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 1987~1992년 5년. 독일 1991~1995년 4년. 스웨덴 1987~1992년 5년. 주요국의 1인당 GNI(국민총소득)가 2만 달러에서 3만 달러까지 도달한 기간이다. (산업통상자원부 2013년 11월 자료)

한국은 어떨까. 한국은 2007년 2만 달러를 넘어선 이후 7년째 제자리걸음이다. 오는 2020년이 된다해도 3만 달러를 돌파할 수 있다고 자신하기 어려운 상황이다. 한국경제 성장률은 지난해 이후 2%대에 그쳐 저성장에 진입했다는 분석마저 나온다. 한국경제의 지속적인 성장을 위한 대책을 마련하지 않는다면 3만 달러 달성은 공허한 꿈에 그칠 수 있다.

한국이 3만 달러 이상의 선진국이 되려면 아직 갈 길이 멀다. 아시아의 선발 경쟁국인 일본과의 격차는 줄지 않고, 후발 경쟁국인 중국과의 격차는 갈수록 좁혀지고 있다. 한국이 글로벌 시장에서 경쟁력을 발휘하고 있는 주요 공산품에서도 시장점유율이 떨어지는 추세다. 2008년과 2012년을 비교할 경우 자동차, 기계, 선박 모두 세계시장 점유율이 하락했다.

한국이 중진국 덫에서 빠져나오지 못하는 이유는 많다. 정치, 사회, 경제 등 각 부문에서 선진국 수준의 경쟁력을 갖추기 못했기 때문이다. 여야간 정쟁, 사회세력간 갈등 확대, 기업가 정신의 퇴조 등으로 한국경제의 성장을 이끌었던 강점들이 점차 빛을 바래고 있다.

한국경제가 선진국 경제로 진입하기 위한 조건을 논의하는 의미 있는 세미나가 최근 열렸다.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 전략, 일본의 경험’ 세미나가 11월15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개최됐다. 경제 전문가들은 일본이 10여년 만에 국민소득 2만 달러에서 4만 달러까지 달성한 노하우를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제언했다.

“한국경제가 과거에 비해 성장한 것은 사실이지만 아직 선진국으로 불리기엔 부족합니다. 우리보다 먼저 1인당 국내총생산(GDP) 3만 달러를 넘어선 일본으로부터 선진국 진입에 필요한 지혜를 얻어야 합니다.” 주제발표를 한 이종윤 한일경제협회 부회장(한국외대 명예교수)은 “한국경제가 선진국 경제로 진입하기 위해선 일본경제가 이른바 ‘중진국 함정’에 빠지지 않고 선진국으로 진입한 원동력을 분석, 참고할 필요가 있다”고 강조했다.

서정해 경북대학교 교수(경영학)는 “일본이 과거 경제위기나 외부 충격을 극복한 데는 제조업의 힘이 컸다” 며 “제조업의 기반을 확고하기 위한 노력이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비스 산업과 제조업의 발전을 병행해 제조업 르네상스를 가져와야 한다”고 설명했다. 또 일본이 글로벌 디지털 시대에 개방적 혁신으로 적절하게 대응하지 못한 것은 반면교사로 삼아야 한다고 지적했다.

이형오 숙명여대 교수는 일본경제의 핵심을 중소기업으로 꼽은 뒤 “일본판 히든 챔피언인 GNT(Global Niche Top) 기업의 사례에서 한국 중소기업 정책과 경영 방향을 모색할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는 “대기업을 통한 성장은 한계에 부딪혔다” 며 “이제는 중소기업에 기대를 걸고 경쟁력을 키울 때“라고 말했다.

일본이 선진국으로 진입한 과정에서 최고 통치자들의 리더십도 참고할 필요가 있다. 1987년 말 총리에 오른 다케시타 노보루는 경제 분야의 최대 난제였던 소비세를 도입해 세제개혁을 완수했다. 3만 달러를 달성할 당시 총리였던 미야자와 기이치는 ‘생활대국’을 기치로 내걸어 일본의 자산 배증을 달성했다.

2008년 이후 글로벌 경기침체가 이어지고 있다. 한국경제는 이미 저성장 시대에 진입했다는 전문가들의 경고음도 잇따른다. 한국이 우위를 가진 주요 제조업 경쟁력에서 중국은 턱밑까지 쫓아왔다. 시간이 많지 않다. 우리나라가 ‘중진국의 덫’에서 벗어나 진정한 선진국이 되려면 경제주체들이 다시 한번 신발끈을 조여야 한다.

국가 최고 통치자의 강력한 리더십이 필요한 것은 두말할 필요도 없다. 한국인의 강점인 신속하고 과감한 돌파력을 다시 한번 발휘할 때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