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를 위로하며


 

함민복


 

삐뚤삐뚤


날면서도


꽃송이 찾아 앉는


나비를 보아라


 

마음아


 

[태헌의 한역(漢譯)]


慰吾(위오)


 

歪斜飛(왜사비)


尋花坐(심화좌)


看蝴蝶(간호접)


吾心邪(오심야)


 

[주석]


* 慰吾(위오) : 나를 위로하다.


歪斜(왜사) : 비뚤어지다. / 飛(비) : 날다.


尋花(심화) : 꽃을 찾다. / 坐(좌) : 앉다.


看(간) : ~을 보다, ~을 보라. / 蝴蝶(호접) : 나비.


吾心邪(오심야) : 내 마음아! 내 마음이여! ‘邪(야)’는 호격(呼格) 조사로 사용되었다.


 

[직역]


나를 위로하며


 

삐뚤삐뚤 날아도


꽃 찾아 앉나니


나비를 보아라,


내 마음아!


 

[한역 노트]


시를 심층적으로 이해하기 위해 시의 제목에 대한 이해가 매우 중요한 시도 있고 꼭 그렇지 않은 시도 있다. 함민복 시인의 이 시는 분명히 전자에 속하는 작품이다. 제목에 쓰인 '위로'라는 말의 뜻으로 보아 일단 나를 위로할 시기는 내가 기쁘거나 즐거울 때는 아니다. 그러므로 당연히 내가 모종의 일 내지 언행(言行) 등으로 힘들거나 괴롭거나 슬플 때일 것이다. 살다 보면 나를 위로해야 할 때가 한두 번이 아니기 때문에 매번 그 위로라는 것을 타인에게 받을 수만도 없는 노릇이다. 그러기에 우리는 우리 스스로를 위로하는 방법을 배워두거나 찾아야 한다. 시인은 나비의 비행(飛行)을 보며 자신의 마음을 위로하는 방법을 찾은 듯하다.


나비는 몸이 지극히 가볍기 때문에 미약한 바람에도 비행을 제대로 할 수가 없다. 그리하여 삐뚤삐뚤 날 수밖에 없지만 원하는 꽃자리는 정확하게 찾아간다. 나비가 삐뚤삐뚤 난다는 것은 사람이 울퉁불퉁한 길을 가는 것과 다르지 않다. 그러므로 우리가 비록 험한 길을 가더라도 포기하지만 않는다면, 나비가 마침내 꽃에 앉듯 우리도 목적지에 닿을 수 있을 것이다.


또 누구에게나 소소한 과실(過失)은 있기 마련이다. 그런데 그 소소한 과실은 나비가 삐뚤삐뚤 나는 정도에 지나지 않으므로 그것 때문에 괴로워하거나 힘들어할 필요가 없다는 뜻으로도 이 시는 읽힌다. 시인의 입장에서 보자면 이 시의 주제는 ‘나비를 배우자’는 것이다. “느릿느릿 걸어도 황소걸음”이라는 속담과 비슷하게 “삐뚤삐뚤 날아도 나비 비행”이라고 할 수 있지 않을까?


나비 얘기가 나온 김에 역자의 시(詩) 얘기를 잠깐 해보겠다. 역자는 그 어느 해 초여름에 산책을 하다가 아래와 같은 대련(對聯) 하나를 얻었다.


 

樹密山風頻換路(수밀산풍빈환로)


花多野蝶數休程(화다야접삭휴정)


나무 빽빽해 산 바람 자주 길을 바꾸고


꽃이 많아 들 나비 자주 여정을 쉬누나


 

한 벗이, 시 두 구를 얻었으니 이제 두 구만 더 만들면 멋진 시 한 편을 건질 수 있겠다고 했지만, 역자는 공연히 힘을 빼지 않기로 하였다. 두 구로도 할 말을 다했으면 그만이지 꼭 4구를 채워 절구(絶句)로 만들어야 할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밝히기 부끄럽지만 역자는 이 대련을 통해 역자의 인생을 이야기하려고 하였다. 무성한 나무 때문에 길을 바꾸는 바람은 역자 모습의 투영(投影)이다. 누구나 그랬겠지만 본인의 의지와 관계없이 갈 길이 막히면 역자는 다른 길을 모색해야 했다. 그렇게 흘러 역자는 지금 여기까지 왔다. 앞으로는 또 어디로 어떻게 흐를지 오직 신만이 알 것이다. 역자는 또 늘 궁금한 것이 많아 책을 보거나 번역 같은 일을 하면서 이것저것 들춰보느라 역자의 거의 유일한 장기(長技)인 공부의 길마저 천연(遷延)시키며 살아왔다. 꽃이 많아 갈 길을 자주 쉬는 나비는 바로 그런 상황을 얘기한 것이다. 역자는 이 대련시의 제목을 <風路蝶程(풍로접정)>, 곧 <바람의 길, 나비의 여정>으로 하였다.


역자는 2연 5행 24자로 된 원시를 삼언(三言) 4구, 도합 12자로 이루어진 한시로 재구성하였다. 독자 여러분에게는 한 구절이 세 글자로 구성된 한시가 무척 생소하게 보일 것이다. 그러나 예전부터 이따금 사용되었던 구법(句法)임에는 틀림이 없다. 한역시의 압운자는 ‘坐(좌)’와 ‘邪(야)’이다.


2020. 5. 5.


강성위 한경닷컴 칼럼니스트(hans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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