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그렇다면 키 작고 뚱뚱하고 못생기면 성공하지 못하는 걸까? 이런 편견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화가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콜롬비아 출신의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Angulo)다. 그의 그림은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벗어던지고 친근하고 편안함을 주는 인물들 앞에서 사람들을 무장 해제시킨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그림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보테로가 그린다면 어떻게 그릴까?

이런 못생기고 뚱뚱한 사람들의 그림, 가격은 얼마나 할까? 회화 한 점이 20억 원대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작품이 드로잉인데 이마저도 8,000만~9,000만 원대다. 남들이 외모 지상주의를 외칠 때 보테로는 ‘살찐 모나리자’, ‘뚱뚱한 모나리자’, ‘다이어트에 실패한 모나리자’를 그린 거다.
주변에서 왜 이렇게 뚱뚱한 사람을 그리냐고 물었다. 페르난도 보테로는 말한다. “나는 한 번도 뚱뚱한 사람을 그린 적이 없다.” 모든 사람들이 가진 편견이 뚱뚱하게 보이게 만든 것이다.
과연, 삶의 고통이나 침울함, 죽음 등의 무거운 주제를 다루어야 예술 작품에 깊이가 생기는 걸까? 인형처럼 날씬하고 예쁜, 또는 아이언맨 슈트를 입어야만 인생에 깊이가 생기는 걸까? 보테로의 작품은 이런 오해와 편견에 희생당한 것처럼 보인다. 보테로의 절대 볼륨이라고 부를 만한 독창적인 스타일은 서양 예술사에 깊게 뿌리박힌 태도에 경종을 울린다.
만약 보테로가 거장들의 장점들을 결합시켜 나갔다면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보테로가 될 수 있었을까? 나의 이런 질문에 보테로는 이렇게 대답한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난 항상 추상미술에 불완전한 무엇을 느낍니다. 예술은 위대한 표현의 기술과 장식적인 형태의 조화라고 생각하는데 내게 추상미술은 그저 장식예술에 불과했어요.”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 / <화가의 통찰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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