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매너가 신사를 만든다!
<프롤로그>
007시리즈가 이데올로기의 갈등을 배경으로 하는 전통적 첩보물이라면 요즘 등장하는 다양한 방식의 스파이영화는 생활 속 악과 대결하는 현실적 스토리물이다. 영화<킹스맨 2편: 골든 서클(The golden circle), 2017>에서 비정상적인 도발로 지구를 위기에 빠트리는 악당을, 깔끔한 슈트를 입은 첩보원들이 신사적인 매너를 지키면서 퇴치하는 모습은 마치 현실 속 직장인을 보는 것 같다. 임무중 동료들을 지키고 악을 물리치기 위해 지뢰를 대신 밟은 요원이 씩씩하게 노래를 부르며 악과 함께 장렬하게 산화하는 모습에서 우리가 잊고 살던 정의감과 희생정신을 일깨워준다. 오늘 노래를 부르며 우리가 살아가는 현실 속에서 작은 정의라도 실천하길 기대해본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매너가 신사를 만든다!


<영화 줄거리 요약>
1편 <킹스맨: 시크릿 에이전트, 2015>가 중세시대 ‘원탁의 기사’ 등 영국 역사와 문화를 풍자한 스토리로 구성됐다면, 2편<킹스맨: 골든 서클, 2017>에서는 힘의 균형이 영국에서 미국으로 넘어간 양상이다. 어느 날 국제적 범죄조직 골든 서클의 ‘포피'(줄리안 무어 분)에 의해 영국 킹스맨 본부와 런던 새빌 로의 양복점 그리고 요원들의 집이 무참히 폭파된다. 유일하게 살아남은 에그시(태런 에저튼 분)와 멀린(마크 스트롱 분)은 킹스맨 ‘최후의 날’ 수칙에 따라 발견된 추모주 위스키병에서 ‘생산지 미국 켄터키’라는 키워드를 발견한다. 키워드를 따라 미국 켄터키의 동맹조직인 스테이츠맨의 존재를 알게 되어 찾아가던 중 테킬라 요원을 만나 죽은 줄 알았던 해리 요원(콜린 퍼스 분)을 만나게 된다. 킹스맨과 스테이츠맨은 영국과 미국에서 비밀조직을 꾸려 킹스맨은 ‘양복점’을, 스테이츠맨은 ‘양조장’을 운영하고 있었다. 이들은 서로 협력하여, 전 세계인들을 마약의 인질로 위협하며 미국 대통령에게 마약의 합법화와 자신과 부하들의 사면을 요구하는 악당 ‘포피’를 상대하게 된다. 이 과정에서 미국의 위스키 요원의 배신으로 위기를 겪지만, 마침내 악의 화신 포피는 제거되고 사망 직전의 세계 각국 환자들에게 드론으로 치료 백신이 전달되어 위기를 모면한다. 3편은 프리퀄로 1차 세계대전을 배경으로 킹스맨 창설 초기 옥스퍼드 백작의 스토리가 담겨 개봉될 예정이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매너가 신사를 만든다!
<관전 포인트>
A. 영화에서 미국을 상징하는 여러 가지 배경은?
미국 역사에서 서부 사람들은 척박하고 황량한 곳을 개척하는 강한 정신력을 발휘하는 모습을 볼 수 있는데 ‘스테이츠맨’도 거칠고 개척자적인 모습을 보인다. 영화에서는 서부의 스테이츠맨 양조장을 기반으로, 위스키 요원이 맡은 동부 ‘뉴욕’을 보여주고, 멀린이 <웨스트 버지니아> 노래를 부르는 모습과 미국의 대중적인 술 ‘테킬라’나 1932년 개발된 ‘지포 라이터’를 보여준다.

B. 2편에서 멀린이 보여주는 인상적인 리더십은?
킹스맨 조직 내에서 행정, 훈련, 작전에 관여하는 ‘멀린’이라는 요원은 에그시와 해리 둘이 작전을 수행할 때 악의 본부인 캄보디아까지 따라갔다가 지뢰를 밟은 에그시를 대신해서 자신이 지뢰를 밟고 포크송<컨트리 로드>을 부르며 적과 자폭하여 친구를 구하고 악을 쳐부수기 위해 희생하는 감동적인 리더십을 보여준다.

C. 악의 여자 포피의 잔인성은?
로봇 개를 통해 사람을 산채로 포획하여 고기 분쇄기에 넣어 버리고 거기서 갈려 나온 재료로 패티를 만들어 햄버거를 만드는 잔인함을 보인다. 또한 자신의 과시감을 위해 영국의 상징적 국민 가수 엘튼 존을 납치하여 자신만을 위해 노래를 부르게 하는 편집증도 가지고 있다.

D. 킹스맨 요원들이 정장 신사복을 원칙으로 하는 이유는?
활동하기 불편할 수도 있지만, 그들은 인류의 평화를 지키는 가장 중요한 일을 하는 요원으로서 신사적인 매너와 지식 그리고 기술을 가지고 철학 없는 악당과는 확연히 다른 내적 외적 정통성을 추구한다. 캄보디아 악당의 소굴 근처에서 지뢰를 밟은 멀린이 노래를 부르자 다가온 경비병들은 그의 슈트 차림에 적인지 모르고 새로 온 변호사인가 착각하면서 경각심을 잃게되어 결국 함께 자멸하게 된다.

E. 해리가 기억상실증에서 회복된 계기는?
영화 1편에서 악당 발렌타인에게 머리에 총을 맞고 죽은 줄 알았던 해리는 미국 스테이츠맨 조직의 나노기술 알파젤 응급처치로 살아났지만 군입대 후의 기억과 한쪽 눈까지 잃은 상태로 나비연구가의 기억만 가지고 있었다. 에그시와 멀린은 여러 가지 충격요법을 쓰지만 회생하지 않자, 에그시는 강아지를 데리고 와서 과거 해리가 애지중지하던 미스터 피클 강아지를 떠올리게 하여, 마침내 해리는 과거의 기억을 되살리고 다시 요원으로 복귀하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매너가 신사를 만든다!
<에필로그>
로맨틱 코미디 같은 첩보 영화지만, 많은 시사점과 감동을 준다. 특히 영국본부의 모든 것이 폭파되었지만, 다시 희망을 품고 적을 응징하는 킹스맨 불굴의 투지와 미국 스테이츠맨과의 동맹을 통해 희대의 악당을 물리치고 지구의 평화를 가져오는 모습에서 어떤 어려운 순간에도 포기하지 않고 당당히 악에 맞서고, 자신이 신념으로 하는 것에 대해 전통을 지켜나가는 것이 소중하다는 것을 알게 해준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