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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진=게티이미지뱅크

“최소 비용으로 직원들의 역량을 깨울 수 있는 방법은 무엇일까?”

필자는 지난 1998년 초 무거운 자리를 맡은 바 있다. IMF 외환위기의 높은 파고를 견디지 못하고 워크아웃을 신청했던 기업의 경영자로 부임했기 때문이다. 나름 회사를 다시 일으켜 세울 구원투수로 등판 했지만 내심 고민은 깊었다.

필자로서는 생존을 위해 회사의 정체성만 남기고 모든 것을 제로베이스(Zero Base)에서 출발해야 했다. 그렇게 회생작업을 하던 중에 스스로에게 한 가지 질문을 던졌다. 그것이 바로 초두에 언급한 질문이다. 최소 비용으로 직원들의 역량을 깨울 수 있는 묘책(妙策). 그 묘책을 필자는 간절히 찾고 있었다.

모든 사람은 누구나 더 나은 내일을 향한 강한 욕구를 갖고 있다. 그래서 바깥에서 살짝만 건드려도 알을 깨고 병아리가 나오듯 자신을 발전시킬 기회는 무궁무진해진다. ‘줄탁동기(啐啄同機)’를 필자는 나름대로 이렇게 해석해본다. 성공을 간절히 갈망하는 직원들에게 경영자가 작은 힘을 보태주면 놀랄만한 성과가 나올 수 있다는 의미다.

필자는 그것을 책에서 찾았다. 그리고 생각했다. “아무리 오늘이 어려워도 미래를 준비하려면 직원들에게 한 달에 한 권씩 책을 읽게 하자!”

방법은 간단했다. 필자가 먼저 주요 일간지에 소개하는 신간을 4~5권 골라본 다음 그 중 한 권을 선택해 전직원들에게 나눠주고 A4 용지에 한 페이지 분량의 독후감을 제출하게 했다. 책읽기가 다소 생소했던 그 시절, 처음에 직원들은 취지를 잘 이해하지 못하고 마지못해 하는 의무감으로 하다 보니 비슷한 내용의 독후감이 쏟아졌다. 이것은 아니라는 생각에 방법을 달리했다.

단순히 책의 내용을 요약해 정리하지 말고, 자신이 책을 읽고 어떤 배움이 있었는지 의미 중심으로 독후감을 쓰도록 바꾼 것이다. 그런데 놀라운 변화들이 나타났다. 오히려 다른 책들을 더 구입해 읽으며 자기 안에 있는 에너지를 깨워가는 직원들이 많아졌다. 물론 회사도 다시 회생에 성공하며 언론 등에서도 큰 주목을 받았다.

직원뿐 아니라 9년 동안 CEO로 재임했던 필자에게도 책읽기 습관은 뜻밖에 많은 선물을 갖게 되었다. 그 첫 번째 선물은 한 달에 4~5권의 책을 읽는 습관을 들이게 되었다는 점이다. 필자의 경우 나름대로의 기준으로 선정한 책을 저자의 서문을 먼저 읽고 목차를 읽어본 다음 마음이 가는 부분부터 읽는다. 밑줄을 치거나 접어두고 또 읽기도 하면서 내 것으로 소화하는 습관이 생겼다.

두 번째 선물은 2000년대 초에 주요 일간지에 책읽는 CEO로 소개된 덕분인지 2007년부터 한국생산성본부에서 시작한 2주에 책 한 권을 읽는 미래경영 CEO 북클럽 과정을 시작할 때 초대받아 지금까지 이어져 오는 것이다. 14년째 빠짐없이 참석하고 있으니 필자로서는 큰 축복이 아닐 수 없다.

‘책은 실로 위대한 것을 품고 있다.’ 필자에게 이 한마디는 변하지 않는 금언과도 같다. 이 글을 읽는 독자도 올 한해 책에서 위대한 한 가지라도 깨닫기를 기대해본다.

☞ CEO에게 던지는 질문: “지난 달 읽은 책 중에서 어떤 점을 크게 깨달았습니까?”

김재우 前 한국코치협회 회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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