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석환의 인사 잘하는 남자] 중소기업 오너와 전문 경영인의 차이
오너에게 기업은 전부이다.

대기업 오너들은 이미 관리의 범위를 넘어섰기 때문에 사업과 시설, 조직과 사람, 전략과 업무 프로세스에 대해 자신이 감당할 것과 위임할 것을 분명히 한다. 대부분 많은 시간을 사업과 관련한 외부 지인들을 만나며 방향과 전략을 고민하고, 내부 전문경영인과 경영회의 등의 중요 회의를 주관하고 중요한 의사결정만 한다. S그룹 비서실, L그룹에 근무하면서 직원이 오너에게 보고하는 일은 전혀 없었고, 팀장이 되어서도 사실 보고 안건이 그렇게 많지 않았다. 그만큼 내부 위계체계가 분명했고, 조직과 직책 간의 역할과 책임, 위임전결이 일정 선까지는 확립되어 있기에 가능한 일이었다.

100명 이하의 직원이 종사하는 중소기업 오너는 대부분 창업자가 많다. 이들은 어려운 시기에 자신들의 희생과 열정으로 이룬 기업이 자신의 모두라는 생각이 강하다. 회사, 사업, 사람 하다못해 건물 앞의 나무 한 그루가 모두 소중하고 자신과의 추억이 있다. 누구에게 권한을 위임하기가 쉽지 않다. 하나에서 열까지 알아야 하고 결정하고 실행을 점검한다. 퇴근한 후에 혼자 남아 일을 하는 경우도 많고, 나가면서 직원들의 책상이 정리 정돈이 안되어 있거나, PC가 켜져 있고, 시건 장치가 안된 중요서류가 들어있는 문서 보관함을 보게 되면 왜 직원들은 주인의식이 없는가 탓하게 된다.

전문 경영인은 시스템 또는 R&R을 중시한다.

전문 경영인이 가장 중요시하는 것은 사업의 성장과 이익이다. 성장과 이익을 위한 의사결정에 온 신경이 집중해 있다. 사업의 변화와 기업의 경쟁수준이 전문 경영인에게는 초관심사항이다. 경쟁사와 고객의 목소리에 귀를 기울이며 어떻게 하면 기회선점하고, 경쟁력을 올릴까 고민한다. 그리고, 일의 성과를 내기 위한 발상의 전환이나 일의 프로세스 개선, 일하는 방식의 혁신 등을 통해 성과를 창출하는데 집중한다.

전문 경영인이 놓치는 것은 건물이나 시설, 장비와 사무용품, 주변 집기들의 정리정돈 청소 상태이다. 신경 쓸 시간이 없고 중요한 결정 사항이 쌓여 있기 때문에 보이지 않는 면도 있다. 또는 이런 일들은 자신의 일이 아니고 중간 관리자, 직원들이 스스로 알아서 해야 할 일이라고 생각한다. 전사적 관점에서는 총무와 안전관리팀 등에서 제대로 담당하면 된다고 생각한다. 회사 주변이 너무 더러우면 이들 부서에 정리정돈 내지는 청소를 하라고 시키는 수준이다. 이들은 부서와 개인이 역할이 있으면 제대로 수행해야 한다고 생각한다.

오너와 전문 경영인의 갈등

회사의 사업의 번창하고 매출과 이익이 급성장할 때는 청소와 회사 자산관리의 소홀과 같은 오너와 전문 경영인 사이의 갈등이 생겨도 그렇게 문제시되지 않는다. 하지만, 경영환경이 악화되고, 매출이나 이익이 정체되거나 당기 순손실이 몇 년 지속되어 왔고 그 규모가 갈수록 커지는 상황이라면 문제가 되는 경우가 많다. 오너는 회사의 성과가 좋지 않을 때 가장 먼저 걱정하는 것은 회사의 생존 그 자체이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회사는 생존해야 한다. 하지만, 전문 경영인은 회사의 자산 보다는 사업과 사람에 집중한다. 사업의 동향을 살피며 경쟁력이 없는 사업이나 조직은 통폐합하거나 매각 또는 없애 버린다. 사람에 대한 감축은 가장 나중에 생각한다. 이들은 사람이 답이며 경쟁력이라고 생각한다. 국내 상황에서는 인건비를 줄이거나 사람을 퇴직시키는 것이 얼마나 어려운 일인가를 잘 알고 있다.

사실 중소기업이 어려워지면 자금사정이 매우 좋지 않게 된다. 사내 이익유보금도 그렇게 넉넉한 편이 아니고, 상장이 되지 않은 상태에서 언제까지 오너 일가의 자금으로 메꾸는 것은 한계가 있다. 적자 규모가 큰 사업이나 조직은 과감히 정리해야 하는데 오너 입장에서는 아깝다. 어떻게 여기까지 왔는데 없애는 것에 대해 애정이 강하다. 한 순간에 결단을 내리지 못하고 차일피일하게 되는 이유이기도 한다. 혹시 M&A를 희망하는 기업이 나타난다면 좋겠지만, 힘든 사업을 인수하겠다는 기업은 그리 많지 않다. 반면 전문 경영인은 전체의 생존을 위해 경쟁력이 떨어지는 사업부는 과감히 정리하려고 한다

어떻게 협력하여 성과를 이끌 것인가?

오너와 전문 경영인은 회사에 대한 생각이 기본적으로 다르다는 것을 인식해야 한다. 오너는 회사가 자신의 것이다. 근본적으로 내 노력에 의해 내가 이룩한 것에 대한 애착이 강하다. 전문 경영인은 사업의 성장과 이익에 대한 집착이 강할 수밖에 없다. 서로가 생각하는 바가 다르지만, 궁극적으로 추구하는 바는 같다. 바로 생존위의 성장이다. 길고 멀리 보면서 서로가 서로를 보완하여 이끈다면 성과는 날 수밖에 없다. 오너는 전문 경영인에게 사업의 방향과 전략, 생각과 일의 전환을 통한 성과창출을 믿고 맡기면 된다. 전문 경영인은 오너의 회사에 대한 애정을 이해하고 조금은 사소한 부분까지 신경을 써 주면 된다. 오너와의 대화에서 사업, 회사에 대한 애정을 보이며 소통을 이어가야 한다. 내가 모두 결정한다는 생각보다는 오너의 생각을 읽고 한 발 앞선 선택과 추진을 이끌어 가야 한다 .

홍석환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홍석환의 HR전략 컨설팅, no1gsc@naver.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