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부는 경제 위기상황을 객관적인 실시간 데이터 및 정보로 질병관리청의 코로나 현황처럼, 환경부의 미세먼지예보처럼 발표해야 한다. 비상 재정지출 역시 실시간 데이터 및 경제상황 정보로 결정하여야 하며, 비교적 고통이 적은 국민의 고통 분담 등 배려가 필요한 시점이다. –

정부와 지방자치단체는 코로나로 인해 어려움을 겪는 국민을 위하여 지난 5월 4일부터 약 18조 원의 1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였다. 1차 지급 때는 초유의 다급한 상황이었고 국회의원 선거와 겹쳐 금액과 지급 방법에 대하여 충분한 검토가 부족하였다.

정부는 추석 전에 2차 재난지원금을 지급하려고 한다. 규모는 약 7.8조 원으로 소상공인 및 중소기업 지원 아동수당 및 통신비 지원 등의 명목이다.
[박대석칼럼]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대로 좋은가?
재난지원금이란 과연 무엇인가?

행정안전부의 ‘긴급재난지원금’ 설명에 따르면 소상공인ㆍ자영업자 등의 버팀목 필요성과 사회적 취약계층에 대한 사각지대를 살피는 등 코로나라는 유례없는 위기에서 국민 생활의 안정과 위축된 경제 회복을 위한 “국민 안전망”이라고 한다.

쉽게 말하면 정상적인 정부의 재정지출과 현재 경제 상황으로는 코로나 위기에서 버틸 수 없는 취약계층을 시급하게 보호하기 위한 지원이라고 볼 수 있다. 선심(善心) 쓰듯이 지원이 필요 없는 국민에게까지 지원하려는 제도가 아니다. 국가 재정이 그럴 여유도 없을뿐더러 다음 세대가 갚아야 할 빚을 내서 하는 일이다.

더구나 재난지원금을 앞으로 몇 번 더 지급할지 알 수 없다.

코로나팬데믹 상황은 단기간에 끝날 일도 아닌 것으로 보인다.

질병관리청(전, 본부)이 지난달 14일 주최한 치료제‧백신 개발 현황 점검에 따르면 코로나19의 장기화 및 재유행에 대비하여 안전성과 유효성을 갖춘 국산 치료제와 백신을 빠르게 개발할 수 있도록 지원 대책 추진과정을 면밀하게 검토한다는 수준의 내용이다. 구체적 시기가 불투명하다는 말이다.

또한 미국의 전염병 최고 권위자인 앤서니 파우치 국립보건원(NIH) 산하 알레르기·전염병 연구소장은 11일(현지 시간) MSNBC 인터뷰에서 “인구의 다수가 백신을 접종하고 보호받을 때, 그것은 2021년 말은 되어야 할 것 같다”고 예상하였다.

따라서 재난지원금이 2차로 끝나지 않을 것이 분명해 보인다. 실제로 더불어민주당 싱크탱크인 민주연구원 원장으로 최근 임명된 홍익표 의원은 10일 내년 상반기에도 이런 상황이 지속한다면 내년 상반기에 전 국민에게 재난지원금을 지급할 필요가 있다고 말했다. 그렇다면 이제 재난지원금 지급 시기, 금액, 절차와 방법을 개선해야 한다.

‘코로나 상황같이, ‘미세먼지 예보같이 국민들이 경제위기 상황을 알기 쉽게 수시로 발표해야 한다.

우선 이번과 같이 국민들에게 전화비를 2만 원씩 지급할 만큼 나라가 얼마나 비상한 상황인지 알기 쉽고 자세하게 밝혀야 한다. 현재 각종 경제 지표를 98년 IMF 외환사태, 2008년 글로벌 금융위기 등과 비교하여 필요한 지표 추이 및 상태를 정확하게 국민 눈높이에 맞추어 수시로 발표하여야 한다.

물론 정부는 질병관리청처럼 지난 4월 비상경제회의 산하 기구로 경제부총리를 본부장으로 하는 비상경제 중앙대책본부(중대본)를 구성ㆍ가동하였다. 지난달 31일까지 15차 비상경제회의를 하였고 결과도 보도자료를 통하여 발표하고 있다.

그러나 8차 발표내용에 핵심 중 한 구절을 보면 “우리 경제와 민생은 3/4분기 반등의 기회를 맞이하다가 코로나 재확산으로 내수가 재차 위축되는 등 다시 어려움이 가중되고 있어 송구하고 안타까운 심정입니다.”라는 정도이다.

그래서 7.8조원 규모의 4차 추경을 포함해서 총 12.4조원 규모의 긴급민생경제종합대책을 마련한다는 것이다. 주로 돈을 써서 지원한다는 내용이 전부이다.

이러한 추상적인 발표로는 국민들이 위기상황에 대한 긴박성을 알기에는 턱없이 부족하고, 나아가 각 기업 등 경제주체들이 앞일을 중장기적으로 예측하여 대비하기도 어렵다.
[박대석칼럼]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대로 좋은가?
재난지원금과 같은 비상한 재정지출 결정은 정교한 실시간 데이터를 바탕으로 만들어진 경제상황 정보로 결정되어야 한다. (※ 데이터를 가공하면 정보가 된다)

정부가 마음만 먹으면 경제 위기 상황에 대한 통계 등 발표는 질병관리청처럼 매일의 상황을 발표하는 것보다 더 쉽고 정확하게 할 수가 있다. 왜냐하면 질병관리청은 매일 검진을 하고, 역학조사를 하여야 하며 치료를 하는 등의 현장 상황을 집계하는 것이 말처럼 쉽지는 않다.

그러나 경제상황 정보는 요건만 정의하면 매일 실시간으로 데이터를 집계하고 자동으로 분석한 정보를 발표할 수 있다.

미세먼지 등 대기정보도 실시간으로 좋음, 보통, 나쁨, 매우나쁨 등으로 알기 쉽게 구분하여 국민들에게 알려주고, 질병관리청도 코로나 상황에 따라 단계별 사회적 거리 두기 지침을 상황에 따라 실시하고 있지 않은가?

이를 위하여 재정지출 집행 여부를 판단할 의미 있는  실시간 데이터를 모아 정보시스템을 구축하고 공개하는 일이 시급하다. 그리고 실시간 데이터와 이를 토대로 만든 경제상황 정보는 재정지출 판단에 대하여 여야 및 사회적 합의 도출의 기준이 된다.

금융, 결제, 이동통신 등 다양한 분야의 민간·공공 데이터를 활용하면서도 익명성을 보장하고, 성별·연령별·지역별 세부분석을 통한 실시간 경제상황 파악이 가능하다.

이러한 데이터를 소비·매출·고용·교육을 포괄하는 상세한 실시간 데이터로 가공하여 일목요연하게 지표로 정리하여 실시간 정보로 공개하면 좋을 것이다.

예를 들면, 신용카드 결제 및 현금영수증 발급 데이터를 분석하면 소비 위축의 심각성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으며, 특히 결제실적이 전혀 없는 가맹점을 집계하면 사실상의 휴업·폐업 상황을 파악할 수 있다.

산업용 전력 사용량도 사업체 단위의 생산활동이나 휴업. 폐업 상황을 실시간으로 파악할 수 있게 해준다. 고용·임금 부문의 심각성을 파악하기 위해서는 실업급여 신청 건수와 기업 계좌의 거래금액 감소 패턴 등에 대한 분석이 필요하다.

또한, 상황의 심각성을 궁극적으로 반영하는 자살·자해 시도가 급증하는지 여부를 실시간으로 파악해야 하며, WHO의 경고를 참고하여 우울증·가정폭력·아동학대와 관련된 상담 · 발생 건수가 급증하는지 여부에 대한 실시간 파악도 필요하다.

이와 같은 다양한 부문의 실시간 데이터를 기반으로 코로나 충격의 심각성이 정확하게 공유된다면 그에 상응하는 수준의 재정지출 규모에 대한 사회적 합의가 더욱 원만하게 도출될 수 있을 것이다.

지금처럼 진보 및 보수, 여야와 이념이나 기존의 경제학적 도그마에 얽매이지 않아서 필요 없는 정쟁으로 인한 시간과 재정의 낭비를 막을 수 있다. 또한 기업 등 각 경제주체가 스스로 앞일을 예측하여 대비하는데 중요한 지표가 된다.

사회적 합의에 기반을 둔 적극적 재정정책으로 국민의 경제적 존엄성이 침해되지 않도록 최선을 다하는 것이 현시대 국가에 요구되는 중요한 역할이다.

재난지원금같이 긴급한 재정지출을 결정할 때 재정 건전성을 먼저 고려해야하는 것은 당연하다. 그러나 재정투입 안되면 어떤 부문에서 얼마만큼의 피해가 예상되고, 재정을 투입하면 어떤 효과가 있는지 숫자로서 예측하여야 한다. 그래야 관련자들이 더욱 정확한 판단을 하고 나중 사후 평가를 정확하게 할 수 있는 근거가 된다.

우리는 K- 방역으로 선진국에도 부러움의 대상이 되었듯이, 긴급재난지원금 같은 재정 지출과 사후평가를 디지털시스템을 활용하여 디지털강국의 면모를 다시 한번 보여 줄 수도 있다. 포스트코로나 시대는 디지털 경제시대라고 하지 않는가?

거꾸로 국민들이 착각 할 수 있는 유리한(?) 통계만 모아서 발표해서는 안 된다.

최근 정부는 유리한(?) 통계만을 짜깁기하여 발표하면서 한국이 선방하고 있다는 인상만 국민에게 강하게 주려고 노력하고 있다. 물론 그래서 국민들이 당분간은 안심하고 편안할 수는 있겠지만 이는 몸을 망치게 하는 단맛 나는 사탕에 불과하다.

예를 들면 지난달 중순 정부는 “우리나라가 경제협력개발기구(OECD) 37개국 가운데 올해 경제성장률 1위로 예상될 만큼 가장 선방하는 나라로 평가받고 있다”고 했다.

이렇게 얘기한 근거는 한국의 성장률 전망치를 –1.2%에서 –0.8%로 상향 조정한 OECD 보고서였다. 그러나 OECD는 동시에 9월 중순 발표할 전망치가 다시 하향 조정될 가능성도 내비쳤다.

그리고 실제로 9월 8일 국책연구기관인 한국개발연구원(KDI)은 성장률 전망치를 0.2%에서 –1.1%로 하향 조정했다. 성장률이 추락할 수 있다는 사실을 도외시한 정부의 자화자찬이 무색해지고 말았다.

국민 대다수가 외환·금융 위기 때보다 어렵다며 혀를 내두르고, 부동산가격 폭등으로 고통받고 있다. 이런데도 정부가 ‘경제 선방’ ‘집값 안정’ ‘ 방역 선방’ 등 의지를 넘어선 유리한 통계만 골라내 섣부른 낙관론을 펴는 것은 문제다.

희망적인 전망이 빗나가면 국민은 더욱 절망한다. 지금은 근거가 희박한 자화자찬보다 소비·투자가 살아나도록 경제 체질을 바꾸고 부동산 안정을 위해 신발 끈을, 허리띠를 조여 맬 때다. 잘한 것은 나중이라도 저절로 정확하게 평가되게 마련이다.

고통이 비교적 적은 공무원 등의 고통분담이 국난극복에 큰 힘이 된다.

금 모으기 운동은 1997년 IMF 구제금융 요청 당시 대한민국의 부채를 갚기 위해 국민들이 자신이 소유하던 금을 나라(대한민국)에 자발적인 희생정신으로 내어놓은 운동이다.

당시 대한민국은 외환 부채가 약 304억 달러에 이르렀다. 전국 누계 약 351만 명이 참여한 이 운동으로 약 227톤의 금이 모였다. 그것은 약 21억 3천달러어치의 금이었다. 국가경제의 어려움 속에서 국민들의 자발적인 희생정신의 대표적인 사례가 됐다.

이에 대한 평가는 현재 엇갈리는 부분이 일부 있으나 중요한 부분은 피해를 입은 국민들이 오히려 피해를 극복하기 위하여 국가를 돕고 나섰다는 점이다. 지금의 상황에서 직접적인 피해가 없거나 적은 국민들이 피해가 많은 국민들을 배려해서 자발적으로 돕는 것이 재난지원금보다 사실은 우선해야 한다. 우리 정서에도 맞고 그래왔던 우리다.
[박대석칼럼] 2차 재난지원금 지급 이대로 좋은가?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과 코로나  피해업종이 아닌 대기업 등 직원들의  급여는 코로나 사태에도 피해가 전혀 없다.

예를 들면 코로나로 비행기 운항이 안 되어 대한항공은 6개월간 전 직원 70% 순환 유급 휴직을 실시 중인데 10월부터는 전 직원 무급 휴직을 검토 중이다. 하지만 공항을 관리하는 공사 직원들의 급여는 변동이 없다.

공무원은 약 120만 명이고 연간 인건비는 약 39조 원이다. 338개의 공공기관 직원 수는 약 40만 명 수준이고 인건비는 약 10조 원에 이른다.  이분들의 한달 열흘 정도의 급여만 피해가 큰 계층에게 고통분담 차원에서 배려해준다 해도 약 5조원에 달하는 금액이다.

지금처럼 통신비 몇만 원까지 빚을 낸 세금으로 지원하자고 하는 상황에서 대통령, 장ㆍ차관, 국회의원을 비롯한 공무원 및 공공기관 직원들의 자기희생은 국민통합은 물론이고 국난극복, 피해계층에게 물심(物心) 양면으로 큰 힘이 될 것이다.

물론 위기상황이 풀리고 국가 경제가 정상화 되면 갹출한 성금은 이자까지 보상해주어야 할 것이다. 그들도 부양해야 할 가족이 있고 단지 공무원이라 해서 강제적으로 경제 손실을 당해서는 안 될 것이다.

재난지원금을 지금처럼 지급해야 하는지, 더 좋은 방법은 없는지 당리당략의 사심 없이 다시한 번 차분하게 따져보고 실시해도 늦지 않다.

공짜 점심, 공짜 돈도 없으며 공짜 국가재정은 더욱 없다.  불가피하게 빚을 내는 재정지출은 우리 자식들의 미래노동력을 미리 당겨쓰는 외상국민카드가 아닌가?

※ 필자의 의견은 한경닷컴의 공식적인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박대석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