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상과 하>운명의 대결!
<프롤로그>
지금은 영웅을 찾아보기 힘든 시대다. 군인도 나라를 위해 헌신하는 안중근 의사(위국헌신군인본분)의 숭고한 정신은 없고, 개인의 사리사욕을 채우느라 작전에 구멍이 뚫리는 모습뿐이다. 마찬가지로 권력자들도 코로나에 지친 국민에게 희망은 커녕 이전투구의 치킨게임으로 피로감만 더해주고 있다. 아카데미 특수효과상을 받은 영화<상과 하(The Enemy blow), 1957>에서 2차 세계대전 당시 미구축함 함장과 독일 유보트 선장은 망망대해의 경계선 위와 아래에서 팽팽한 긴장감 속에 생사를 건 군인다운 전투를 벌이고, 승패에 대해서는 깨끗하게 승복하면서 서로에게 경례하는 모습을 볼 수 있다. 이를 통해 싸움에도 품격이 있어야 승부 뒤에 새롭게 시작할 수 있는 길이 열리게 됨을 배우게 된다. 남 탓하고 뒤에 숨는 전투가 아닌 정면에서 프로 근성으로 정정당당하게 대결하는 모습을 지닌 리더의 출현을 기대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상과 하>운명의 대결!
<영화 줄거리 요약>
미 해군 구축함 헤인즈오호 머렐 함장(로버트 미첨 분)은 과거 북대서양에서 독일 유보트의 어뢰에 침몰당해 뗏목에 의지해 25일을 표류하다 구조된 트라우마가 있다. 그러나 트라우마를 극복할 틈도 없이 바로 다른 구축함의 함장으로 임명된다. 머렐 함장이 남대서양 항해 중 함장실 밖으로 한 번도 나오지 않자 부하들은 그가 화물선 삼등 항해사라는 전력에 대한 의심과 함께 겁쟁이라는 소문까지 퍼트린다. 그러던 중 레이더에 미확인 물체가 발견되고, 보고를 받자마자 함장실에서 나온 머렐 함장은 예리하고 일사불란하게 지휘함으로써 부하들에게 점점 믿음을 주게 된다. 독일의 유보트 폰 함장(커트주겐스 분)은 특공대 M과 접선하여 그들이 확보한 영국의 암호문서를 갖고 독일로 돌아가는 임무를 받게 된다. 그러나 잠항 중에 미구축함의 추격을 받게 되고 어뢰를 발사하면서 위치가 노출되게 된다. 이로인해 두 함장 간의 고도의 두뇌 싸움과 심리전으로 치열한  승부를 펼치게 된다. 그러던 중 구축함이 어뢰에 맞고 바다 밑에 있던 독일군 잠수함이 물 위로 올라오게 되자 머렐 함장은 함포 공격 후 구축함으로 충돌 시켜 숨 막히던 전투를 끝낸다. 살아남은 두 함장은 각자 생사를 걸고 최선을 다해 승부를 펼친 동질감을 느끼며 전쟁이라는 참혹한 현실에서 실낱같은 희망을 발견하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상과 하>운명의 대결!
<관전 포인트>
A. 2차 세계대전 해전의 주요 무기는?
지금처럼 첨단장비로 무장된 상태가 아닌 수중청음기와 수중음파탐지기(소나 프로젝터)로만 보이지 않는 적을 상대해야 했다. 계속해서 폭뢰를 내려뜨려 잠수함을 위협하고, 잠수함의 부하들은 밀폐된 해저의 작은 공간에서 그 두려움과 싸우며 어뢰로 구축함을 공격하게 된다. 유명한 잠수함 영화는 주겐 프로크노 주연의 <특전 유보트(The boat), 1982>, 숀 코너리, 알렉 볼드윈 주연의 <붉은 10월(The hunt for red October), 1990>, 덴젤 워싱턴, 진 해커만 주연의 <크림슨 타이드(Crimson Tide), 1995>, 해리슨 포드, 리암 니슨 주연의 <K-19 위도우 메이커, 2002>가 있다.

B. 머렐은 어떤 함장인가?
트리니다드 항구를 떠난 이후 줄곧 함장실에서 두문불출하는 머렐을 두고 부하들은 “뱃멀미나 하는 병역기피자가 정규해군의 자리에 들어온 거야. 좌현과 우현이나 구별할 줄 아는 사람이길 바라”라며 무시한다. 하지만 레이다에 적의 잠수함이 포착되자 비상한 통찰력으로 대응하던 함장은 “우리가 적의 잠수함과 마주치게 되더라도 놀라지 않기 바란다. 모두 맡은 바 임무를 충실히 수행한다면 우리는 승리할 것이다”라고 부하들에게 확신과 안정감을 심어준다.

C. 독일의 함장 폰은 어떤 사람인가?
백전노장인  독일 잠수함 선장은 비록 전쟁으로 적과 치열하게 싸우지만, 전쟁에서 두 아들을 잃고 전쟁을 혐오하는 평화주의자다. 부하인 쿤츠 중위가 “총통이여 명령을, 우리는 당신의 명령을 따르겠습니다”라는 플래카드를 걸어두자 자신의 수건을 던져 가리며 잘못된 전쟁과 히틀러에 대한 적대감을 보인다. 또한, 처음에는 머렐 함장을 “너무 똑똑하든지 아니면 너무 바로 같던지”라고 생각하다가 자신의 마음을 꿰뚫고 2번이나 폭뢰에 당할뻔하던 그는 위험을 무릅쓰고 잠수함을 해저 바닥으로 피하게 된다.

D. 군의관이 머렐 함장에게 쉴 것을 권하자 반응은?
“적의 잠수함이 나타난 것이 나한테는 어떤 약보다 더 효과적이다. 나는 육감으로 적이라는 것을 안다. 내 마음은 레이더 빔의 다른 쪽 끝에서 작동하고 있다는 걸 나는 안다”라며 마치 맹수를 사냥하는 사냥꾼처럼 반응한다. 독일 잠수함에서 어뢰를 발사하도록 유도한 머렐 함장은 어뢰를 쏘는 데 걸리는 시간이 10분이라는 것을 알고 배를 좌현으로 신속히 틀어 어뢰를 피하게 되자 부하들은 그의 예지력에 감탄하게 된다. 하지만 잠수함을 잡기 위해 발사한 폭뢰는 독일 함장의 기지로 실패하게 된다. 과거 자신이 타던 화물선이 독일군의 어뢰에 맞아 파괴된 후 해군에 입대한 머렐은 전쟁이 끝나도 “우리가 예전에 가졌던 영속성에 대한 믿음이 사라질 것이고 비참함과 파괴는 끝나지 않을 것이라는 심각한 진리를 배운 것”이라고 전쟁은 미래의 희망을 없앴다고 생각한다. 그것은 자신이 타고 있던 화물선이 유보트에 의해 파괴될 때 부인이 죽은 데서 온 아픈 상처이기도 하다.

E.승부를 가른 마지막 전투는?
미구축함이 규칙적으로 바닷속에 있는 잠수함을 추격하며 폭뢰를 정확히 투하하자, 어뢰 발사실의 한 독일 수병은 공황 상태가 되어 렌치를 들고 난동을 부린다. 이때 함장은 “죽는 것은 우리 임무 중의 일부다. 그렇지만 우리는 죽지 않을 것이다. 나를 믿어라”라며 강한 신념을 심어주고, 군가를 틀어 함께 노래 부르면서 공포를 진정시키고, 마지막 남은 어뢰 4발을 동시에 발사하여 1발이 미구축함에 명중한다. 이때 머렐 함장은 갑판 위에 매트리스와 휘발유를 써서 불을 피워 배가 병사들이 많이 죽고 불이나 침몰하는 것처럼 꾸며 잠수함이 수면으로 부상하자 함포를 발사하고 구축함을 잠수함과 충돌 시켜 버린다. 화재가 나면서 승조원들은 탈출하고 폰 함장은 부상한 부함장을 데리고 탈출하다가 적인 머렐 함장의 기지에  존경의 경례를 하자 머렐도 정중하게 화답을 한다. 머렐이 던져줄 밧줄을 타고 같이 탈출하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상과 하>운명의 대결!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상과 하>운명의 대결!
<에필로그>
독일 잠수함과 조우한 미구축함 함장은 모든 무전을 끄며 잘못된 반사파로 적을 교란하여 위치추적을 피하면서 적이 어떻게 움직일지를 정확히 예측하며 고도의 작전을 펼친다. 이에 함장을 겁쟁이로 여겼던 부하들은 그의 명령에 일사불란하게 움직이며 복종하게 된다. 훌륭한 리더는 자신이 맡은 직무에 높은 프로 근성과 다양한 경험에서 나오는 통찰력 그리고 여유로 조직을 안심시키면서 한 방향으로 리더해 나가는 것이다. 미구축함  함장처럼, 말로만 하는 그런 지도력이 아닌 솔선수범과 신뢰성을 갖춘 품격있는 리더로서 자기가 그곳에 존재하는 이유를 찾을 수 있는 기회를 만들어나가야 한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