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무기여 잘 있거라!
<프롤로그>
인간이 저지른 행위 중 가장 끔찍하고 황폐한 것이 전쟁이다. 전쟁으로 인해 무차별 살상과 인간성의 파괴 그리고 아픈 기억만이 남겨진다. 영화<무기여 잘 있거라(A farewell to arms), 1957>에서 포화 속 남녀 주인공은 사랑의 작은 불씨를 피우려고 노력하지만 결국 전쟁이라는 잔인한 괴물의 횡포에 사라지게 된다. 지금도 핵전쟁과 같은 큰 전쟁이 일촉즉발의 상황일 수 있지만, 사람들의 머릿속에는 벌써 세계대전과 같은 전쟁의 끔찍한 기억들이 사라져가고 있다. 우리나라도 젊은 세대는 한국 전쟁의 비참함을 잊은 지 오래이다. 그렇기에 이 영화를 통해 전쟁의 잔인함과 인간성 상실을 되새겨 보고 참상을 막을 수 있는 사랑과 평화의 소중함을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 같다.

[헤밍웨이의 무기여 잘 있거라: 헤밍웨이 문학의 중요한 테마는 죽음과의 대결로     <노인과 바다>, <누구를 위해 종은 울리나>, <살인청부업자>,<킬리만자로의 눈>의 모든 작품에 담겨있다. 하지만 전쟁이라는 파괴적 상황에서 싹튼 사랑을 통해 평화에 대한 간절한 염원도 깃들어있다. 헤밍웨이는 <무기여 잘 있거라>를 “내가 쓴 로미오와 줄리엣”이라고 할 만큼 애잔한 사랑 이야기도 하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무기여 잘 있거라!
<영화 줄거리 요약>
미국인 프레드릭 헨리(록 허드슨 분)는 1차 세계대전 이탈리아 동북부 알프스산맥 전선에서 부상병 운반부대 중위로 근무 중 영국의 종군 간호사인 캐서린 버클리(제니퍼 존스 분)를 만나 운명적인 사랑에 빠진다. 그러던 중 헨리는 전쟁터로 파견되어 캐서린과 헤어지게 되지만, 전투 도중 다리 부상을 당해 밀라노 병원으로 후송된 헨리는 그곳에서 캐서린과 재회하게 된다. 이후 몸이 회복되어 다시 전장에 파견된 헨리는 적군에 패배한 지휘관의 미친 폭정을 이기지 못하고 탈영하게 되고, 밀라노의 캐서린을 찾아간다. 탈주병으로 헌병에 쫓기던 헨리는 캐서린과 함께 새벽에 필사적으로 노를 저어 스위스 레만호로 탈출하여 기슭에 있는 몽트뢰에 작은 집을 마련하고 잠시 행복한 시간을 보낸다. 하지만 캐서린은 탈주 과정에서의 무리로 병원에서 출산 도중 아기와 함께 죽게 되고 홀로 남은 헨리는 쓸쓸하게 병원문을 걸어 나오는데, 캐서린의 예언대로 밖에는 비가 구슬프게 내리고 있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무기여 잘 있거라!
<관전 포인트>
A. 주인공들이 사랑에 빠진 계기는?
불안과 혼란이 가득한 전쟁의 시기, 캐서린은 전쟁에서 죽은 약혼자로 인해 상심에 빠져 있다가 헨리와의 사랑 덕분에 활기를 되찾게 되고 헨리 역시 자신이 목격한 전쟁의 공포를 잊게 된다. 두 사람은 종종 서로에게 다른 어떤 것도 생각하지 말자고 얘기한다. 생각해봤자 고통스럽기만 하기 때문이다. 자기 삶에 무심하던 주인공들은 비참한 전장에서 진정한 사랑을 통해 추상적이고 관념적인 것의 공허함, 세상에 내던져져 죽음으로 향할 수밖에 없는 인간과 그래서 더 소중한 사랑, 교감의 가치를 깨닫게 된다.

B. 영화에서 불행을 상징하는 것은?
사람들은 행복한 순간, 불행을 생각한다. 그것은 지금의 행복함을 무엇인가에 뺏길 것만 같은 불안감때문이다. 비 오는 어느 날 밤, 캐서린은 자신 중 아는 한 사람이 빗속에서 죽어가는 환영을 보았노라는 불길한 예언을 한다. 이처럼 비는 불행의 상징이 된다. 헨리와 캐서린이 행복한 시간을 보낼 때마다 무언가가 그들을 방해한다. 헨리의 부상, 전장으로의 복귀, 헌병의 추격, 캐서린의 죽음이 그것이다.

C. 헨리가 탈영을 결심한 이유는?
독일군의 지원을 받은 오스트리아군이 힘을 얻어 전세가 뒤집힌다. 전투에서 이탈리아군이 대패해 퇴각하던중 군의관 리날디 소령이 정신적 육체적 피로로 정신적 이상증세를 나타내기 시작하며 인생에 회의를 느끼고 전쟁을 혐오하는 실언을 내뱉는 바람에 간첩으로 몰려 군사 법정에서 총살당하고 그로인해 헨리도 처형당할 위기에 처한다. 이 위기를 모면하기 위하여 가까스로 강물에 뛰어들어 목숨을 건져 밀라노 행 기차로 캐서린을 찾아간다.

D. 영화에 나오는 전쟁의 비합리성은?
미국인이면서 이탈리아 부대에 소속돼 있고 전투부대가 아닌 구급차 부대에 소속된 헨리는 처음에는 자신이 겪는 전쟁이 “영화 속의 전쟁만큼이나 위험해 보이지 않는다”고 말한다. 그러나 전투가 아닌 식사 중 포탄을 맞아 부상을 당한 병사가 훈장을 받고, 적군이 아닌 겁먹은 아군의 총에 후임병을 잃고, 퇴각 중 아군의 사기를 진작한다는 명목으로 군의관이 총살되고 자신도 헌병에 붙잡혀 탈영 및 간첩 혐의로 처형될 위기에 놓이게 되면서 논리와 상식을 거부하는 전쟁의 기이한 특성에 절망하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무기여 잘 있거라!
<에필로그>
진화된 지식으로 무장한 인간은 강한 척 하지만 전쟁과 바이러스 같은 재앙에는 생명과 존엄성까지 지켜내기 어렵다는 것을  알게된다. 그러기에 역사를 통찰하는 철학적 사고로 진정한 삶과 행복에 대해 생각하고 자신을 성찰하며 타인을 배려하는 인류애가 깃든 생활 모토가 필요하다. 매일 현실 속에서 일어나는 각종 전쟁에서 ,잠시 영롱한 햇빛에 물든 단풍 거리를 걸어보고, 사랑하는 사람을 다정하게 안으면서 감사하고 평화로운 삶을 만끽해 보자.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