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즈음 HRD담당자(교육담당자)들에게 흔하게 요구되는 핵심 역량 가운데 하나가 바로 전략적 능력 – 사고능력, 기획능력, 실행능력 – 이다. 이는 무엇보다 기업교육의 역할이 막연한 조직원의 역량개발이나 조직활성화에서 보다 구체적인 전략적 수단으로 변화하였기 때문이다.

그렇다면 이제까지 기획부서에서나 요구되던 전략적 능력이 갑자기 HRD부서에서까지 필요해진 이유는 무엇일까? 여러 가지 원인이 있겠지만 아마도 기업전략의 개념 변화가 기업교육의 역할 변화를 초래하였다고 보는 것이 가장 타당할 것이다.

과거의 전략은 특정 시장과 고객을 선정한 후 이에 해당하는 상품을 기획하는 데 초점이 있었는데 반해, 현재의 전략은 고객 니즈의 다양화로 인해 개발된 상품을 어떤 프로세스를 거쳐서 고객에게 판매할 것인가에 초점이 맞춰지게 되었고, 이로 인해 기업교육이 기업의 전략적 동반자로 그 역할이 확대되었다는 것이다.

기업교육이 기업경영의 전략적 동반자로 역할이 확대되면서 먼저 기업교육의 규모가 확대되었고, 기업교육의 규모 확대는 기업교육에 대한 투자의 확대, 기업교육에 대한 투자의 확대는 기업교육에 대한 성과의 측정으로 연결되는 자연스런 순환고리가 생겨났다. 그리고 마지막으로 기업교육을 담당하는 HRD담당자에게 이를 총체적으로 관리할 수 있는 전략적 사고능력과 기획능력이 요구되게 된 것이다.

그런데 너무나 갑작스런(?) 기업교육의 역할변화는 미처 HRD담당자들로 하여금 이를 준비할 수 있는 시간적 여유를 박탈하였고, 설상가상으로 기업전략에 대해 이해할 수 있는 기회마저도 주어지지 않고 있는 것이 현실이다. 물론 왜 미리 예측하고 대처하지 못했느냐고 다그칠 수도 있겠지만……

그래도 필자는 할 말이 있다. 기업교육을 담당하는 HRD담당자가 전략적 능력을 습득하기 위한 가장 좋은 방법은 바로 기획부서로의 전환배치인데, 과연 국내에서 HRD담당자가 기획부서로 옮길 수 있는 경력개발경로(CDP)가 설계되어 있는 기업이 얼마나 존재하겠는가? 단언컨데 거의 없을 것이다.

어쨌든 이미 지난 일이라고 치고, 이제부터라도 대책을 세워보자. 대책을 세우자니 시작부터 막막해진다. 이제까지의 관례로 볼 때 스탭부서 가운데 가장 교육기회가 적게 주어지는 부서가 – 이건 HRD담당자라면 누구나 알고 있는 공공연한 비밀 가운데 하나인데 – 바로 HRD부서이기 때문이다. 한국적 정서상 교육을 주관하는 부서에 근무하면서 차마 자기가 교육을 가겠다고 얘기를 못해온 것이 지금까지의 현실인 것이다.

그러나 누구에게나 반전은 있다. 기업교육을 담당하는 HRD담당자에게 전략적 능력에 대한 요구가 거세지면 거세질수록 오히려 HRD담당자가 전략적 능력을 습득할 수 있는 기회는 상대적으로 많아질 수 밖에 없고, 이제는 주저 없이 기회를 확보해야 한다. 그것이 교육기회이든 전환배치이든 상관없이.

누구나 예견하다시피 앞으로는 기업전략을 기업교육에 능동적으로 반영할 수 있는 HRD담당자가 절대적으로 필요한 시점이다. 물론 인사담당자(HRM담당자)도 이는 동일하게 적용되며, 특히 교육을 함께 담당하는 경우에는 더욱 그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