걷기의 재해석 5 – 신체의 변화

이제 걷기는 교통이라는 본원적 기능보다는 치료 및 예방, 운동 그리고 명상이라는 파생적 기능이 더 큰 의미를 갖게 되었다. 그 것은 어찌 보면 인간이 선택한 것이 아닌 유일한 육체적 활동이게 되기 때문이다.
[홍재화의 걷기인문학] 걷기의 재해석 (5) 인간의 유일한 육체활동이 될 걷기
1. 신체와 건강의 불균형 수명연장
B.C 8세기 고대 그리스 시대 인간의 평균 수명은 19세, 16세기 유럽의 평균 수명은 21세, 20세기 초 미국의 평균연령은 47세였다. 사서에 기록된 조선시대 국왕 27명의 사망 평균 연령은 46.1세다. 영조의 경우 만 81세 5개월을 살면서 조선시대 국왕 중 가장 장수했지만 전체 왕 중에 만 60세를 넘긴 왕은 20%도 안 된다. 조선시대 사람의 평균수명을 35세 내외로 추정되고 있다. 일제시대인 1925~30년에는 37.4세에 불과했다. 그러다 1960년 52.4세, 1980년 65.8세, 2007년 79.2세, 2012년 81.44로 늘었다. 2018년 한국 남자의 평균 기대수명은 79.7세이고 여자는 85.7세이다.

반면에 건강 수명은 신체 수명이 늘어나는 만큼 빠르게 늘지 않았다. 건강 수명이란 건강기대수명(健康期待壽命)이라고도 하며, 일반적인 수명과 달리 건강하게 살 것으로 기대되는 기간으로서의 수명을 의미한다. 건강수명손실은 각종 질병이나 사고, 또는 환경오염 등 위험요소나 건강유해요소들과 그로 인한 생명단축과 그 장애 등으로 인해 건강하고 생산적인 생애를 보내는데 얼마나 오랫동안 그리고 얼마나 심하게 저해가 일어났는지를 판단하여 계산한다.

통계청에 따르면 신체수명과 건강수명의 차이는 2018년 기준으로 약 18.3년의 차이가 난다. 신체수명과 건강 수명의 차이가 시간이 지날수록 늘어나는 것을 감안하면 생애 마지막 20여년은 어딘가 아픈 상태로 지내야 한다는 것이다. 다행히도 수명이 85세 전후에서 끝날 때를 전제로 하는 것이고, 누군가 말하듯이 두 번째 환갑을 맞이할 정도로 신체 수명이 늘어난다면 건강하지 못한 상태로 지내는 기간은 더욱 늘어날 것이다.

2.  근골격계의 약화
뼈, 근육 그리고 관절은 우리 몸을 지탱하는 기본 요소이다. 나이가 들면서 체지방량이 늘고 근육양이 줄고 골밀도가 낮아진다. 근골격계 질환으로는 요통, 경부통, 오십견, 퇴행성 관절염등이 있다. 이러한 질환이 발생하게 되면 일상 생활동작에 제한을 줄 수 있어 삶의 질이 떨어지게 된다. 이는 곧 일상생활에 있어 신체적으로 불완전한 상태라는 것을 의미한다. 흔히 말하는 목, 허리 디스크를 비롯한 어깨, 손목, 무릎 등의 관절부위 질환을 통칭한다. 이전에는 반복적인 단순작업, 또는 무거운 물건을 옮기거나 들고 하는 작업이 많았던 업종에 근무하는 종사자들에게 주로 나타났지만, 90년대 이후에는 컴퓨터 작업이 늘면서 사무직 종사자들에게도 많이 발생하고 있다. 근골격계가 약화되면 무거운 것은 물론이고 가벼운 물건을 가지고 하는 운동 또는 부자연스런 자세를 유지하는 운동이 어렵게 된다.

[홍재화의 걷기인문학] 걷기의 재해석 (5) 인간의 유일한 육체활동이 될 걷기
3. 반사신경 둔화

반사신경은 외부의 자극이 있을 때 신경신호에 의해서 근육반응이 나타나는 것이다. 예를 들어, 야구공이 머리를 향해 날아오는 것을 발견할 때 그 공이 당신의 머리에 닿기 전에 손으로 막도록 뇌가 신호를 보낸다. 반사신경이 좋으면 스포츠 경기, 운동, 길 건너기, 운전 등 일상생활에서 신체적인 활동을 수행하는데 도움이 된다. 그런데 나이가 들어감에 따라 반사신경도 노화가 따라온다. 몸의 기민함을 잃어버리고 주변 환경에 대한 반응이 늦어진다. 감각저하와 몸의 균형감이 떨어지기 때문이다. 반사신경의 둔화는 행동이 둔화되기 때문에 젊었을 적에 즐겼던 대부분의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특히 혼자하는 운동이 아닌 축구, 농구 등과 같은 단체 운동이나 야구, 배드민턴과 같이 움직이는 물체에 작용해야 하는 운동은 멀리해야 한다.

4. 순환기계통 약화
순환계(循環系)는 몸 안의 각 기관에 영양과 산소, 에너지 등을 공급하고, 생명 활동으로 생기는 이산화탄소, 노폐물 등을 호흡계통이나 비뇨계통으로 전달하여 몸 밖으로 배출하도록 하는 혈액이나 림프액 같은 체액의 흐름을 담당하는 계통이다. 혈액의 순환은 심장의 운동에 의해 이루어진다. 순환 중인 혈액은 산소의 운반, 영양분의 공급, 대사과정에서 생긴 노폐물의 제거, 체온의 유지, 호르몬의 운반과 같은 역할을 한다. 폐순환은 온몸을 돌고 온 정맥혈이 폐로 가서 이산화탄소를 버리고 산소를 받아 다시 심장으로 들어오는 순환계이다. 이 순환계에서 혈액 순환계인 심장과 산소 순환계인 폐가 약해지면 지속적이고 빠른 운동을 하지 못하게 된다.

5. 유일하게 가능한 육체활동, 걷기
나이가 들수록 몸은 무거워진다. ‘눈썹도 무겁다’다는 말이 아니게 실감나게 된다. 두 번째 환갑이 농담아닌 체험가능한 세상이 될 수도 있지만, 첫 번째 환갑을 지나면 이미 몸은 무거워진다. 65세 이상 노인에서 질병이 없으면서 활동적이며 자유로운 노인은 13.3%에 불과하여 대부분이 만성질환과 함께 활동장애를 겪고 있다. 신체기능의 약화는 노인의 가장 보편적인 건강문제가 되고 있다. 무거운 것을 들 수도 없고 빨리 움직일 수도 없고 상대가 있는 경기를 하기도 어렵다. 심지어는 혼자타는 자전거마저 반사신경의 둔화로 무서워진다. 산을 오르고 내리며 호연지기를 지키고 싶지만, 시려오는 무릎은 가벼운 등산마저 허락하지 않는다. 고령화시대의 주역들이 할 수 있는 운동은 ‘운동에 의한 위험 혹은 부작용이 발생하지 않는 안전한 운동의 강도(안전한계) 이하이며 운동효과가 발생하는 최소의 운동 강도(유효한계) 이상의 강도’로만 할 수 있다. 이것저것 따지다 보면 결국 첫째 환갑에서 둘째 환갑 사이에 할 수 있는 육체활동은 결국 ‘걷기’가 유일하게 된다.

과학이 발달하고 수명이 늘어날수록 ‘걷기’의 중요성과 의미는 인간에게 매우 깊어질 수 밖에 없다. 그러다 보니 이제는 다양한 걷기방법론이 나타나고 있다. 그 중에 하나가 바로 ‘푸트맥스 신발’의 이론적, 실증적 근거가 되는 ‘맨발 걷기’이다.

홍재화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