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신일본기행 2/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쫓다>

지난주 일본 간사이(오사카 인근) 지역을 둘러봤다. 2년 만에 찾은 오사카의 밤 거리는 매우 밝았다. 불과 두달 전 지진 직후 방문했던 수도 도쿄와 달리 거리에 활기가 넘쳤다.

리모델링한 JR오사카역은 초현대식 쇼핑센터로 탈바꿈해 있었다. 역사 인근의 백화점 및 대형 건물들도 오는 2013년 완공을 목표로 재개발 작업이 한창이었다.

경기침체에다 동일본 대지진으로 일본경제가 어려움을 겪고 있다. 하지만 오사카 지역은 상대적으로 전국에서 가장 경기가 좋다는 평을 듣고 있다. 기자가 방문했던 21-23일 사이에도 지역 방송에선 오사카 지역 백화점들의 4월 매출이 전년 동기대비 플러스를 기록했다는 뉴스가 나왔다.

요즘 ‘간사이의 부활’을 얘기하는 일본 사람들이 꽤 있다. 실제로 지난 3월 대지진 발생 후 수도권 및 동북부에 있던 많은 주민들이 지진을 피해 간사이 지역으로 피난했다. 오사카, 고베 등의 호텔은 지금도 예약하기가 어려울 정도였다.

사무실 임대료도 오르고 있다. 일본 기업은 물론 외국계 기업들도 지진과 방사능 유출에서 상대적으로 안전한 오사카으로 옮겨오면서 지역 경기 활성화에 한몫을 하고 있다.

일본의 중심이 대지진을 계기로 동쪽에서 서쪽으로 바뀌고 있다는 느낌이다. 오사카 등 간사이 지역이 일본경제의 부활을 이끌 것이란 얘기도 많다. 특히 오사카 사람들은 16세기 이후 도쿄에 뺐겼던 일본의 주도권을 오사카가 다시 찾아올 것으로 기대하고 있다.

우리나라에 영호남 지역 감정이 있는 것처럼 일본에도 동서간 지역 감정이 남아 있다. 도쿄를 중심으로 하는 동쪽 사람들은 상인 자본 중심인 오사카 사람들을 은근히 내려다 보는 경향이 있다. 정치,외교 중심지인 도쿄에 비해 장사꾼들이 많은 오사카 사람들을 시대에 뒤처진 ‘촌사람’으로 여기는 것 같다.

반대로 오사카 사람들은 도쿄 사람들을 인정머리 없고 이해타산적인 ‘도시 깍쟁이’로 보고 있다. 아무래도 오사카 쪽에 한국 후손들이 많은 것 같다.

잘 알려진 것처럼 일본 전국시대에 도요토미 히테요시를 누르고 전국을 통일한 장수는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일본 역사에서 가장 유명한 3인의 장수인 오다 노부나가, 도요토미 히데요시, 도쿠가와 이에야스가 동 시대에 질긴 인연으로 살았다는 것은 역사의 아이로니다.

세 사람 모두 캐릭터도 다르다. 일본 사람들은 그들의 성격과 스타일에 따라 3인 중 좋아하는 사람들이 갈리는 경향이 강하다.

그렇지만 이들 세 사람 가운데 가장 존경받는 사람은 도쿠가와 이에야스다. 그는 인내심이 강하고 냉철한 분석력을 가졌다. 기다릴 줄 아는 ‘승부 근성’이 일본인들의 성향과 닮았기 때문일 것이다. 기질적으로 불 같은 성격의 오다 노부나가는 ‘한국인’과가장 많이 비슷하다.

지략가인 도요토미는 당시만 해도 황무지였던 도쿄 지역으로 도쿠가와 이에야스를 보냈다. 실력자인 도쿠가와를 멀리 내보내 군사력도 견제하고, 국토 개발도 맡긴 셈이다. 도요토미가 죽고 도쿠가와가 최후의 승자가 되면서 일본 역사의 중심은 오사카에서 신흥 도시인 도쿄로 옮겨가게 됐다.

도쿄는 바다를 메워 인공적으로 개발한 곳이다. 지진 등 자연재해에 약할 수밖에 없다. 향후 발생 가능성이 높은 대규모 지진에 대응하기 위해서도 수도권을 분산시켜야 한다는 주장들이 전문가들 사이에 급속히 늘어나고 있다. 도쿄에 과다하게 집중돼 있는 금융, 제조 등의 시설을 오사카 등지로 분산시켜야 한다는 것이다.

국가는 물론 사람도 흥하면 망할 때가 있다. 또 망했다가 다시 일어나는 것이 역사의 순리다. 일본의 중심이 동에서 서로 바뀌는 시기가 오고 있다는 주장들이 많다.

오사카는 지리적으로도 도쿄보다 한국에 훨씬 가깝다. 비행기로는 1시간 30분이면 간다. 다가오는 한일 FTA(자유무역협정) 시대를 맞아 도쿄보다 오사카 지역에 대한 관심을 높여야 할 때다.

지난주 방문한 도요토미의 오사카성이나 그가 즐겨 찾았던 아리마온천에도 한국 사람들이 많이 눈에 띄었다. 한국과 일본이 더 가까워지고 있다는 느낌이다. 최인한 한경닷컴 온라인뉴스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