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제발 날 체포해 주세요!
<프롤로그>
모든 일에는 절대적인 선과 악이 없듯, 빛과 그림자의 양면처럼 그것을 의미 있게 비추게 도와주는 사건과 사람이 있다. 영화 <캐치 미 이프 유 캔(Catch me if you can), 2002> 에서 부모님의 이혼으로 상처받은 주인공은 자신의 재능을 일종의 삶에 대한 복수심으로 사기를 치며 사는 데 전념한다. 그를 추적하던 FBI 요원의 진정성있는 이끌림에 거짓된 자신의 과거를 멈추고 어두웠던 경험을 토대로 자신의 능력을 사회악을 물리치는데 기부하게 된다. 악인은 주변의 환경에 의해 만들어지고 훌륭한 사람은 그를 알아주는 사람에 의해 만들어지듯이 ‘어두운 터널에서 자신을 바로 잡아 줄 것을 기대하는’ 청춘들을 위한 인생 멘토들의 진정성 있는 지도가 필요하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제발 날 체포해 주세요!
<영화 줄거리 요약>
1960년대 실존했던 미국의 천재사기꾼 프랭크 애버그네일 주니어(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 분)의 실화를 다룬 작품이다. 그는 1965년 미국 팬암(팬아메리칸 월드) 항공사의 부조종사를 가장하여 비행기를 공짜로 타고 50여 주에 있는 은행을 돌아다니면서 위조수표 250만 달러를 남발하고 140만 달러를 횡령한 대단한 도둑이다. 부유한 사업가 아버지와 매혹적인 프랑스인 어머니를 둔 프랭크 는 행복했던 가정에서 자라지만, 아버지가 사업에 실패하고, 어머니와 이혼하는 등 연이은 가정불화로 가출한 후 자신의 재능을 엄청난 사기행각에 이용하게 된다. 이에 FBI(미국 연방수사국)의 범죄 금융팀 요원 칼 핸래티(톰 행크스 분)가 그를 추적하게 된다. 칼 핸래티는 프랭크의 속임수에 번번이 당하다가 결국 체포하는 과정에서 두 사람은 묘한 동질감을 느끼게 된다. 칼 핸래티는 다시 도망간 프랭크를 그의 재혼한 어머니 집에서 체포하게 되고, 아무 데도 갈 곳 없던 프랭크를 FBI에 취직 시켜 금융사기와 위조범죄에 대한 최고 전문가로 재생의 길을 열어준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제발 날 체포해 주세요!
<관전 포인트>
A. 프랭크가 사기행각을 벌이게 된 배경은?
프랭크는 부모님의 이혼으로 가정이 해체되자, 돈이 없어 이런 불행이 찾아왔다고 생각하게 된다. 이에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벌어 다시 행복한 가정을 복원하기 위해 사기 행각을 벌이기 시작한다. 프랭크는 그의 아버지에게서 임기응변의 센스와 말솜씨를 물려받아 학교에서 대리 교사를 천연덕스럽게 연기했고, 원하는 것을 얻기 위한 방법을 집요하게 찾아내는 천재성과 함께 어른스러운 외모로 16세임에도 불구하고 26세의 비행기 조종사 역할을 하기도 한다.

B. 프랭크가 항공사 조종사로 행세 할 수 있었던 방법은?
고교 시절 교내 잡지사 기자를 위장해 팬암 조종사 파일럿을 인터뷰하면서 조종사에 대한 모든 정보를 습득하고 난 후, 도서관에서 팬암 연감에 실린 샘플 신분증으로 자신의 조종사 신분증을 만든다. 그리고 모형 장난감 비행기에 붙어 있는 팬암 스티커를 떼어내서 조종사 전용 개인 수표를 제작하여 본격적인 금융사기행각을 시작한다. 은행원과의 데이트에서 많은 정보와 함께 경매장에서 수표에 계좌번호를 찍는 기계도 사서 완벽한 위조수표를 만들어 내기 시작한다. 프랭크는 아직 미성년자여서 지문과 전과기록이 없었고 DC코믹스 만화책<베리 앨렌> 속 주인공 이름 플래시(The Flash)를 가명으로 써서 보수적이고 관성적인 관점을 지닌 FBI 요원들이 추적해내기 어려웠다.

C. 프랭크가 전전한 기상천외한 직업들은?
프랭크는 16세의 나이에 2년간 팬암 항공사 부조종사를 사칭하며 2백 차례에 걸친 공짜 비행을 감행하고, 그 후 1년여 동안 하버드 의대 수석 졸업 출신으로 위장하여 조지아 병원의 소아과 전문의로 근무했으며, 예일대 법대 출신 변호사로 둔갑하여 법무부 장관 사무실의 변호사로 위장 취업해 9개월여를 보낸 희대의 사기꾼이다. 그는 1969년 프랑스에서 체포되기 전까지 5년간 무려 8개의 가명을 사용했으며, 전 세계 26개국과 50개 도시에서 250만 달러의 위조수표를 발행해 쓰고 다녔다. 1960년대 FBI 최연소 지명 수배자이기도 했던 그는 12년 형을 선고받았으나 미성년자보호법에 따라 프랑스와 스웨덴, 미국에서 5년 동안 수감생활을 했다. 출소 후 FBI 요원들에게 자신의 수표 위조 기술을 전수했으며 그 후 25년간 FBI 아카데미와 정부 기관에서 각종 사기 범죄에 대한 이론과 실무를 가르치며 세계 최고의 금융 사기 위조 방지 전문가가 됐다.

D. FBI 요원 칼 핸래티는 어떤 사람인가?
FBI 요원 칼 핸래티는 우직하고 무뚝뚝하지만, 프랭크의 심성이 악하지 않다는 것을 알고 그를 새로운 삶으로 이끌기 위해 노력한다. 또한 그 본인도 과도한 직장 일로 이혼했지만, 딸을 둔 아빠로서 아직 어린 프랭크에게 남다른 연민을 가지고 있다. 프랭크가 FBI에서 일하게 되던 중에도 다시 도주를 감행하자, 칼은 “넌 돌아올 테니 뒤쫓지 않겠다”며 돌아서자 프랭크는 그의 신뢰를 배신하지 못해 다시 돌아오게 된다.

E. FBI 요원 칼이 신출귀몰한 프랭크를 체포할 수 있었던 계기는?
프랭크는 자신의 아버지가 불의로 사고로 죽자, 엄마가 재혼해 사는 프랑스에서 다시 위조수표를 만든다. 외로운 크리스마스 밤이면 자신을 쫓는 수사관에게 전화하는 프랭크의 외로운 심리를 파악하면서  FBI 칼은 프랑스의 몽샤드로 달려가 그를 자수시킨다. 프랭크는 체포되기 전 어머니가 사는 집에 잠시 들려 창밖에서 행복하게 사는 엄마의 모습을 보고, 다시는 과거로 돌아갈 수 없는 허탈감에 경찰에 순순히 자수하게 된다.

F. 프랭크가 의사, 변호사 일을 발각 안 되게 흉내 낼 수 있었던 방법은?
프랭크는 인기 의학 드라마, 법률 드라마(레이몬드버 주연의 아이언사이드 /Ironside)를 시청하면서 세밀히 심층 분석하여 전문용어나 많은 판례를 습득하였고 그 덕에 현장에서 실제로 의사나 변호사처럼 행세하는 데 무리가 없었다. 그리고 의사면허증, 변호사 자격증은 그의 탁월한 위조기술로 만들 수 있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제발 날 체포해 주세요!
<에필로그>
영화<캐치 미 이프유 캔>에서 자신의 어릴 적 행복을 복원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고 돈을 모으던 프랭크. 어느 날 그가 가짜 의사로 활동하던  병원에서 부모님에게 버림받은 간호사 브렌다와 사랑에 빠지고 그녀의 집에서 다정한 부모들의 모습을 보면서 결혼을 결심하지만, 그가 저질러온 엽기적 사기행각에 약혼식 날 도주하게 된다. 이 모습은 행복은 돈으로 살 수 없는 여러 가지 노력이 집적된 삶의 보물창고라는 것을 보여준다. 공교롭게도 레오나르도 디카프리오가 출연했던 영화 <위대한 개츠비(The great Gatsby), 2013>에서도 한 여인의 사랑을 쟁취하기 위해 수단과 방법을 가리지 않았던 개츠비도 불행한 삶을 살았다. 그러나 프랭크의 방황은 FBI 요원 칼의 진정성 있는 계도와 신뢰로 징역 대신 FBI의 금융 범죄해결사로 임용되면서 세계적 금융보안업 전문가로 태어난다. 삼국지에서도 제갈공명은 자신의 재능을 알고 삼고초려한 유비에게 자신의 모든 것을 바쳐 대업을 완수했듯이, 누군가의 성공 뒤에는 무한히 믿어주고 사랑해주는 사람이 있다는 것을 깨닫게 된다. 지금은 아바의 노래<The winner takes it all>처럼 승자독식의 냉정한 시대지만, 방황을 멈춰 세우고 올바른 길로 잡아주기를 간절히 바라는 누군가를 위해 따뜻한 충고와 도움을  멈추지 말아야 한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