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떻게 걸을까, 맨발걷기

‘본투런’이라는 책이 있다. 크리스토퍼 맥두걸이 지은 이 책은 미국에서 아마존닷컴, 뉴욕타임즈에서 43주 연속 베스트셀러의 자리를 차지했고, 워싱턴포스트지에서는 2009년 ‘올해의 책’으로 선정될 만큼 많이 팔렸다.

이 책의 내용은 세계 최고의 울트라마라토너(정규 마라톤 코스인 42.196킬로를 뛰는 경주자이지만, 여기에 나오는 경주는 보통 100킬로, 150킬로이다)와 멕시코의 숨겨진 원시부족 타라우마라족이 벌이는 경주에 관한 이야기이다. 그런데 미국의 울트라마라토너들의 가장 큰 고민은 가장 비싸고 최고로 과학화된 신발을 신음에도 불구하고 발에 부상이 잦다는 점이다.

이에 비하여 타라우마라족은 아주 가볍고 얇은 ‘와랏치’라고 하는 전통적인 신발(소가죽으로 만든 샌들)을 신고 달리지만, 부상을 걱정하지 않는다. 이 두 부류를 오랫동안 비교하고, 연구 자료를 검토한 저자는 신발에서 그 이유를 찾는다. 결론은 ‘맨발’이 과학화된 신발보다 훨씬 달리기에 적합하다는 결론을 내린다. 이에 대한 자세한 내용은 특히 ‘나이키의 불편한 진실’편에서 과학화된 신발의 허상을 말한다.

그런 이 책이 나의 비즈니스와 아주 밀접한 관계를 갖고 있다. 우선 크리스토퍼 맥두걸은 ‘누가 나에게 ’언제 필맥스 신발을 신어도 되냐?‘고 묻는다면 누구나 항상 신어도 된다고 적극적으로 권하겠다’ 라는 추천을 했기 때문이다.

뿐만 아니라 맨발 런닝과 신발 런닝의 차이점을 비교하면서 맨발로 뛰는 것이 신발로 뛰는 것보다 인체에 대한 충격이 30%이상 적다는 연구결과를 내어 유명한 ‘네이처’지에 게재하고, BBC등에서 방송한 하바드대학의 리버만 박사 또한 필맥스 신발을 사용해서 연구를 했다는 점이다.

물론 그는 언론사에 발표하기 전에 필맥스에 그 자료를 보내와, 감사의 의사를 표시한 적도 있다. 이 두 사람의 필맥스 신발을 권하면서 나로서는 상당한 마케팅자료를 확보한 셈이다. 2009년 전후해서 신발업계에는 ‘맨발신발 barefoot’를 강조하는 제품을 쏟아내었다. 신발의 주된 특성이 barefoot(맨발)이다 보니 나도 맨발로 걷고 달리기를 경험해보지 않을 수 없었다.

그런데 생각보다 한국에도 맨발 달리기하는 사람들이 꽤 많음을 알았고, 더구나 맨발로 산악이나 장거리 달리기 하는 울트라 러닝하는 클럽도 있었다. 이들이 내 신발의 주된 고객이었다. 달리기를 별로 좋아하지 않는 나는 걷기 체험하기로 했다.

맨발로 산을 걷기 시작했다. 그런데 혼자 하기는 쑥스럽고 심심해서 네이버의 ‘맨발걷기 클럽’에 가입해서 파주의 삼학산, 대전 계족산, 서울의 대모산과 청계산을 같이 걸었다. 어느 정도 익숙해지면서 혼자 북한산, 수락산이나 도봉산을 맨발로 걷기 시작해서 이제는 때때로 산을 맨발로 올라간다. 동네 뒷산인 개운산에 있는 운동장에서 신을 벗고 걷기는 자주 한다. 신을 신고 걸을 때와 맨발로 걸을 때, 같은 땅을 디딛고 있어도 세상을 대하는 마음가짐이 사뭇 다르게 된다.

맨발로 세상에 섰을 때는 대지가 주는 느낌을 받으려고 신경을 발바닥에 집중하면서 걷는다. 그러면 내가 지구와 접촉하고 있다는 쾌감이 온 몸을 감싼다. 틱낫한스님은 그의 책 ‘걷기 명상’에서 지구 별 위를 걷는다는 것은 매우 멋진 일이라고 했다. 그리고 지구 별 위에서 걷는 한 걸음마다 발아래 있는 든든한 대지에 감사해야 한다고 썼다. 한 걸음 떼어놓을 때마다 살아 있음의 기적이 생겨나고, 걸음마다 나를 실재하는 사람으로, 지구를 실재하는 존재로 실감하게 된다.

발바닥에 땅에 닿는 신경에 집중하다보면, 나의 존재는 머리가 아닌 발바닥으로 내려가 있다. 그러면서 지구 별 위에 인장 찍듯 찬찬히 걷다 보면 지구는 따스한 온기로, 차가운 시원함으로, 뾰족한 따끔함과 진흙의 질펀한 온정을 내게로 전해준다. 생명력 있는 존재로서의 지구, 가이아와 나는 그렇게 교감한다. 맨발로 산을 걸으면 가이아가 주는 경이로움에 생의 새로운 의욕과 감사로 충만하게 된다.

북한산 백운산장까지 맨발로 오른 적이 있다. 정말이지 올라가는 내내 한 걸음 한 걸음에 신경을 쓰였다. 그야말로 이전에 듣던 ‘천하를 움직이듯이 너의 발걸음을 움직여라. 군자의 발걸음 어쩌고저쩌고 ...... ’하는 말들이 실감났다. 나를 보는 사람들은 걱정 반, 부러움 반으로 ‘괜찮으세요!’하면서 지나가기도 했다.

하지만 이상한 사람처럼 보는 사람이 없다는 게 저로서도 신기했다. 그렇게 백운산장까지 올라가니, 백운산장의 주인 어머니가 주시는 막걸리와 칼국수를 시원하게 먹고 나니 비로소 내가 꽤 오랫동안 맨발로 땅을 밟으면 왔다는 실감이 났다. 산장의 달콤한 커피를 들고 북한산의 공기와 하늘을 한참 쳐다보고는 다시 내려왔다. 그런 백운산장이 이제는 사라져 못내 아쉽다.

산장에서 내려오기는 올라가기보다 더 어려웠는데, 오를 때보다 발이 민감해져서 그런 듯하다. 그렇게 왕복 5시간을 온전히 걷는 데만 신경을 집중하였다. 발바닥이 땅에 닿을 때의 고통이 생각보다 심했다. 그 길은 흙길이 아니라 잔자갈이 많은 길이었기 때문이다. 그 대신 다 내려와서 계곡에 졸졸 흐르는 물에 그대로 들어갔다가 나올 때의 상쾌함.시원함은 그 아픔을 충분히 보상해주었다. 계속해서 아픈 것은 아니고, 바윗길이나 낙엽위는 오히려 나았고, 부서진 잔돌들이 깔려있는 그런 길이 아팠다.

등산화를 신은 사람들은 바로 나를 앞서갔다. 가만히 짐작해보니 등산화를 신은 사람들의 속도가 100이라면, 필맥스의 맨발 신발은 90정도, 진짜 맨발은 30정도의 속도되는 것 같았다. 언젠가는 그렇게 홀로 걷기를 불암산에서 즐기고 있는데, 지나가는 어린애가 ‘저 아저씨는 신발을 잊어버렸나봐~’하는 말을 듣기도 했다.

요즘 산을 가다보면 전보다 맨발로 걷는 사람이 늘었음을 알 수 있다. 물론 건강을 위해서인 경우가 대부분이다. 산을 맨발로 걷는 이유는 건강이 주된 이유이다. 서울 대모산에서 서울 대모산에서 ‘맨발걷기 숲길 힐링스쿨’을 매주 토요일 무료로 운영하고 있는 박동창회장은 동아일보와 2020년 9월 한 인터뷰에서 맨발걷기가 면역력을 높이는 이유에 대해 지압효과(Reflexology)에 더해 접지효과(Earthing)가 있다고 한다.

맨발로 맨땅을 걸으면 지표면에 놓여 있는 돌멩이나 나무뿌리, 나뭇가지 등 다양한 물질이 발바닥의 각 부위와 상호마찰하고, 땅과 그 위에 놓인 각종 물질이 발바닥의 각 반사구를 눌러준다. 자연 지압인 것이다. 한의학에서도 맨발걷기를 권장하고 있다. 지압 중에선 발바닥 아치가 주는 효과도 중요하다. 그는 “인체공학적으로 아치가 탄력적으로 움직이면서 발밑에서부터 피를 잘 돌게 해야 하는데 신발을 신으면서 그런 효과가 사라졌다. 그러면서 신발이 만병의 근원”이라고 설명했다. 신발 깔창 때문에 아치가 압축 이완이 덜되고 부도체인 고무가 접지도 막고 있다는 것이다.

접지는 맨발로 땅을 밟는 행위다. 시멘트 아스팔트 등은 효과가 없다. 우리 몸에 3~6볼트의 양전하가 흐르는데 땅과 맨발로 만나는 순간 0볼트가 된다. 땅의 음전하와 만나 중성화된다. 이때 우리 몸에 쌓인 활성산소(Oxygen Free Radical)가 빠져나간다. 박 회장은 이를 맨발걷기 접지의 항산화효과로 불렀다. 2010년 미국의 전기기술자인 클린트 오버가 접지 원리를 발표했고 심장전문의 스티븐 시나트라 박사 등 의사들과 공동작업해 그 치유효과에 대한 실증적인 연구 결과를 ‘접지(Earthing)이라는 책으로 엮었다. 2013년 미국 ’대체 및 보완의학학회지‘에 발표된 ’접지는 혈액의 점성을 낮춰준다(스티븐 시나트라 등)‘는 논문에 따르면 끈적끈적한 점성이 있는 혈액이 맨발걷기 40분 뒤 깨끗해졌다. 또한 적혈구 제타전위(Zeta Potential·표면 세포간 밀어내는 힘)를 평균 2.7배 높여줘 혈류 속도가 2.7배로 빨라졌다.

맨발로 자연을 걷는 것은 명상을 하게 되고, 가이아 지구와 직접 접촉하는 특별한 경험을 준다. 게다가 건강에도 좋다. 가끔은 그렇게 맨발로 세상을 걸어보는 것도 사는 느낌을 받기에 좋은 경험이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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