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사랑의 수맥을 찾아서!

<프롤로그>
인류는 수없이 반복되는 전쟁과 질병으로 많은 고통과 위기를 견뎌내며 지금까지 살아남았다. 한오백년을 사는 게 그리 녹록지 않은 게 현실이란 걸 살아가면서 더 절실히 느낀다. 하지만 이러한 고통 속에서도 삶은 살아갈 만한 가치가 있다. 그것은 바로 가족이나 사랑하는 사람과의 깊은 교감과 위안이 있기 때문이다. 실화를 바탕으로 한 영화<워터 디바이너(The water diviner), 2014>는 전쟁터에서 실종된 세 아들을 데리러 머나먼 길을 떠난 아버지의 부성애와 지구촌 곳곳에서 발견하는 사람들의 슬픔과 가족애를 깊이 공감케 한다. 영화 속 아버지는 거대한 사막 폭풍에서 아이들을 보호하고 안심시키기 위해, <아라비안나이트, 마법의 양탄자>에 나오는 ‘탱구’라는 마법을 외우게 하는데, 이 장면은 인생살이에는 누군가를 위해서 살아가야 할 소중한 이유가 있다는 것을 알게 한다.

<영화 줄거리 요약>
제1차 세계대전 중 호주와 뉴질랜드로 구성된 연합군 세력은 고립된 채 싸우고 있던 러시아에 물자를 보급하기 위해 독일의 주 동맹국인 터키의 갈리폴리 상륙작전을 강행한다. 7개월간 치러진 전투에서 연합군은 약 22만 명의 사상자를 내며 철수했고, 터키군 역시 약 25만 명의 사상자를 내는 막대한 희생을 치렀다. 갈리폴리 전투가 끝나고 4년 후, 호주 빅토리아주 북서부에서 전투에 참전해 세 아들을 잃은 코너(러셀 크로 분)는 아내 ‘리지’마저 스스로 목숨을 끊자, 아들들을 찾기 위해 호주에서 출발하여 낯선 땅 터키 이스탄불로 향한다. 터키에 도착해 우연히 만난 한 소년에 이끌려 얼떨결에 숙소를 정하게 되고 소년의 어머니이자 숙소의 주인인 아이셰(올가 쿠릴렌코 분)를 만나게 되지만, 갈리폴리 전투에서 연합군에 의해 남편을 잃은 그녀는 증오심과 적대감으로 가득하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아들을 찾아 나선 코너는 현장에서 적으로 직접 싸웠던 터키군 유해발굴조사단 소령 핫산 베이(제이 코트니 분)를 통해, 큰아들은 죽지 않고 아피온 수용소의 포로가 되었다는 단서를 얻게 된다. 직관을 통해 아들이 살아있다는 것을 느낀 코너는 호주로 돌아가는 배를 타지 않고 핫산 소령이 이끄는 터키 레지스탕스들과 기차를 타고 가던 중 그리스군의 습격을 받고 구사일생으로 탈출한다. 마침내 아피온에서 풍차를 짓고 교회에서 성상을 칠하는 아들을 찾게 된다.

<관전 포인트>
A. 주인공 코너의 직업은?
탐사봉을 이용해 수맥을 찾는 워터 디바이너이다. 호주처럼 3~4년씩 비가 오지 않는 척박한 환경에서 생명과 같은 물을 찾아내는 만큼 그들은 강인한 생명력과 통찰력을 가진 사람으로 통한다. 그가 1만 4천 km나 떨어진 터키를 찾아온 것도 오랜 경험으로 터득한 직관의 힘으로 아들이 살아있을 것이라고 믿었기 때문이다. 그의 등장은 여전히 호주를 적대시하는 일부 터키인과 이미 갈리폴리에서 전사자의 유해를 수습 중인 영국군에게도 환영받지 못한다.

B. 코너가 잃어버린 세 아들을 찾아 떠난 이유는?
전쟁터에서 세 명의 아들을 모두 잃은 코너의 부인은 “당신은 물은 잘 찾으면서 자기 자식들은 못 찾죠?”라고 절규하며 스스로 목숨을 끊자, 코너는 아들의 시신이라도 찾겠다는 일념으로 전운이 채 가시지 않는 터키로 향한다. 아무런 정보도 없이 빛바랜 아들의 흑백사진만 들고서다. 자칫 무모하게 보일 수 있는 코너의 행동은 자신의 권유로 전쟁터로 떠났던 세 아들에 대한 죄책감과 상실감, 그리고 자식들을 데려오겠다는 스스로에 대한 다짐이기도 했다.

C. 아들을 찾는 여정에서 깨닫게 되는 것은?
갈리폴리 해안과 참호에는 전쟁에 참전했던 수많은 사람의 사랑, 상실, 슬픔이 남아있다. 명분상 전쟁은 가해자와 피해자로 나뉘지만, 실제로는 모두 희생자인 그들의 상처를 통해 타인과 자신에 대한 용서를 배우게 된다. 호텔 안주인 아이셰는 처음엔 자신의 남편의 잃게 한 호주인 코너를 증오하지만, 세 아들과 부인을 잃은 것을 알고 동병상련을 느껴, “허가증 없인 갈리폴리에 못 가지만, 배를 타고 차낙 으로 가서 어부에게 돈을 쥐여주면 해협을 건너게 해줄 것”이라고 도움의 손길을 내민다. 한때 적군이던 터키군 핫산 소령도 반대하던 영국 유해발굴단 중령에게 “아들들을 찾아 나선 유일한 아버지”임을 설득하여 협조를 구하게 된다.

D. 첫째 아들 아서의 생사를 확인하는 과정은?
제7 호주대대에 근무하던 둘째 헨리(19세)와 막내 에드워드(17세)의 유골을 발견한 후, 영국군은 코너에게 강제로 터키를 떠날 것을 명령하지만, 첫째 아들의 생사를 확인하지 못해 아직 떠날 수 없었다. 터키는 내부적으로도 민족주의 운동으로 혼란을 겪고 있었고, 그리스가 터키 서부해안을 공격하면서 분쟁 중이기도 했다. 그 와중에도 코너는 워터 디바이너의 통찰력으로 아들이 살아있을 것이란 직감으로 목숨을 걸고 여정을 이어 간다.

E. 터키의 이국적인 풍경과 인물은?
@과거 치열했던 보스포루스 해협은 현재 전쟁에서 사망한 군인들을 추모하기 위한 국립공원으로 남아있고, 이는 아름다운 경관과 함께 역사를 돌아볼 수 있는 대표적인 관광명소이다. 또한 터키 특유의 분위기를 물씬 풍기는 이국적인 이슬람 사원‘블루 모스크’는 유명하다.
@터키 건국의 아버지 무스타파 케말 아타튀르크(1881~1938): 1차 세계대전 중에는 군사령관으로 활약했고, 전후 조국 해방운동을 조직 후 조국 해방운동에 승리하여 오스만왕조를 멸망시킨다. 1923년 연합국과의 로잔조약에서 터키의 독립을 확보하고 앙카라를 수도로 한 터키 공화국을 건국 대통령으로 취임하여 터키의 근대화에 지대한 업적을 남겼다.

F. 큰아들이 고향으로 돌아가길 포기한 이유는?
전쟁터에서 쓰러진 자신을 구하러 온 두 동생이 적군의 기관총에 죽자 자신의 실수로 죽었다고 자책하며 포로수용소가 있던 아피온에서 풍차를 짓고 낡은 교회에서 성상을 칠하며 회개하며 살게 된다. 하지만 아버지의 간절한 설득으로 마을을 공격해오는 그리스군을 피해 탈출하여 아이셰의 호텔로 돌아오고, 코너는 달콤한 커피를 통해 그녀의 마음을 읽고 그녀의 사랑을 얻게 된다.

<에필로그>
영화에서 주인공이 사랑하는 아들을 찾기 위해 죽음을 무릅쓰고 전쟁터를 누빌 수 있었던 것은, 누구도 대신할 수 없는 같이 지낸 소중한 시간과 경험이 있었고 그 속에서 쌓인 깊은 교감과 직관을 통해서 디바이너가 물을 찾아내듯이 정확한 장소로 발걸음이 움직인 것이다. 사랑하는 사람들에게는 굳이 설명하지 않아도 이해하고 위로하고 희생할  힘이 작동하는 것이다. 매일 전화나 문자로 사랑을 표현하고 값비싼 선물을 주고받지 않아도, 있는 일상 그 자체로 즐거움과 감동을 주고받을 수 있어야 진정 평화롭고 행복한 사랑일 것이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