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월한 외모는 사람들의 시선을 사로잡는다.’

우리는 사회에 만연한 외모 지상주의를 부정하면서도 우월한 외모를 위해 매일 헬스장으로 향한다. 초등학생들조차도 남들에게 사랑받고 인정받기 위해서는 예쁘고 멋진 외모가 먼저라고 생각하는데 이견이 없다. 다음의 사진을 보자.

이 사진은 영화 『임브레이스(Embrace)』의 감독 타린 브럼핏이 2013년 본인의 소셜네트워크서비스(SNS)에 올린 사진이다. 여성의 몸에 몸무게에 따른 각종 편견이 담긴 단어들이 새겨져 있다. 인간의 미모는 결코 아이언맨의 슈트가 될 수 없음에도 우리모두는 아이언맨 슈트가 되길 원한다. 모두 남들보다 경쟁우위에 서기 위해서, 성공하기 위해서, 나름의 영웅이 되고 싶은 거다.

그렇다면 키 작고 뚱뚱하고 못생기면 성공하지 못하는 걸까? 이런 편견을 완전히 뒤집어놓은 화가가 있다. 그 주인공은 바로 콜롬비아 출신의 화가 페르난도 보테로(Fernando Botero Angulo)다. 그의 그림은 이상적인 아름다움을 벗어던지고 친근하고 편안함을 주는 인물들 앞에서 사람들을 무장 해제시킨다.

왼쪽 그림은 독일의 가장 중요한 미술가로 알려진 알브레히트 뒤르의 작품이다. 왼쪽 그림은 거장 뒤러의 그림을 보테로가 모사한 것이다. 보테로가 그린 ‘아담과 이브’는 지금까지 우리 시선을 사로잡았던 그림과는 딴판이다. 건장한 아담과 관능적 이브의 이미지는 찾아볼 수 없다. 몸통을 가리면 남녀 구분이 힘들 만큼 넓적하고 개성 없는 얼굴에, 천하장사 강호동보다 우람한 다리를 자랑한다. 게다가 한입 베어 먹은 사과를 들고 있는 이브의 멀뚱멀뚱한 표정을 보라. 유혹에 넘어가 금단의 열매를 먹고 괴로워하는 ‘약한 모습’은 찾기 힘들다. 오죽하면 그림이 워낙 독창적이어서 정형외과 의사가 디스크 환자에게 살을 빼라면서 보테로의 그림을 보여준다고 한다.

인류 역사상 가장 유명한 그림인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를 보테로가 그린다면 어떻게 그릴까?

그림을 자세히 보자. 얼굴, 손, 발의 크기가 상대적으로 큰 차이가 있는데, 얼굴이나 인체의 특정부위를 지나치다 싶을 만큼 확대한 반면, 손은 기형적이라 할 정도로 작게 표현했다. 원작의 미모와 인체비례에 대한 새로운 해석과 접근은 작품에서 확연히 드러난다.

이런 못생기고 뚱뚱한 사람들의 그림, 가격은 얼마나 할까? 회화 한 점이 20억 원대에 달한다. 상대적으로 저렴한 작품이 드로잉인데 이마저도 8,000만~9,000만 원대다. 남들이 외모 지상주의를 외칠 때 보테로는 ‘살찐 모나리자’, ‘뚱뚱한 모나리자’, ‘다이어트에 실패한 모나리자’를 그린 거다.

주변에서 왜 이렇게 뚱뚱한 사람을 그리냐고 물었다. 페르난도 보테로는 말한다. “나는 한 번도 뚱뚱한 사람을 그린 적이 없다.” 모든 사람들이 가진 편견이 뚱뚱하게 보이게 만든 것이다.

과연, 삶의 고통이나 침울함, 죽음 등의 무거운 주제를 다루어야 예술 작품에 깊이가 생기는 걸까? 인형처럼 날씬하고 예쁜, 또는 아이언맨 슈트를 입어야만 인생에 깊이가 생기는 걸까? 보테로의 작품은 이런 오해와 편견에 희생당한 것처럼 보인다. 보테로의 절대 볼륨이라고 부를 만한 독창적인 스타일은 서양 예술사에 깊게 뿌리박힌 태도에 경종을 울린다.

만약 보테로가 거장들의 장점들을 결합시켜 나갔다면 오늘날 우리가 기억하는 보테로가 될 수 있었을까? 나의 이런 질문에 보테로는 이렇게 대답한다.

“다른 학생들과 달리 난 항상 추상미술에 불완전한 무엇을 느낍니다. 예술은 위대한 표현의 기술과 장식적인 형태의 조화라고 생각하는데 내게 추상미술은 그저 장식예술에 불과했어요.”

글. 정인호 GGL리더십그룹 대표(ijeong13@naver.com) / <화가의 통찰법> 저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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