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죽음의 칼날위로 달리는 남자!
<프롤로그>
인간의 삶이 유한하다는 것은 진리이지만 죽는 시점은 아무도 모르기에,  오늘도 죽음의 명제를 잊어버리고 영원한 삶을 살 것처럼 거침없이 달려가고 있다. 희망 없는 암울한 미래 사회를 그린 SF의 고전<블레이드 러너(Blade Runner), 1982>에서는 수명이 4년으로 정해져 있는 복제인간의 삶과 그들을 추적하며 삶과 죽음의 경계선을 달리는 특수경찰 블레이드 러너를 통해 현재 우리가 처해 있는 현실과 다가올 미래를 예지하고 그려볼 수 있게 된다. 눈에 보이는 것만 집착하는 시각 중심의 문화로 만들어진 편견이나 선입견을 버리고, 인간이 100세를 산다면 4년 주기의 삶의 패키지를 25번이나 사용할 수 있기에, 우리도 4년마다 새로운 삶의 방식으로 살아보면서 자신을 진화 시켜 나가면 어떨까?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죽음의 칼날위로 달리는 남자!
<영화 줄거리 요약>
핵전쟁 이후 가진 자들은 지구에서 우주의 새로운 식민지로 떠났다.  황폐해진 LA의 도심에는 부정적 암흑세계인 디스토피아의 냄새가 물씬 풍기는 가운데, 대부분 하층민과 동양인 혹은 히스패닉계가 살아가고 있다.

힘든 우주 식민지 개척은, 빛나는 기술의 발전으로 지능은 물론 감정까지 갖춘 복제인간들의 역할이 지대했다. 하지만 인간을 위해 식민지개척 전쟁 참전과 노동 등 봉사책무를 거부하고 감히 인간의 영역을 넘보는 복제인간을 찾아내 폐기(retirement)하는 특수경찰도 존재한다.  그중 하나가 블레이드 러너인 ‘릭 데커드(해리슨 포드 분)’이다. 그는 오프월드에서 반란을 일으키고 지구로 잠입한 전투용 복제인간인 ‘로이 배티와 리온, 암살용인 조라와 군대 위안부용인 프리스’ 등 4명을 처리하라는 명령을 받고 그들을 추적하게 된다.

그러나 복제인간을 하나씩 무참하게 제거하는 과정에서 데커드는 인간인 자신이 과연 복제인간보다 우월한 것이 무엇인지 고민하게 되고 결국 복제인간인 레이첼(숀영 분)과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2017년 ‘ 라이언 고슬링 주연의 후속 작<블레이드 러너 2049>가 개봉되기도 했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죽음의 칼날위로 달리는 남자!
<관전 포인트>
A. 블레이드 러너의 임무는?
20여 가지의 난해한 철학적 질문과 홍채의 변화로 판별하는 ‘보이트-캄프 테스트’를 통해 복제인간인지 아닌지 판별 후 복제인간이면 폐기하는 것이 임무이다. 탈주한 복제인간 리온이 검시관을 죽이고 도주하자, 형사반장은 은퇴한 블레이드 러너 데커드를 호출하게 된다. 영화 전편에 흐르는 그리스 뮤지션 ‘빈젤리스(영화 <불의 전차/Chariots of fire, 1981>로 아카데미 작곡상 수상)’가 맡은 신시사이저를 이용한 웅장하고 신비한 음악은 주인공들의 고독감과 미래에 대한 불안감을 효과적으로 표현했다.

B. 탈주한 복제인간들이 추구하던 것은?
인간과 모습 그리고 능력이 비슷하던가 더 우수하던 복제인간(리플리컨트 넥서스6)들은 자신의 수명을 늘리기 위해 자신들을 제작한 천재 타이렐 회장을 찾아가 수명연장을 요구한다. 하지만 타이렐 회장이 거절하자 리더인 ‘로이 배티’는 그를 참혹하게 살해한다. 타이렐 회장은 새로운 복제인간 ’레이첼’을 통해 수명연장법을 알고 있었지만, 가전제품처럼 수명을 제한시켜야 사업을 성공할 수 있기에 복제인간에게 수명연장을 거절한 냉혹한 인간이었다.

C. 데커드가 사랑하게 된 레이첼은 어떤 인물인가?
타이렐 회장이 자신과 조카의 기억을 임플란트(이식) 시켜 만들어낸 최첨단 인조인간인 레이첼은 수명이 정해져 있지 않았다. 또한 본인이 인조인간인지도 모르며 타이렐 회장의 조카로 인지하고 있었으나, 데커드의 판별을 통해 본인이 복제인간임을 알게 되고 좌절하게 된다. 하지만 위험에 빠진 데커드를 구해주면서 그들은 깊은 사랑에 빠지게 된다.

D. 복제인간 로이가 데커드를 살려주는 이유는?
자신들의 동료를 폐기한 블레이드 러너인 데커드와의 결투에서 복제인간 ‘로이(룻거 하우어 분)’는 다음과 같이 말한다. “공포 속에서 사는 기분이 어때? 그게 노예의 기분이야, 난 네가 상상도 못할 것을 봤어. 오리온 전투에 참전했었고, 탄호이저 기지에서 빛으로 물든 바다로 봤어, 그 기억이 모두 곧 사라지겠지. 빗속의 내 눈물처럼, 이제 죽을 시간이야”.  로이는 자신이 비록 복제인간이지만 인간적인 경험과 추억을 간직한 존재라는 것을 마지막 유언처럼 얘기하고 4년의 수명을 마치게 된다. 로이는 아마 자신을 기억해줄 마지막 기억장치로 블레이드 러너인 데커드를 선택했을지도 모른다. 그가 살아있는 한 자신을 기억할 수 있기에…

E. 동료 형사 가프의 철학은?
데커드의 동료 형사 ‘가프’는 한번도 적극적으로 데커드를 도와주지 않고, 단지 종이접기로 상황에 맞는 닭, 인간 등을 만드는 독특한 성격의 경찰이다. 마지막에 데커드가 복제인간 레이첼을 사랑한다는 것을 알고는 “그녀가 죽게 되는 건 정말 안됐네, 하지만 누군들 영원히 살겠나?”라며 의미심장한 말과 함께 종이로 접은 유니콘을 데커드에게 남기며 그녀를 살려서 데커드가 멀리 떠날 수 있게 도와준다.

F. 인간과 복제인간을 구분하는 개념은?

영화에서 인간은 이식한 기억이 아닌 아름다운 추억들로 쌓인 선한 마음을 지닌 존재라고 정의한다. 그래서 복제인간들은 인간이 되기 위해 빛바랜 사진들을 항상 가지고 다닌다. 복제인간 레이첼도 자신의 어머니와 찍은 오래된 사진을 가슴에 품고 다니며 자신이 인간이라는 사실을 믿고 싶어 한다. 인조인간을 쫓는 데커드도 자신의 방에 추억이 담긴 여러 장의 사진을 올려놓은 걸 보면 인간이든 복제인간이든 모두 아름다운 기억과 선한 마음을 삶의 목표로 추구하는 것 같다. 한편 영화 배경은 LA로 규정짓고 있지만 전쟁과 환경오염으로 항상 비가 내리는 칙칙한 대도시,
도쿄의 거리와 구분이 안 갈 만큼 자주 등장하는 일본의 문화는 일본의 정복욕에 대한 미국의 경계심을 은유적으로 드러내고 있다. 일본의 네온사인은 훗날 국가 및 문명을 이끄는 것이 전통과 과거의 윤리적 사상이 아니라 현재에 존재하는 거대한 지배 세력이 될 수 도 있다는것을 보여주기도 한다.
[서태호의 영화로 보는 삶] 죽음의 칼날위로 달리는 남자!
<에필로그>
영화<블레이드 러너>는 공포의 바이러스 칼날 위로 달려가는 현대인의 팍팍한 모습을 투영시키는 듯하다. 하지만 이제 바이러스의 존재를 인정하고 피하지 말고 적극적으로 함께 살아가야 할 다양한 라이프 스타일을 찾아내야 한다. 왜냐하면, 우리의 삶은 유한하며 소중하기 때문이다. 의사들은 “말기 암에 걸린 환자가 가장 슬기롭게 살아갈  방법은 몸의 암세포를 친구로 인정하고 달래가며 완화하고 나의 삶에 최대한 지장이 없도록 케어해 나가는 것”이라고 한다. 핵전쟁이든 바이러스의 침공이든 암울한 시대를 극복하기 위해서는 개인 방역을 철저히 하고, 스스로 면역력을 키우며, 자기 일에 매진하면서도 마스크 속의 숨겨진 자신의 개성을 찾을 수 있게  반바지와 레깅스를 입고 밝고 활기차게 봄을 만들어나가는 것이다. 복제인간들이 그렇게 살고 싶어 했던 진짜 추억이 담긴 삶을 우리는 디카 속 수많은 사진이 아닌 현재의 새로운 추억으로 만들어 가야 한다.

서태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