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소기업이 경쟁력이다] (131) 고정비 비중이 높다면 판매가격을 내려서라도 판매량을 늘려라
민자로 개발된 어떤 터널의 톨게이트 요금이 처음에 2천원이었다. 그러다 적자가 나니까 2500원으로 요금을 올렸다. 그러면 손익이 좋아질까? 오히려 적자폭이 더 커질 것이다.

왜냐하면 요금을 올리면 우회도로를 이용해서 돌아가는 차량이 더 많아져 터널을 이용하는 차량 대수가 줄어들게 되고, 이렇게되면 고정비는 동일하게 발생되는데 매출은 줄어들어 적자 폭이 더 커지게 된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실제 요금을 내림으로써 통과하는 차량 대수를 더 늘리는 전략이 적자 폭을 줄일 수 있게 해준다.

비행기 요금처럼 동일한 상품이 성수기, 비수기 가격이 다르다. 왜 그럴까?
만일 좌석이 200석인 비행기라면 200명이 타고 가나 10명이 타고 가나 연료비나 승무원 급여 같은 고정비는 동일하다. 따라서 비수기에는 요금할인을 해서라도 한 명이라도 더 태우고 가는 게 유리하다. 물론, 성수기에는 탑승자가 많아 정가에도 200석을 다 채울 수 있기 때문에 굳지 요금할인을 하지 않아도 된다.

즉, 도로 톨게이트나 비행기 요금처럼 고정비 비중이 높고, 공헌이익률이 높은 상품은 가격을 내려서라도 판매량을 높이는 것이 더 유리하다. 반대로 공헌이익률이 낮고 고정비 비중이 낮은 상품은 가격을 높게 유지해서 단위당 마진을 높이는 것이 더 유리하다.

공헌이익률이란 매출액 중에서 공헌이익이 차지하는 비율을 말하고, 공헌이익은 매출액 중에서 고정비를 회수하고 이익을 획득하는데 공헌하는 금액을 의미한다. 총공헌이익과 고정비용이 같아지는 점이 바로 손익분기점이다.

KTX나 SRT 같은 경우에도 평일에는 특실 좌석이 많이 비어 있다. 이처럼 빈 좌석이 많이 남아있는 상태로 운행하더라도 모든 좌석을 다 채우고 운행하는 경우와 고정비는 동일하게 들어간다. 정원이 다 차지 않았다고 기관사 급여를 줄이지는 않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런 경우에는 요일별, 시간대별 승객들의 탐승률을 분석하고, 좌석이 많이 남는 요일이나 시간대에는 요금을 낮추고, 항상 좌석이 매진인 요일이나 시간대에는 요금을 높게 책정하는 방식으로 요금체계를 차별화해서 운행한다면 수익성을 훨씬 더 높일 수 있을 것이다.

국제전화 요금을 낮과 심야에 다르게 책정하고, 여행상품이나 호텔, 콘도 요금을 성수기, 비수기에 다르게 하는 것도 이러한 가격 차별이 수익성을 더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결론적으로 고정비 비중이 높은 상품을 판매가 잘 되지않아 적자가 난다고 해서 가격만 인상을 하면 오히려 더 큰 손실이 발생할 수 있다. 이런 경우에는 오히려 단위당 판매가격을 내려서 판매량을 더 늘리는 전략이 손익면에서  유리하다.

나종호 한경닷컴 칼럼니스트/ 한국강소기업협회 상임부회장(경영학박사)
[강소기업이 경쟁력이다] (131) 고정비 비중이 높다면 판매가격을 내려서라도 판매량을 늘려라