할 수밖에 없는 처지를 이용해 비싼 요금을 받아내고 있다는 내용이다. “군인에게 어떻게 해서든지 한 푼 이라도 더 받아먹겠다는 것 참 문제가 많습니다. 콜렉트콜 같은 경우에도 군인 아닌 경우 쓰는 사람이 거의 없다고 봐야 할 텐데 군인은 돈이 없으니 자연적으로 콜렉트콜 더욱 이용하게 되고 악순환이 계속 됩니다”(nalarie). “군인들 무료는 못해줄 망정 바가지냐. 아들 군대 보내고 전화요금 많이 나온다”(koo1330).




‘은행 때문에 짜증나. 성난 고객들 속이 부글부글’은 금융노조의 근무시간 단축 요구와 수수료 생색 인하에 따른 소비자들의 불만을 담은 내용이다. “우리 동네 현금지급기 활용빈도가 낮다고 병원에 설치해놓은 현금지급기까지 몽땅 철수하더군요. 오히려 있는 기계도 철거하시는 판국에 은행업무까지 줄이시겠다고요?”(pupu8260). “은행에서 30분 이상 기다린 시간이 수두룩하다. 그 아까운 시간 생각하면 열 받는다”(hebolle). “동전 바꿔줄 때 신경질 좀 내지마라. 언제는 썩히고 있는 동전 갖다 저축하라면서 동전 찍어내는데 돈이 얼마다, 돈을 소중히 여겨라 하더니 동전 모아가면 신경질부터 낸다”(hitchick4).




‘고객들 울리는 보험사 두 얼굴’은 보험 가입을 쉽게 승인해 놓고 나중에 규정 위반을 들어 보험금을 주지 않는 보험사 행태에 대한 이야기다. “보험설계사 하는 말 절대로 신뢰하지 말고 가입하려면 약관 진짜 처음부터 끝까지 정독하고 가입해야 합니다. 안 그러면 저런 일 발생하죠”(hokymo). “이렇게 엉망으로 하는데도 대기업은 툭하면 기업규제 어쩌고저쩌고, 한국 소비자가 너무 대응을 무덤덤하게 하는 것 같다. 일본소비자처럼 때려 부수고 불매운동하고 해야 제품도 덩달아 세계 제1의 제품을 만들 수 있을 텐데”(hansolro).





최근 오렌지주스 가격이 급등한 가운데 콜라와 커피음료도 용량을 줄이는 방법으로 가격을 올리는 사례가 빈번하다. 편의점에 가면 늘 마시는 1,000원짜리 커피가 있다. 얼마 전 다시 가게를 방문하니 200원이 오른 1,200원이 되었다. 가격인상률이 무려 20%였다. 순간 너무 하다는 생각과 더불어 이 제품을 다시 구매하지 않겠다는 생각을 하게 되었다. 물론 소통이 중요한 시대에 고객과의 커뮤니케이션이 원활하지 않아 오해하는 경우도 있을 것이다. 고객은 기업에게 과잉접대를 원하지 않는다. 상식적인 수준 정도로 대접받길 원한다.




대기업들이 2003년 이후 판매가격 담합 등으로 소비자들에게 4조7억원대의 피해를 입혔지만 정부당국이 부과한 과징금은 피해액의 9%수준인 4000억원대에 불과한 것으로 나타났다. 이런 솜방망이 처벌을 보고 네티즌 들은 ‘국민의 피땀 같은 돈으로 결국 기업과 국가만 배불리고 있다’고 한탄한다. 기업이 담합이나 눈속임, 교묘한 잔머리로 고객을 속이는 비즈니스는 하지 않았으면 한다. 고객을 진심으로 사랑하고 존중하는 기업들이 많아져 그들의 칭찬이 마를 날 없는 그런 날이 오길 기대해 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