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새롭게 보는 세상이 경이롭다,” 정년퇴직 은사님의 인생2막

고등학교 은사님 중에 1년 전에 40년 교직생활을 명예롭게 정년퇴직을 하신 분이 계신다. 어느 날 그 선생님이 제자들 홈페이지에 “인생2막 도전장을 내면서”라는 글을 올리셨다. 제목에서 깜짝 놀랐는데 내용을 보고는 더 놀랬다. 인생2막을 멋지게 사는 방법을 제자들에게 몸으로 가르쳐 주셨기 때문이다.

재취업지원 분야에서 일하는 분들로부터 ‘대체로 교육자로 퇴직하신 분들은 새로 일하기를 마다한다’는 얘기를 들었다. 연금도 어느 정도 타고 가르치는 일 외에는 달리 자신 있게 했던 일이 없기 때문에 선뜻 나서기를 꺼려한다는 설명에 공감이 갔다.

필자의 경험으로 봐도 교육자로 정년퇴직 후 재취업에 성공하는 경우는 매우 드물고 더구나 창업에서 성공하는 확률은 오랫동안 준비했을 경우 5% 내지 10% 수준이었다. 그런데 64세의 전자공학 교육자 출신이 전혀 색다른 분야에서 재미있고 멋지게 살아가고 계신 것이다.

받은 감동을 그대로 전하기 위해 선생님의 말씀을 그대로 옮겨보기로 한다.

퇴직 후에 무엇을 할까 고민을 하다가 바로 이것이다 생각 한 것이 나무를 사랑하는 일 이었습니다. 사람과 자연이 함께 공존하고 또 이 시대에 강조 하는 것이 바로 경관을 아름답게 가꾸는 예술과 같은 것이기에 조경을 공부하기로 했지요. 직업전문학교에서 조경을 4개월을 공부하고 조경기능사 자격시험을 보고 당당히 합격을 하였습니다.(참고로 1차 이론시험과목은 조경기초, 조경역사, 설계이론, 나무와 꽃 종류의 심기, 가꾸기, 관리 등이고 2차는 실기시험으로 조경설계제도(공원설계)를 2시간동안 시험을 보고 나무심기 실기, 지주목세우기, 판석 깔기 등입니다).

당당히 합격을 하고 자격증을 취득하였습니다. 내친김에 산림기능사도 도전을 하여 1차 이론에 합격을 하고 2차 실기 시험을 준비하고 있습니다. 다음은 취업을 하는 것인데 취업처는 각 구청 공원녹지과에서 1월에 모집을 하고 큰 공원(남산공원, 대공원, 잠실경기장, 목동경기장, 서울 숲, 선유도 공원, 여의도 공원 등)에서는 따로 모집을 합니다. 원서를 여섯 군데 냈는데 평균 경쟁률이 10대1에서 30대1 이었습니다. 스스로 깜짝 놀랐습니다. 나는 당당히 국회와 송파구청 두 군데 합격을 하였지요.

국회조경관리로 가기로 마음을 굳혀 3월부터 대한민국 국회의 조경을 책임지고 있습니다. 교육이 사람을 기르는 일이라면 이제는 나무를 기르는 일에 종사하니 일맥상통함을 느낍니다. 국회의 조경관리대상은 10만평이고 잔디밭은 1만평이니 대단 합니다. 조경관리 요원은 남자가 13명, 여자가 9명 조경공무원이 6명입니다. 내가 하는 일은 나뭇가지 치기, 화훼류 물주기, 소나무, 무궁화 등의 전정, 병충해 방제 등입니다.

일과는 8시 조회, 9시부터 작업시작이고 5시에 퇴근을 합니다. 대한민국 국회의 조경을 책임지고 일을 하니 자부심도 있고 일이 즐거우니 이보다 더 좋은 일이 없을 것 같아 하루하루가 즐겁습니다. 여러분들도 퇴직한 분이나 퇴직을 앞둔 분도 있을 텐데 인생2막에 과감히 도전하라고 강력히 권합니다.



휴일을 틈타서 선생님께 안부전화를 드리며 궁금한 것 몇 가지를 더 여쭤봤다. 수령하는 월급은 백 삼십 만원이 약간 넘는다. 다행히도 생활비는 연금으로 해결되기 때문에 급여는 문제되지 않는 것이 남들보다 낫다면서 매일 출퇴근 하는 것이 좋고, 허리사이즈도 줄어서 좋고, 40년을 교실에서만 일하다 이제 잔디밭으로 나와서 일을 해보니 스스로도 경이롭다는 것이다.

같이 일하는 50대 동료들보다 열 살 이상 많지만 국회경내 10만평 녹지와 잔디밭과 수목을 관리하는 일이 마치 하늘이 주신 소명과도 같아서 마냥 즐겁고 정신도 더 맑아진다고 하신다. 무엇보다도 건강한 삶을 지탱할 수 있어서 행복하다는 말씀을 강조하셨다.

선생님 감사합니다. 늙은 제자들에게 지금도 가르침을 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