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아침형 인간’ 붐이 일어난 적이 있었다. 책 한권이 일약 베스트 셀러가 되면서 너도나도 아침에 일찍 일어나 생활의 활력을 찾고 그 시간을 활용해 자기계발을 하라고 강요하며 사회 전체가 떠들썩했다. 그러나 지금 아침형 인간에 대한 평가결과는 겨우 낙제를 면한 수준인 듯하다.
애초부터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 먼 사람에게는 ‘아침형 인간’은 너무 어려운 과제이다. 저녁형 인간이나 특히 심야형 인간에게는 아침에 일찍 일어나는 것 자체가 거의 죽음이기도 하다. 따라서 일률적으로 아침에 시간관리를 철저히 해야 한다는 절대적 개념은 자신의 하루 중 신체리듬에 따라 유연하게 대처해야 하는 상대적 인식으로 바뀌어야 한다.

‘아침형 인간’ 트렌드만 좇아 아침형 인간이 되겠다고 결심하고 실천하다가 힘들어서 끝내 자포자기한 사람 참 많이 봤다. 며칠 아침일과를 만들고 나서 되려 오후에 졸음과 피곤이 밀려와 업무에 집중이 되지 않는다고 하소연하는 사람들도 있다. 무슨 노인네도 아니고, 도무지 아침형 인간과는 담쌓은 사람들에게는 아침형 인간이 되라고 하는 것 자체가 모순이다.
직원들에게 아침에 조기 출근을 강조한 어느 기업도 어느 시점에 제도를 바꾸지 않았는가?

무작정 아침형인간이 능사가 아니라 자신의 바이오리듬과 상황에 맞게 적절한 시간관리를 해야 한다. 아침형 인간이 체질적으로 맞는 사람에게만 아침형 인간이 장려사항인 것이다. 필자도 아침형 인간과는 거리가 멀다. 밤늦게 까지 끄적끄적 자료 찾기, 강의준비 하는게 습관이 된지라 주요일정을 제외하고는 아침에 가급적 늦게 일어난다. 밤에는 길게 조용히 일할 시간이 많아서 좋다. 어쩌다 일찍 아침을 활용해야 하는 날은 몸이 천근만근이다.
아마 대부분의 직장인들도 그럴 것이다. 밤세워 보고서를 쓰거나 지친 일과 뒤에 저녁 회식이나 밤의 문화를 즐기며 스트레스를 푸는 것에 우리는 너무 익숙하다.

먹고 살기 힘들었던 우리 아버지 때는 아침 일찍부터 일을 해야 하는 어쩔 수 없는 아침형 인간이었다. 이런 재래식 시간관리 잣대를 현실에 그대로 대입해서는 안된다.
아침형 인간이 성공한다는 편견도 벗어 던져야 한다. 흔히 성공한 사람들의 성공요인을 아침형 인간으로 보는 견해가 있는데 개인적인 생각으로는 그들은 아침형인간이 아니라 ‘아침저녁형 인간’즉, 독종형 인간이라고 보아야 한다. 정해진 목표아래 밤낮없이 노력하고 부지런해서 성공한…….

그래서 어쩌면 아침형 인간은 나태한 인간들에게 보내는 경고성 메시지가 아니었을까 생각해 본다.
암튼 우리의 시간관리는 보다 융통성 있게 다루어 져야 한다. 내가 아침과 저녁 또는 중간에 어느 시간대에 집중도가 높은지를 체크하여 최적의 시간대에 적절히 선택과 집중함으로써 효율적으로 시간을 운용해야 한다. 적어도 단편적으로 남들 따라가기식 아침형 인간 등은 정답이 아니다. 일찍일어나는 새가 먹이를 빨리 찾을 수도 있지만 거꾸로 일찍 일어나는 새가 그만큼 다른 새에게 빨리 잡아 먹힐 수도 있는 것이다.

아름다운 별은 밤에 잘 보인다는 논리가 아침형 인간에게는 별 설득력을 못 주는 것처럼 체질적으로 아침형 인간이 맞지 않는 사람에게 오랫 동안 밤에 깨어 있지 말라고 하는 것 또한 동감하기 어렵다.



완연한 가을이다. 아침형 인간은 가을 아침의 고요한 정취를 만끽하고 저녁형 인간은 가을 한밤의 서정을 실컷 즐겨보도록 하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