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영헌의 마중물] 당신 조직의 ‘그라운드 룰’은?
 얼마 전 A 팀장에게 조직운영의 그라운드 룰(ground rule)이 있느냐고 물었다. 새로운 업무를 맡은 신임 팀장인 그는 “그라운드 룰이 필요한가요?” 반문했다. 보통 회의나 워크숍을 할 때도 효율적으로 진행하기 위해 그라운드 룰이 필요하다. 하물며 리더로서 조직운영을 함에 있어 조직 구성원과 합의하여 모두 지켜야 할 규칙을 공유하는 것은 아주 소중하다.


  그라운드 룰이란 사전적 의미로는 경기장의 사정에 따라 정식 경기 규정을 적용할 수 없는 경우에 임시적으로 정하는 경기규정이다. 조직에서는 리더와 조직 구성원이 함께 지켜야하는 기본 규칙을 말한다. 그렇다면 이런 규칙이 있는 것과 없는 것은 그 결과가 어떻게 다를까? 또한 묵시적으로 있는데 명시적으로 정해져 있지 않다면 얼마나 잘 지켜질까?

  A 팀장은 이번 기회에 새로운 조직 구성원 15명과 함께 다음과 같이 그라운드 룰을 만들었다.▪매일 아침 먼저 보는 사람이 큰 소리로 인사한다 ▪근무 상황 관련 휴가, 조퇴 등은 개인의 자율이지만 그 일정은 팀내 공유한다. ▪팀 내 모든 회의는 한 시간 이내에 마친다.▪퇴근 후 업무지시를 하지 않는다.▪한 달에 한번 그 달의 생일자 축하 파티를 통해 소속감을 제고한다.(A 팀장은 생일 케익 등은 회사 경비가 아닌 자비라고 필자에게 귀뜸했다.)▪매주 수요일 오후 개인 면담 시간을 갖는다. ▪애로사항이나 건의사항이 있으면 팀장에게 이야기하고, 팀장은 진행사항을 피드백한다. 조직 분위기를 부드러우면서도 활기차게 하려는 의지가 느껴졌다.

  B 임원은 프로젝트 업무를 맡고 있다. 그는 자신이 맡은 T/F팀의 구성원들에게 <우리 팀은 어떻게 일하고 싶은가?> 묻고 이를 정리했다. ▪우리는 Right Thing을 Right Way로 한다.▪목표와 포부를 크게 가진다.(200을 원할 때 100 이상을 달성할 수 있다)▪우리는 목표달성을 위해 자유롭게 의사를 표현한다.▪불가능한 것은 없다. 우리는 Risk를 Taking한다.▪과거는 Lesson Learned 되어야지 미래를 막는 장애물은 아니다 ▪각자 맡은 역할이 힘들거나 싫거나 동의할 수 없는 팀원이 있다면 기꺼이 내려준다. 업무 특성상 매우 도전적인 모습이 아닐 수 없다.

  C 부장은 구성원과 이렇게 합의하였다. ▪월말 마감 업무는 우선순위 최상위 업무다.▪업무 관령 최신 이슈는 SNS를 통해 신속하게 공유한다. ▪대외 업무 시 의사결정을 할 수 있는 키맨과 소통한다. ▪회사 활동 시 비용은 적절하게 사용한다. ▪출퇴근은 유연근무제이지만 상호 합의한 업무 기한은 맞춘다. ▪타 팀에서 도움을 요청하면 서로 협력하여 대응한다.▪한달에 한번 팀내 회식을 한다. 대외 업무 특성이 반영되었고 시너지 제고를 위한 노력이 돋보인다.

  그라운드 룰을 만들 때 필요한 세 가지 팁을 소개한다.

첫째, 회사차원의 미션과 비전, 핵심가치와 한 방향 정렬이 된 운영 기조에 조직의 업무와 조직 구성원의 특성을 감안 시너지를 통해 성과를 극대화하는 방향으로 정리하여야 한다. 이 과정에서 조직 구성원 개개인의 장점도 살리고 그라운드 룰이 소통의 통로가 되도록 해야 한다.

  한편, 조직이 처해있는 상황이 바뀌면 그라운드 룰도 변경해야 한다. 여름 철이 지나 겨울이 왔는데도 따뜻한 옷을 입지 않으면 감기에 걸린다. 예를 들면,예기치 못한 코로나 상황에 재택근무가 불가피하여 실행부터 하였는데 업무 성과 측정방법 등을 명료하게 합의하지 않아 리더와 구성원 간 동상이몽(同床異夢)하는 결과가 나타나기도 했다. 재택근무 시 그라운드 룰을 사전에 합의하고 시작했다면 서로 다르게 생각하는 것을 미연에 방지할 수 있었을 것이다. 이때 돌발 상황 등에 대한 대처 방안도 반드시 합의해야 한다.

  둘째, 리더 독단이 아니라 반드시 조직 구성원과 합의하여 만들고, 만들었으면 모두가 지켜야 한다. 남이 한다고 무늬만 그라운드 룰을 만들고 지키지 않으면 무용지물이 된다.지킬 수 있는 룰을 위해 먼저 조직 구성원들이 조직운영의 효과성을 위해 스스로 지켜야 할 내용을 리더가 없는 상태에서 자유롭게 의견을 교환하며 만들면서 리더에게 요구할 사항도 포함하게 한다. 그 다음 리더가 자신의 생각과 의지를 표명하여 최종 합의를 하면 된다. 그라운드 룰을 시행과정에서 가장 예외를 두고 싶어 하는 사람이 바로 리더 자신일 수 있지만 솔선수범해야 존경받는 리더가 된다.

  셋째. 조직운영의 그라운드 룰을 정했으면, 일체감을 위해 우리 조직이 이루고자하는 것을 하나의 색깔로 표현해 보면 좋을 것이다. 필자와 코칭 대화를 나눈 리더는 이렇게 얘기했다. 지금은 도전 업무 특성상 빨강색이지만, 안정화 되면 자신이 좋아하는 녹색으로 만들고 싶다고 했다. 한편 또 다른 리더는 궁극적으로 원하는 색깔은 무지개색입니다. 무지개처럼 개인성도 보장하고 다양성도 존중되어 협력의 시너지가 발휘되면 좋겠다고 했다.중요한 것은 마치 대한민국 축구 대표 팀의 붉은 악마 응원단처럼 자신만의 컬러가 필요하다.

  임원이든 팀장이든 조직의 리더로서 목표를 달성하기 위해 자신의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깊이 생각하고 그것을 조직 구성원과 함께 이루려면 먼저 그라운드 룰을 정립하라. 정답은 없다. 조직의 업무 특성과 상황 그리고 워라밸을 추구하는 조직 구성원의 욕구를 고려하여 합의하는 것이 중요하다. 지금 여러분 조직의 그라운드 룰은 어떤 색깔 입니까? 그것이 리더와 조직 구성원에게 주는 의미는 매우 크다.

 <김영헌 / 경희대 겸임교수, 前 포스코 미래창조아카데미원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