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식이나 남편이 가족과 떨어져 타 지역에서 유학하거나 직장생활을 하면서 자취를 하고 있는 주말가족이면 집에 있는 아내는 자나 깨나 남편이나 자식이 밥을 어떻게 챙겨먹고 있는지 항상 걱정이 된다. 필자도 대구에서 자취를 한 적이 있었다. 아내가 밑반찬을 만들어 배달오기를 몇 번 한 후에 좋은 꾀를 냈다. 국이나 찌개를 얼려서 ‘얼음국’을 만드는 것이었다.

자취생들은 몇 가지 밑반찬과 국이 있으면 밥은 어렵지 않게 지을 수 있으므로 식사해결을 하기 쉬운데 문제는 국이나 찌개를 끓이기가 쉽지 않다는 것이다.

특히, 나는 국을 좋아하므로 아내가 고민하다가 발견한 것이 국을 얼리는 것이었다. 아내는 평소에 밥을 짓고 국을 끓일 때 남편 몫으로 국이나 찌개를 1인분을 더 끓여서 식힌 후 지퍼팩에 담아 냉동을 시켰다.

아내가 아침에 하나 저녁에 하나씩 모아 둔 국얼음은 일주일이면 예닐곱 개 또는 여나문개가 되기도 한다. 나는 일요일 저녁에 그 얼음국 덩어리를 대구로 가져와 냉동실에 넣는다. 그런 후 밥을 짓기 전에 먹고 싶은 국을 골라 따뜻하게 녹인다. 숙취있는 아침이면 북어국이나 콩나물국, 저녁에는 된장국 등. 아내의 정성과 사랑이 담긴 국으로 맛있는 식사를 할 수 있었다.

이런 얼음국 소문이 직장에 돌게 되면서 지방에서 근무하는 동료들은 일요일이면 모두 얼음국을 들고 근무지로 내려가는 유행을 낳기도 했으며 그런 자취생의 얼음국 노하우는 지금도 후배들에게 전수되고 있다.

아내의 걱정 중에는 가족들이 밖에서 밥을 사먹을 때 인공조미료를 많이 섭취하게 되는 것을 우려한다. 그러나 얼음국은 아내의 그런 염려를 없애주고 남편이나 자식을 위해 아주 중요한 뭔가를 한다는 생각에 마음도 편하다는 것이다.

그런 추억어린 얼음국을 아내는 올해부터 또 만들고 있다. 대전에서 직장생활을 하며 자취를 하고 있는 아들을 위해 요즘 국이나 찌개를 끓이면 어김없이 얼음국을 만든다. 엄마의 얼음국에 맛들인 아들 녀석은 가끔 어떤 국이 더 맛있으니 그것을 많이 만들어 달라고 주문까지 해댄다. 아내는 잘 먹어주는 아들이 고마워서 즐거운 마음으로 얼음국을 만든다. 옆에서도 그 기분을 느낄 수 있다.

얼음국은 자취생 가족의 한 끼 식사를 해결시키는 차원을 넘어서는 큰 의미를 담고 있다. 즉, 멀리 떨어져 사는 가족 간에 소통의 수단이 된다는 생각이다. 얼음국을 통해 가족 간 일체감을 더욱 굳건히 해주며 사랑과 정성을 교류시키는 매개체로 작용한다는 것이다. 그뿐 아니라 가족들의 건강한 삶이 좋은 가정을 이루는 기본조건이라는 상호책임의 일부를 공유하므로 떨어져서 사는 가족 간에 신뢰도 높여준다. 특히 식단에 의한 가족건강관리 책임감을 많이 안고 있는 아내 입장에서는 스스로 부담감을 줄일 수 있고 떨어져 사는 가족들의 미안함도 덜어줄 수 있다.

얼음국은 이런 마음과 정을 오가게 하는 가족소통의 중요한 도구가 되어준다. 주말부부나 주말가족이라면 오늘부터라도 얼음국을 만들어보기를 권한다. 물론 아내나 엄마에게는 힘든 과제라는 것을 가족들은 알아주어야 한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