무슬림은 한 달간의 라마단 금식을 마친 후 이슬람력 10월인 샤왈(syawal)월 첫날을 금식을 마친 것을 기념하는 명절로 지킨다. 명절이라는 뜻의 에이드(Eid), 금식을 마쳤다는 뜻의 피트르(fitr)를 합한 에이둘 피트르(Eid ul-fitr)는 희생제물을 잡는 명절인 에이둘 아드하와 함께 이슬람 2대 명절 중 하나이다. 인도네시아에서 이둘 피트리(Idul Fitri), 또는 르바란(Lebaran)이라고 더 많이 부르는 이 때 무슬림들은 명절음식을 하고, 고향을 찾아가고 가족과 친척을 방문한다. 조금 차이가 있지만 말레이시아에서도 명절을 보내는 모습은 거의 비슷하다.

말레이시아에 살 때 보니 이 명절 분위기는 공식 휴일을 지나도 계속되어 거의 한 달 가까이 가는 것 같았다. 쇼핑몰에서도 라디오에서도 2~3주가 넘도록 명절 음악이 흘러 나온다. 인터넷을 설치하려고 기사에게 연락하니 아직 고향에 가서 돌아오지 않았다며 2주 뒤에나 돌아온다고 한 적도 있다. 공식 휴일이 한 달 가까이 지났는데도 정부기관이나 학교, 각 단체들은 명절(하리 라야, hari raya) 오픈 하우스를 한다. 도대체 이 명절은 공식적으로 언제 끝나는 것인지 궁금했다.

그런데 이런 모습이 나만 궁금했던 것은 아닌 모양이다. 학교에서 중동이나 중앙아시아에서 온 다른 무슬림 친구들이 말레이시아와 인도네시아에선 이 에이둘 피트르 명절이 왜 이렇게 길고 성대하냐며 신기해 하는 것이었다. 약간 놀라기도 했다. 그 전까지 이슬람에서 에이둘 피트르가 가장 큰 명절이라는 것을 너무 당연하게 받아들여 왔기 때문이다.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 이슬람을 배웠고 다른 곳에서는 어떻게 명절을 보내는지 알아 볼 기회가 없었으니 당연한 일이었다. 들어보니 에이둘 피트르를 동남아 무슬림들처럼 성대하게 쇠는 곳이 많지 않았다. 오히려 다른 지역에서는 희생제(에이둘 아드하, Eid ul-Adha)가 더 중요한 명절인 경우가 많다. 같은 이슬람권이라도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아에서는 라마단 금식 후에 쇠는 이 에이둘 피트르에 더 특별한 의미를 부여하고 있음을 알 수 있었다.

이둘 피트리(말레이시아에서는 아이딜 피트리) 때 인도네시아와 말레이시이의 무슬림들은 한달간의 금식을 마친 것을 기념하며 음식을 나눈다. 정통 이슬람의 풍습은 아니지만 가족과 친지의 무덤을 방문하기도 한다. 명절 기간 동안 가장 중요한 풍습은 고향을 방문하는 ‘무딕’이다. 비행기나 기차표를 구해서 편히 가는 사람들도 있지만 버스를 타고 열시간이 넘는 길을 나서기도 한다. 길이 막히면 스무시간이 넘을 수도 있다. 가까운 거리는 오토바이를 타고 귀성하기도 한다. 드라마를 보면 돌아올 때는 온 가족이 오토바이를 타는 것도 모자라 고향집에서 바리바리 싸준 것까지 들고 싣고 이고 오는 것이 우리 옛날 명절 귀성 모습과 크게 다르지 않아 보이기도 한다. 이둘 피트리 명절 귀성길은 아직 금식이 끝나지 않았을 때 시작된다. 그래야 금식이 끝나고 르바란(이둘 피트리)이 시작될 때 고향집에서 명절을 시작할 수 있다. 그런데 아직 금식 중이라 덥고 막히는 길 위에서 음식도 물도 먹을 수가 없으니 여간 힘든 일이 아니다. 휴게소에 들러 간식을 사먹는 재미도 물론 없다. 몇 년 전에는 고속도로 톨게이트 설계가 잘못되었는지 게이트를 빠져 나오는 데만 스무시간이 넘게 걸리는 최악의 정체가 발생하여 노약자들이 길에서 다수 사망하는 일이 발생하기도 하였다. 이렇게 힘든 길도 마다하지 않고 갈만큼 중요한 것이 인도네시아의 귀성길 ‘무딕’이다.

무슬림들은 라마단 기간 중 욕망을 절제하고 금식을 하면 죄가 씻어진다고 믿는다. 어느 정도인가 하면 하루 금식에 칠십년 여행하는 거리만큼 그 얼굴이 지옥불에서 멀어진다거나, 하루 금식에 까마귀가 어려서부터 평생 날 수 있는 거리만큼 지옥불에서 멀어진다는 내용이 선지자 무함마드의 언행을 기록한 하디스에 나와있다. 그렇게 한 달이 조금 못 미치는 기간 동안 금식을 하였으니 굳이 따지자면 금식을 마치고 맞는 명절인 이둘 피트리 첫날이 죄악에서 가장 멀리 있는 날이다. 그래서 인도네시아에서는 이둘 피트리에 ‘새로운 시작’ 또는 ‘탄생’의 의미를 부여하기도 한다. 금식을 마쳤다는 뜻의 ‘피트르’의 어원에 ‘시작’이나 ‘탄생’이라는 의미가 있다는 해석도 볼 수 있다. 금식을 마친 직후에는 무슬림들이 죄에서 깨끗해져 모태에서 나온 아기와 같은 순전한 상태가 된다는 것이고 그래서 새로운 시작과 출발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고향을 찾는 풍습도 내가 태어난 곳, 근원으로 돌아가서 새출발을 한다는 의미로 해석하는 글들도 많이 볼 수 있다.

또 하나의 중요한 풍습은 서로간에 용서를 구하는 것이다. 동남아 지역 무슬림들은 이 명절에 ‘행위와 마음으로 지은 잘못을 용서해 주세요’ 또는 더 짧게 ‘용서를 구합니다’ 라는 인사를 하며 서로 용서를 구한다. 또, 인도네시아에는 ‘할랄 비 할랄’ 이라는 풍습이 있는데, 가족과 친지, 동료들을 방문해 서로 그간의 잘못에 대해 용서를 구하고 용서해 주며 화합을 다짐한다. 직장이나 단체에서는 명절이 끝난 후 업무를 개시할 때 할랄 비 할랄 행사를 하며 서로 용서하고 용납해 주며, 하나가 되어 다시 잘해 보자는 시간을 갖기도 한다. 음식을 함께 나누기도 한다. 무슬림들에게 에이둘 피트르라는 명절은 신으로부터 용서를 받는 시간인데, 동남아시아에서는 여기에 더하여 사람들끼리도 서로 용서와 화합을 추구하는 것이다. 새로운 출발을 하려면 신과의 관계뿐 아니라 사람과의 관계도 다시 돌아보고 앙금이 있다면 털고 가야 한다는 생각에서 생겨난 풍습이지 싶다.

객지에서의 고단했던 삶을 뒤로 하고 자기가 태어난 고향에 가서 음식을 나누고 가족들과 시간을 보내고 도시생활에 지친 몸과 마음을 추스리고 나면 다시 짐을 싸서 일년을 보낼 힘을 얻어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 인도네시아에서 이둘 피트리 명절의 의미이다. 안정된 직장이 있는 이들이야 직장으로 다시 돌아가면 되겠지만 직장을 구해야 하거나 더 나은 자리를 찾는 사람들은 이 기간 동안에 고향에서 만난 가족이나 친구들과 정보를 교환해서 새 자리를 구하기도 한다. 시골에 있던 사람이 명절이 끝나고 가족과 친구들을 따라 도시로 나오는 경우도 있다. 그래서 이둘 피트리가 끝나면 고용인도 새 피고용인을 구하고, 피고용인도 새 자리를 구하는 움직임이 활발해진다.

이둘 피트리 명절은 고향을 찾고, 가족과 시간을 보내면서 오랜 금식을 마친 것을 축하하고 몸과 마음을 새로이 하여 새로운 시작을 준비하는 시간이다. 그런데 이번 이둘 피트리 명절은 많이 다른 것 같다. 코로나 19로 인한 사회적 제약으로 경찰이 자카르타를 들고 나는 고속도로 진출입구를 다 지키고 출입을 통제한다고 한다. 그럼에도 어떻게든지 방법을 마련하여 길을 나서는 사람들은 있는 모양이지만 아무튼 예년과는 다른 썰렁하고 외로운 이둘 피트리, 르바란 명절이 될 것 같다.

* 위 내용은 필자 소속기관의 견해를 반영하지 않습니다.

양동철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 한국수출입은행(crosus@koreaexim.g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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