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리는 위험 앞에선 글래디에이터!
<프롤로그>
절체절명의 위험은 죽음을 무릎쓴  용기만이 이겨낼 수 있다. 하지만 현실 속에서는 맞서 싸우지 않고 적당히 타협함으로써 위험을 더욱 커지게 만들고, 결국 파국을 맞는 모습을 많이 볼 수 있다. 영화 <글래디에이터(Gladiator), 2000>에서 주인공은 황제가 될 수 있는 업적을 세우지만 간교한 황제의 아들로 인해 가족은 몰살당하고 자신은 노예 검투사로 전락하게 된다. 하지만 그는 가족의 명예와 시민들의 삶을 위해 만인이 지켜보는 콜로세움에서 목숨을 걸고 불의와 대적하여 악을 물리치고 명예를 지키게 된다. 불편한 진실을 외면하는 순간, 더 큰 위험이 다가오기에 용기를 내어 적극적으로 대항해 나가야 한다. 왜군이라는 거대한 적과 간신들이 들끓는 조선 조정 등 내우외환의 거대 위험 속에서 위기를 극복하기 위해 이순신 장군이 “필사즉생 필생즉사(죽기를 각오하면 살고, 살고자 하면 죽는다)”를 부르짖은 것은 피할 수 없는 절체절명의 방책이었을 것이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리는 위험 앞에선 글래디에이터!
<영화 줄거리 요약>
서기 180년 로마의 위대한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리차드 해리스 분)는 장군 막시무스(러셀 크로우 분)를 아들처럼 친애한다. 막시무스는 게르마니아 족과의 12년 전쟁 중 다뉴브 강가 전투에서 대승한다. 죽을 날이 머지않은 황제 마르쿠스 아우렐리우스는 막시무스에게 자기 아들을 대신하여 왕위를 넘겨주려고 한다. 그러나 황제의 아들 코모두스(호아킨 피닉스 분)는 이에 질투와 분노를 느껴 황제를 살해한다. 왕좌를 이어받은 패륜아 코모두스는 막시무스와 그의 가족을 죽이라고 명령한다. 가족을 모두 잃고 혼자 겨우 살아남게 된 막시무스는 노예상 프락시모에게 넘겨져, 투기장의 검투사로 매일 훈련을 받는다. 그에게 남은 건 오로지 새로 즉위한 황제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뿐이다.

가장 막강한 군대의 장군이던 막시무스는 전술과 전략을 가지고 매 경기를 승리로 이끌면서 명성과 인기는 날로 높아간다. 로마로 입성한 그는 아내와 아들을 죽인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를 다짐한다. 그러던 어느 날, 오래전 사랑했던 황제의 누이 루실라(코니 닐슨 분)를 다시 만나게 된다. 어느새 민중의 영웅이 된 막시무스를 본 코모두스는 그가 아직 살아있음을 알고 분노하지만, 민중이 두려워 그를 죽이지 못한다. 드디어 막시무스는 예전의 부하 시세로를 은밀히 만나 사랑하는 아내와 아들, 존경하던 황제를 살해한 난폭한 황제 코모두스에 대한 복수를 결의한다.

아직도 막시무스를 사랑하는 루실라는 막시무스의 반란을 도우려 하나 그녀의 아들을 인질로 잡아버린 코모두스에게 반란을 자백하고 만다. 하지만 막시무스는 마지막 결투에서 코모두스를 처치하고 루실라에게 “검투사들을 풀어주고 그라쿠스를 의원에 복귀 시켜 공화국의 꿈을 실현시켜라, 아우렐리우스 황제의 마지막 소원이셨다”라고 유언을 마치고 먼저 떠난 가족 품으로 떠나간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리는 위험 앞에선 글래디에이터!
<관전 포인트>
A. 막시무스가 따뜻한 인간미가 있는 리더로 보이는 장면은?
눈보라가 치는 전쟁터에서 출장 전 막시무스는 “3주 뒤면 밀을 수확하고 있을 것이다. 제군들 각자의 소망이 깊으면 꼭 이루어질 것이다. 철통같이 뭉쳐서 나를 따르라. 따사로운 태양 아래서 혼자 달리고 있는 자신을 발견하더라고 결코 두려워하지 마라. 그곳은 바로 천국이며 제군은 이미 죽은 것이다. 동지들이여 살아생전 우리의 영광은 죽은 뒤에도 영원할 것이다!”라며 부하들에게 진심 어린 용기와 격려를 아끼지 않는다. 이를 본 아우렐리우스 황제는 막시무스에게 황위를 계승하려 하고 “로마시민에게 권력을 돌려주고 로마를 부패시킨 타락을 종식시켜라”라며 당부한다.

B. 악당 코모두스가 패배한 이유는?
막시무스가 굴복하지 않자 코모두스는 다른 방법을 강구하는데, 이젠 아예 결투의 모든 규칙이 철폐된다. 심지어 코모두스는 맹수를 풀어놓아 주의를 흩트리는 혼전을 이용하지만, 막시무스의 고도의 전술과 전략에 의해 완전히 실패하고 만다. 덕분에 이 처절한 혈전은 막시무스의 영웅 등극을 승인하는 대관식처럼 된다. 이를 통해 말초적 쾌락에 취해있던 로마 시민들도 자신들의 부자유와 비인간성을 깨닫고 막시무스를 자유의 리더로 인정하게 된다.

C. 막시무스가 욕심 없는 리더라는 것을 보여주는 장면은?
막시무스는 로마의 장군으로서 여러 전쟁을 큰 승리로 이끌고, 황제로부터 다음 황위의 후계자로 지목받을 정도의 실력자였지만, 오히려 막시무스는 아내와 아들이 있는 고향으로 내려가 농사를 지으며 평화롭게 살기를 희망했다. 그는 항상 흙을 만지며 인간은 언젠가 흙으로 돌아갈 존재이고, 정치나 명예 같은 것은 한낱 뜬구름 같은 것임을 잘 알고 있기에 욕심을 내지 않았다. 하지만 존경하던 황제가 아들에 의해 살해당하고 자신의 가족도 비참하게 죽임을 당하자 복수를 다짐하게 된다.

D. 막시무스가 로마시민들에게 인기를 끈 이유는?
한때 최고의 검투사였던 노예상 프록시모는 “내가 최고였던 건 빨리 죽여서가 아니라 군중들이 날 좋아했기 때문이야. 군중들을 사로잡아야 자유가 보장돼”라고 막시무스에게 충고한다. 이에 막시무스는 한니발의 카르타고군을 무찔렀던 1등 공신 아프리카누스 전차부대에 대항하며, 검투사들을 통솔하며 대승을 끌어내고, 단번에 로마시민들에게 동경의 대상이 된다. 막시무스를 제거하려던 코모두스는 전설적인 무패의 검투사 챔피언 티그리스와 맹수들까지 결투에 투입하나 막시무스에게 지고 만다. 이에 코모두스가 막시무스를 직접 처치하기 위해 광장까지 내려와 막시무스의 아내와 자식을 욕보이며 조롱한다. 하지만 막시무스는 격분하지 않고 훗날을 기약하며 참고 돌아서는데, 이 장면에서 그의 성숙함이 엿보인다.

E. 검투사 영화의 원조는?
커크 더글러스 주연의 영화<스파타커스(Spartacus), 1960>에서는 고대 로마의 검투사 출신 노예인 스파타커스가 탁월한 전술과 지도력으로 바티아투스의 양성소에서 70명의 노예와 탈출하면서 점차 노예의 수가 늘어 5만 명에 이르는 노예의 반란 지도자로서 활약상을 보여준다. 그는 인간의 자유와 존엄성을 위해 3년 동안의 전쟁을 승리로 이끈다. 하지만 로마 원정군 사령관 크라수스의 매수에 빠진 해적들의 배신으로 인해 궤멸하고 만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스파타커스의 자유와 평등사상은 인간존중으로 이어지게 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우리는 위험 앞에선 글래디에이터!
<에필로그>
다가오는 위험은 피할 수 없다. 하지만 그 위험에 용기 있게  대응해 나간다면 위험을 물리칠 수도, 줄일 수도 있다. 마치 영화< 해리포터>에서 해리포터가 볼드모트를 물리치기 위해 위험을 무릅쓰고 사탄 볼드모트의 머리와 접속하듯이 말이다. 우리는 모두 크고 작은 위험을 안고 산다. 이때 적극적으로 맞설 때만 머릿속을 짓누르는 고통에서 빠져나올 수 있다. 어떨 때는 예상하는 위험을 처리하지 않고 걱정만 하기보다 신속히 제거하려는 행동에서 의외로 쉽게 해결되는 수도 많다. 예를 들어 주말에 계속 회사 일이 걱정된다면, 월요일까지 기다리지 말고 바로 출근하여 그 일을 처리하는 것도 방법이다. 사람과의 갈등도 오래될수록 점점 곪아가기에 SNS로 의미 없는 이모티콘만 날리지 말고 바로 전화하여 만나 대화로 오해를 푸는 것이 효과적이다. 이렇듯 우리를 둘러싼 위험은 테니스공을 리시빙하듯 신속히 되받아쳐야 게임에서 지지 않고 승리할 수 있는 것이다. 주인공 글래디에이터는 “죽음이 미소지으면 같이 미소지으라”라며, 닥쳐올 위험을  무서워하지 않은 용기에서 진정한 자유를 얻을 수 있음을 일깨워준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