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인철


 

기다리지 않아도 오고


잡으려 해도 기다리지 않는 봄


그 누구에게나 봄은 머물고


그 누구에게나 봄은 스친다


 

[태헌의 漢譯(한역)]


春(춘)


 

不待及時來(부대급시래)


欲挽期必蹉(욕만기필차)


於人春停留(어인춘정류)


於人春掠過(어인춘략과)


 

[주석]


* 春(춘) : 봄.


不待(부대) : 기다리지 않다. / 及時(급시) : 때가 되다. / 來(래) : 오다


欲挽(욕만) : 당기려고 하다, 만류하려고 하다. / 期必(기필) : 기필코, 반드시. / 蹉(차) : 지나다, 지나가다.


於人(어인) : 사람에게(는), 누구에게나. / 停留(정류) : (잠시) 머물다.


掠過(약과) : 지나가다, 스쳐 지나가다.


 

[직역]



 

기다리지 않아도 때 되면 오고


잡으려 해도 기필코 가고 말지


누구에게나 봄은 머물고


누구에게나 봄은 스친다


 

[한역 노트]


어찌 봄만 때가 되면 오고 때가 되면 가는 것이겠는가! 따지고 보면 세상 모든 것이 다 그렇지 않을까 싶다. 불타는 젊음도, 풍요로운 물질도, 어마어마한 권세도 여기서는 예외일 수가 없다. 무엇인가가 아름답게 빛나는 시기를 봄이라고 한다면, 봄은 누구에게나 머문다고 할 수 있겠다. 그러나 누구에게도 그 봄은 영원한 것이 아니다. 그러므로 봄은 결국 누구에게나 스쳐가는 것이 되고 만다. 이쯤에서 우리는 영원한 것은 없다는 사실을 겸허히 받아들이며, 우리 꿈의 무게를 조금씩 줄여가야 하지 않을까? 채 백년(百年)도 못살면서 천년의 근심을 품고, 만년의 욕망을 갈구하는 게 우리네 인생이니까 말이다.


우리가 미련 한 겹을 벗겨내고, 욕심 한 자락을 내려놓을 수 있다면, 지천으로 피어나는 봄철 이름 모를 들꽃들에게도 감사의 인사를 건넬 수 있을 것이다. 모든 순간이, 그리고 모든 존재가 소중한 것임을 알아 우리가 낭비하거나 남용하지 않을 때, 우리의 봄은 그만큼 길어질 수 있을 것이다. 봄의 길이는 물리적인 절대 길이가 아니라, 우리 마음의 길이일 것이기 때문이다.


역자는 이 시를 부천(富川)의 어느 버스 정류장에서 만났다. 전철역뿐만 아니라 버스 정류장에서도 시를 만날 수 있는 이 시대를 우리는 문화의 시대라고 할 수 있을 것이다. 그리하여 문화는 바야흐로 꽃피어나는 봄인데, 계절 또한 꽃피어나는 봄인데, 우리의 지금 심사는 아직도 한겨울인 듯해 안타깝기만 하다. 코로나 바이러스 때문에 사람과 사람 사이에 ‘거리두기’까지 권장하는 시절이 되었으니 이 어찌 서글프지 않을 수 있겠는가! 일전에 역자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한스러워 하며 지은 시 한 수를 말미에 붙여둔다. 시에 보이는 ‘금환사(金環蛇)’는 독사(毒蛇)의 일종이다. 이런 기록 역시 하나의 작은 역사가 되리라.


 

恨冠狀病毒(한관상병독)


上天造邪人造邪(상천조야인조야)


凶毒甚於金環蛇(흉독심어금환사)


無形無聲一微物(무형무성일미물)


何及萬方苦萬家(하급만방고만가)


 

코로나 바이러스를 한스러워 하며


하늘이 만들었나? 사람이 만들었나?


흉하고 독하기가 금환사보다 심하네


형체도 소리도 없는 하나의 미물이


어찌 만방에 퍼져 만인을 괴롭히나?


 

※ 연 구분 없이 4행으로 이루어진 원시를 역자는 오언 4구의 고시로 한역하였다. 한역시의 압운자는 ‘蹉(차)’와 ‘過(과)’이다.


2020. 3. 17.


강성위 한경닷컴 칼럼니스트(hanshi@naver.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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