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 참석했던 한 결혼식에서 들었던 주례사가 인상적이었다. 주례선생님 연세는 60대 초반 정도로 보였으나 감각은 젊으셨다. 주례사의 중심내용은 가족구성원 간에 서열(?)을 잘 정해야 행복한 가정이 되므로 부모님의 위상을 자식 앞 순위에 두라는 말씀이었다. 즉, 1순위는 부부행복이고 2순위는 부모효도, 3순위로 자식을 생각하라는 것이었다. 그 이유는 요즘 일어나는 모든 가족불화사건의 원인이 자식이 1순위이기 때문에 발생하는 것이 많다는 것이다.



또 자식을 1순위에 둠으로 부부자신이 행복해야할 많은 요소가 자식에게 투여되어서 부부행복의 몫이 그만큼 줄어든다는 것이다. 그러다 보니 부모에 대한 관심 역시 후순위로 밀려 자연스레 효도 역시 소홀해 진다는 것이다. 따라서 부모를 자식보다 선순위에 올리고 효도에 신경 쓰면 부모도 자연스레 손자를 위해 힘쓰게 되므로 자식은 부모와 조부모로부터 함께 확장된 관심을 받아 더 잘 성장하게 된다는 말씀이었다.



이러한 내용의 주례사를 듣고 있노라니 인터넷 등에서 한 동안 회자되던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라는 서글픈 이야기가 떠올랐다. 이 이야기는 아들과 며느리가 시골에사는 부모를 졸라 재산을 처분하게 하고 그 돈으로 자신들의 30평대 아파트를 40평대로 늘린 후, 홀로된 아버지를 구석방에 배치(?) 시킨 후 며느리는 시아버지와 밥상도 같이하지 않고 양말이나 속옷도 빨아주지 않는 다는 사실을 늦게 알게 된 아들이 아버지의 메모지에 적힌 가출의 비밀코드가 바로 ‘3번아 잘 있거라 6번은 간다’ 이다.



여기서 1번은 며느리, 2번은 손녀, 3번은 아들, 4번은 강아지, 5번은 가정부, 6번은 시아버지인 자신인데, 며느리로부터 강아지 보다 못한 관심의 대상인 시아버지였던 것이다. 아들은 직장일로 바빠서 아버지를 세심히 챙길 수가 없었으므로 집에 있는 아내가 잘 챙겨드려니 생각했던 아들은 자기 아내와 딸이 아버지를 그렇게 소홀히 대하고 있는지 나중에 메모를 보고난 후에 알고 회한의 눈물을 흘리며 가출한 아버지를 찾아나선다는 내용이다.



우리 주위에서 자녀가 어렸을 때부터 자식의 일을 모든 가족문제의 우선순위에 둠으로 생기는 부작용을 많이 볼 수 있다. 자식이 고집피우고 떼쓰면 끝까지 통제하지 못하고 과분하거나 어울리지 않는 요구조차도 들어주는 부모, 그런 일이 습관이 되어 청년으로 자란 후에는 돈이나 욕심 때문에 부모를 괴롭히며 심지어 때리거나 죽이기까지 하는 자식이 생기고 있다.



물론 부모는 자식의 크고 멋진 꿈과 성장을 지원하는 일에는 최우선적으로 지지하고 밀어주는 것이 당연하다. 그러나 점점 늙고 약해져 가는 부모에 대한 효도를 실천하는 모습을 그 자식에게 보여주는 것도 훌륭한 자식교육의 한 방법이 될 것이다.



젊은 부부들은 초등생이나 중고등학생 자녀에 대한 관심이 클 수밖에 없다. 그것에 집중하다보니 부모에게 소홀해 질 수도 있겠으나, 요즘 부모님들도 손자손녀가 잘되기를 바라며 무엇인가 도움이 되려고 생각할 것은 분명하다. 부모님에게는 기본적인 손자사랑의 마음을 갖고 있으므로 오히려 손자를 1순위로 생각하고 지원해줄 것이다. 결국 부모와 조부모의 확장된 후원을 받는 자녀는 더욱 행복해질 수 있다.



그러나 반대로 자녀를 1순위에 두고 부모를 후순위에 둘 경우 부부의 생각에서 부모는 일단 한 단계 멀게 되므로 효도가 소홀해지게 되고 그런 느낌을 아는 조부모도 손자에 대한 사랑을 전하고 싶지만 3대 가족이 함께 공유하지 못하고 인정받지 못하는 일방적 행복전달의 무의미함을 느끼고 더 큰 사랑을 전하지 못하게 된다.



신혼이든 노년이든 부부행복을 위한 삶이 최우선순위이고 부모님이 살아계시는 동안에는 효도가 둘째이며 자식에 대한 관심은 세 번째에 두어도 괜찮다는 주례선생님 말씀은 부모님도 행복하고 자식도 행복하게 만드는 좋은 비결을 가르쳐 주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