왠지 아직도 바이킹이 살아 움직일 것 같은 덴마크의 수도 코펜하겐. 무형무취의 공기가 덴마크에서는 맛이 있다. 공기가 맛있다는 비문법적 표현이 머리를 지배하는 동안 지금까지 여행해온 세계 각국 도시들의 훌륭한 랜드마크 이미지는 모두 사라져 버렸다. 너무 좋아한 나머지 한 시간이나 주위를 맴돌았던 바르셀로나의 사그라다 파밀리아도, 그 웅장함에 인간의 초라함마저 느끼게 했던 바티칸 대성당도 코펜하겐의 신선한 공기 속에서 잠시 최면에 걸려 버린 것이다. 구호뿐인 환경보호는 하지 않는다는 덴마크가 만들어 준 귀중한 선물, 다름 아닌 공기. 눈에 보이지도 않는 공기가 가장 중요한 것이 되는 도시 코펜하겐에게 경의를 표한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도 즐거운 코펜하겐
(활기 찬 Nyhavn의 모습)

코펜하겐의 아침은 기나 긴 자전거 행렬로 시작된다. 자동차로 출근하는 사람이 더 이상해 보인다는 것이 작은 첫 번째 충격이라면, 그 행렬 속에 총리도 있고, 정치인도 있고, 기업의 최고 경영자가 있다는 사실이 큰 두 번째 충격이다. 자전거를 타는데 사회적 지위의 높고 낮음은 없다는 것이 사실보다 아름다운 진실인 나라. 이런 모습에 신기함을 느끼는 내 스스로가 더 신기해졌다. 이렇게 모두가 솔선수범하다보니 덴마크의 에너지 자급률은 100 퍼센트에 이른다고 한다. 시민 모두가 환경운동가라고 해도 과언이 아닐 정도다. 무분별한 개발로 골치를 앓는 우리와는 달라도 너무 다른 도시 코펜하겐은 온 종일 걸어도 피곤하지 않았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도 즐거운 코펜하겐
(유럽에서 가장 긴 쇼핑가 스트뢰에 거리)


동화작가 안데르센 거리로 유명한 니하운(Nyhavn) 항구에서 마시는 맥주의 맛, 아기자기한 동심의 세계를 구현한 티볼리 공원에서의 고즈넉한 산책, 기대한 것보다 작아서 놀랐지만 여운만큼은 한없이 컸던 인어공주 상, 유럽에서 가장 길다는 스트뢰에 쇼핑 거리만으로도 코펜하겐은 방문객들에게 큰 추억과 볼거리를 선사한다. 그러나 이 도시에서는 공기처럼 눈에 보이지 않지만 모두가 도시를 아름답게 만드는 주인이라는 생각과 세계 최고 수준의 복지 제도를 유지되게 만드는 사회적 투명성이 더 중요한 것이었다.
눈에 보이지 않는 것으로도 즐거운 코펜하겐
(덴마크를 나타내는 수많은 상징들)


눈은 즐겁지만 마음이 편치 않는 도시도 있고 눈에 보이는 것이 전부인 도시도 있다. 그러나 눈에 보이지 않는 것이 더 중요한 도시도 있다. 눈에 보여 즐거운 것이 눈에 보이지 않아도 즐거운 것보다 못하다고 느껴지는 성숙한 기분을 만들어 준 도시 코펜하겐을 다시 기억해본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