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기회와 준비가 만나려면?
“행운이란 준비가 기회를 만날 때 생기는 것이다.“ 이 말은 말기 췌장암 시한부 인생을 선고 받은 카네기멜론대 랜디 포시 교수가 마흔 일곱 인생을 정리하며 쓴 <마지막 강의(The Last Lecture)>에서 강조한 말이지만 그는 이 말의 출처로 로마의 철학자 세네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그는 B.C 5년에 태어나 네로 황제의 스승이기도 하였던 세네카가 한 이 말은 앞으로 적어도 2000년은 더 반복할 만한 가치가 있다고 했다.


  경영자나 리더 뿐만 아니라 모든 조직 구성원은 어떤 기회를 잡으려고 하는가? 각자의 꿈과 비전에 따라 다를 것이다. 조직에서 또는 개인적으로 진정으로 이루고 싶은 것을 달성하는 데 도움이 되는 것이 바로 잡고 싶은 기회가 될 것이다. 필자의 멘토는 늘 이렇게 강조했다. 기회란 인생에서 세 번 온다고 믿는 사람들도 많지만 실제는 그렇지 않다. 그는 기회란 가을바람이 코스모스를 흔들리게 하는 것처럼 우리 곁에 자주 오는데 이를 어떻게 느끼고 잡을 것인가를 생각하고 실천하여야 한다고 했다.

  조직 내에서 자신에게 도움이 되는 기회를 잡기 위해 어떤 준비를 해야 할까? 첫째, 자신의 업무에서 차별화된 전문성 확보와 상위 직책에 대한 업무 이해다. 그러면 기회가 온다. 조직에서는 자신이 예상치 못한 상위 직책자의 장기 휴가나 궐위 등이 발생하곤 한다. 이 때 잠시나마 상위 직책의 일을 대행하는 기회가 생기는데 이때 자신의 전문성을 유감없이 발휘하면 승진의 기회도 맛 볼 수 있다.

  외국계 기업의 인사담당 A부장의 사례다. 그는 평소 자신의 전문성을 기르고 상위 직책자인 인사담당 임원의 업무를 파악하고 있었는데 지난 연말연시 임원의 사정으로 휴가 등 해외에 5주간 머무를 수밖에 없는 상황이 되었다. A부장은 평소 CEO가 강조한 비즈니스 파트너 역할 업무를 성공적으로 대행하여 인정을 받은 케이스다. 임원이 업무에 복귀하여 차기 자신의 후임자로 CEO에게 추천하겠다는 것이다. 이는 마치 스포츠에서 후보 선수가 주전으로 발탁되는 과정과 유사하다. 후보에게도 언제든지 뛸 수 있는 기회가 온다. 2002년 월드컵 당시 필자가 좋아하던 골 넣는 주전 골키퍼 김병지 선수 대신 준비가 되어있던 후보 이운재가 선수가 주전이 되었듯이.

  두 번째는 조직 내에서 다른 업무를 하고 싶을 때나 심지어는 창업이나 더 큰 물에서 활동하고 싶을 때 무엇을 준비해야 할까? 도전적인 목표 설정과 늘 배우려는 자세가 중요하다. 목표가 있으면 이를 달성하기 위한 방법에 관심을 갖게 되고 이것이 호기심으로 연결된다. 이 호기심이 새로운 방법이나 효과적인 방법을 찾는 데 결정적인 기여를 하게 된다.

  새로운 변화를 맞이한 B팀장의 사례다. 얼마 전 미국에서 회계법인 매니저로 근무하다가 코로나 상황 등 개인적인 사유로 한국 내 회계 법인으로 옮긴 B팀장이 미국과 상이한 한국의 조직문화에 잘 적응하려면 어떻게 준비해야 하는지 문의를 해 왔다. 필자는 새로운 조직에 임하는 초심(初心)을 이야기해 달라고 했다. 그는 이렇게 말했다. ■주어진 기회에 대한 감사함을 잊지 말고 배우는 자세와 성장 마인드를 유지한다. ■나 자신과 팀원들의 잠재능력을 활짝 펼치자.■내 커리어의 주인이 되어 회계사로서 나의 브랜드 가치를 창출해 가자.■업무 수행 능력을 키우고 성과를 낸다. ■인연을 소중히 여기고 함께 일하는 사람들과 열린 자세로 소통하고 협력한다.

  이렇게 하면 새로운 직장에서 성장하고 성공할 수 있다고 생각된다. 이에 필자는 하나 더 요청했다. 그럼 조직에서 하지 말아야 할 초심은 무엇인가? 그는 깊이 생각하더니 다음과 같이 이야기했다.■지각하지 말고 약속시간에 늦지 않기.■험담하지 말 것. 누군가의 험담을 들어도 동요하지 않고 가담하지 않기.■이럴 것이라고 추측하거나 단정하지 않기.■비교하지 않기 특히 자신의 성과와 성장 속도를 남과 비교하지 않기■직장 안에서 받은 스트레스를 직장 밖으로 가져오지 않기 또한 직장 밖에서 스트레스를 직장 안으로 가져오지 않기이다. 이 초심(初心)을 실천하면 그는 새로운 직장에서 자신의 브랜드 가치를 창출할 것이라고 본다.

  기회를 찾을 때 무엇보다 방향성이 중요하다. 다시 고대 로마 철학자 세네카의 이야기다. 그는 “어느 항구를 향해 갈 것인지를 생각하지도 않고 노를 젓는다면 바람조차 도와주지 않는다”고 했다. 내가 우리 조직에서 새롭게 해 보고 싶은 업무를 적극적으로 모색해 볼 필요가 있다. 또한 지금의 업무에 탁월한 성과를 내고 있는가? 아니면 매너리즘에 빠져있지는 않은가? 고객과 CEO가 자신에게 요구하는 사항은 무엇인가? 등을 성찰해 봐야 한다.

  자신이 기회라고 생각해도 준비하지 않으면 잡을 수 가 없다. 준비는 실행이 포인트다. 넷플릭스 다큐 추천 <토니 로빈스: 멘토는 내안에 있다> 영화의 <Stay head you are dead!> 대사에 어떤 생각이 드는가? 이어서 “사람들은 사소하고 표면적인 문제를 부풀리는 경향이 있다. 이는 크고 심각하고 중요한 본질적인 문제를 회피하려는 것이다.”라는 말도 가슴에 와 닿는다.

  내가 도움을 받고자하는 기회는 내 인생과 정체성에서 어떤 의미인가? 그리고 준비와 실행을 위해 자신만의 동기부여 비결은 무엇인가? 지금 리더로서 기회와 준비를 만나게 하고 있는지 성찰해 볼 시점이다.

<김영헌 /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