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피 바칼의 저서 ‘룬샷(loonshots)’은 빌 케이츠가 가방에 넣고 다니며 추천하는 책이라고 한다. 미친 아이디어라고 손가락질 받던 ‘룬샷’이 어떻게 전쟁 질병 비즈니스의 위기를 성공으로서 바꾸었는지 과학자와 경영자의 눈으로 탐구했다는 책이다. 물리학자이자 바이오 기업의 창업자요 CEO인 저자가 자신의 전공과 비즈니스 현장을 접목한 경영이론을 망라한 책이니 반응은 가히 폭발적이다.

룬샷 프랜차이즈 용어나 상분리 동적평형 등의 생소한 물리학 용어로 풀어가는 과정은 제법 흥미롭다. ‘룬샷’은 천대받는 프로젝트 관심을 끌지 못하는 아이디어를 말하며 창의성 등 주로 보이지 않는 무형(無形)의 것을 의미한다. ‘프랜차이즈’는 유형(有形)의 것으로 경영에 필요한 회사 운영 관리 확장 등을 말한다. 룬샷 조직이 예술가라면 프랜차이즈 조직은 군대 장병에 해당된다고 언급한다. 회사가 발전하기 위해서는 룬샷이 있어야 실행이 있고 프랜차이즈가 있어야 룬샷의 성과가 퍼져 나간다고 말한다.

책 속에서 다양한 사례와 인물들이 등장한다. 그중 인상이 깊었던 인물은 2차 세계대전과 미국의 번영을 위한 과학적 토대를 닦은 버니바 부시이다. 우리나라에도 이런 인물이 있었다면 한국의 역사도 많이 달라지지 않았을까 하는 생각이 된다. 이외에도 수많은 인물이 있지만 특히 필자의 관심을 사로잡는 것은 애플사에서 축출되기 전과 복귀 후의 상황을 자세히 설명하고 있는 ‘스티브 잡스’의 비화이다.

잡스는 애플의 재임 시절 기술 개발 부서만 우대하고 나머지 부서는 멍청이라고 조롱하는 실수를 저지른다. 그 후 결국 성과를 내지 못하고 회사에서 쫓겨나고 만다. 그러나 이후 다시 복귀를 한 후에는 두 그룹의 편견을 두지 않고 조화를 이루어 균형 있게 다루어 애플의 전성기를 만들었다고 한다.

룬샷 조직은 예술가라고 하였으니 명리(命理) 오행(五行)의 속성 중에서 손(孫)의 자리가 강한 사람들이라고 할 수 있겠다. 반대로 프랜차이즈 그룹은 군대 장병에 해당한다고 언급하였으니 관(官)의 자리가 강한 사람들이라고 하겠다. 손과 관은 서로 반대의 속성을 지니고 있다. 손은 자유분방과 변화 개혁을 나타내는 반면 관은 규정 규칙 명분 복종을 의미하니 경영조직에서도 성향이 차이가 있어 의결 충돌이 생기는 것은 당연하다.

스티브 잡스의 명국(命局)은 어떠할까? 재임 시절 기술 개발 부서만 우대하여 혹여 룬샷그룹이라고 할 수도 있지만 실제는 프랜차이즈 그룹에 속한다. 잡스는 차기 애플의 CEO를 프랜차이즈 조직의 장이었던 팀 쿡을 후계자로 인정한다. 스티브 잡스가 병가를 냈을 때 임시 CEO 직을 맡았던 연유도 있었겠지만 인간관계는 유유상종(類類相從)이라 관의 자리가 좋은 사람 즉 규정과 질서를 지키기를 좋아하는 사람은 결국 그와 비슷한 성향의 인물을 선택하게 된다. 어쩌면 회사의 안정적인 측면에서는 당연한 선택이라 하겠다.

일가를 이룬 국내 유명 CEO들의 명국(인생지도)을 분석해 보면 오행(五行)의 큰 틀은 스티브 잡스와 별반 다르지 않음을 알 수 있다. 기업을 경영하는 대표들이 여러 자녀를 두고 있을 때 자신과 비슷한 성향을 보이는 자녀를 후계자로 선택하는 경우가 많다. 오행의 타고난 자리가 비슷한 사람은 남에게 보이는 행동 또한 유사성을 보이게 되는데 이를 지켜보는 대표의 입장에서는 그 자식에게 눈이 가는 것은 당연하다 하겠다. 여기에 이미 자신의 인생 모델로 성공을 맛보았던 경험은 후계자를 선택하는 데 있어서도 자신과 유사한 모델을 찾아 대업을 이어나가는데 적임자라 판단하는 데 한몫을 하고 있는 것이다.

잡스는 1985년 31세의 나이에 애플을 쫓겨나다시피 떠나, 10년이 지난 후에야 다시 복귀를 하게 된다. 잡스의 명운(命運)을 살펴보면 31세부터 무려 9년간 삼형(三刑)이라는 흐름이 이어진다. 삼형에서 삼(三)은 타인(兄)자리와 명예(官)자리 그리고 재물(財)자리를 말한다. 형(刑)은 이 세 가지와 인연(因緣)이 다함을 말한다. 기문서(奇門書)에서는 누구나 이 운의 흐름에 들면 건강 사업 동업 거래 등 삶의 전반에 걸쳐 특히 주의해야 한다고 언급하고 있다. 실제의 사례에서도 삼형(三刑)의 흐름에 봉착하는 사업가들은 사업에 커다란 어려움에 겪게 된다.

계절(季節)은 사시순환(四時循環)을 한다. 잡스 나이 54세부터 9년간 다시 삼형(三刑)의 흐름이 발동(發動) 하고 급기야 2011년에도 삼형(三刑)의 운이 동하여 재액(災厄)이 겹친다. 안타깝지만 자신의 흐름을 알지 않고서는 도저히 피할 방법이 없다. 결국 지병으로 인생을 마감하니 그의 나이 57세이다. 잡스의 기사를 접할 때마다 드는 생각이 있다. 비운의 천재 스티브 잡스가 자신의 명(命)과 운(運)을 알고 있었더라면 인생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하는 아쉬움이다.

※ 필자의 의견은 한경닷컴의 공식적인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여동재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 한경닷컴,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